메뉴 건너뛰기

2022.09.02 10:11

또 다른 “우영우”

조회 수 593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우영우.jpg

 

 

  지난 23. 대구에서 30대 엄마가 자폐 증세가 있는 자신의 아이를 살해한 뒤 극단적 선택을 했다. 2살 아들을 흉기로 살해한 뒤 아파트 베란다 아래로 뛰어내려 숨진 것이다. 집 안에서는 가족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내용을 담은 유서가 발견되었다. 숨진 아들은 자폐스펙트럼 증세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들의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았고, 관련 복지 상담을 받은 기록도 없다. 지역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미취학 아동 인 경우에 부모들이 아이가 크면 나아질 거라는 기대로 일부러 장애인 등록을 안하는 경우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의 장애를 인정해야 등록하러 온다.”고 말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예상을 뛰어넘은 고공 시청률을 기록하며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서울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 초기에는 어려움을 겪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예리한 판단력으로 번번히 승소를 이끌며 실력을 인정받는다. 너무도 예쁘고 깜찍하고 속깊은 우영우의 모습이 자폐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준 것에 대해서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이를 버리고 떠난 엄마의 그늘. 엄마의 사랑을 마음껏 받으며 살아야 할 우영우의 불우한 어린 시절이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많은 장애아(障礙兒)들이 있다. 사실 장애아라고 말하기 어려운 나이에 접어든 친구들도 있다. <토요사랑의 교실>은 밀알에서 25년을 넘게 운영해 오는 Day Care 프로그램이다. 20년 전, 처음 내가 부임했을때만해도 말 그대로 대부분 장애아였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나이가 들어가고 이제는 청년들이 되었다. 하지만 평균 3살 정도의 인지능력이기에 장애아로 분류하는 것이다. 하이스쿨을 졸업한 이후 사유서가 받아들여지면 2년을 더 다니며 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후에는 더 이상 진학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장애가 미미한 경우(?)에는 대학에 가는 친구도 있지만 대부분 집에서 지내거나 더 이상 돌보기 힘든 상황이 되면 그룹 홈에 들어가게 된다. 그때가 사역자로서 가슴이 찢어지는 순간이다. 가족들과 헤어져야 하는 것부터 한식을 먹을 수 없는 환경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부모만큼은 아니라도 마음이 아프고 사역의 한계를 절감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제한된 공간에 들어가면 토요일에 밀알선교단에 나오는 것도 제약이 따른다. 그렇게 떠나가는 장애아들의 숫자가 늘어만 간다.

 

  과연 우영우는 존재하는 것일까? 장애가 있지만 특별한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나타내는 경우 서번트(savant) 증후군이라고 한다. ‘우영우처럼 마치 뇌안에 법전이 들어앉아 있는 것처럼 때에 따라 상상을 초월하는 기억력으로 찾아낸다. 어떤 친구는 몇년몇월몇일이 어떤 요일인가?’를 정확히 집어낸다. 지하철 역, 버스정류장 명을 줄줄이 엮어낸다. ‘누구와 언제 어디서 무엇을 했는가?’를 확연하게 기억해 낸다. 우리 밀알에도 탁월한 음악성을 가진 아이가 하나 있는데 음을 들으면 바로 건반을 누르는 절대음감능력을 지니고 있다.

 

  창단 16주년을 맞은 <하트하트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모두 발달장애(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포함)가 있다. 연주할 때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한 그들에게는 악기 말고도 특별한 재능을 가진 경우가 간혹 있다고 한다. 자폐아는 낯선 환경을 아주 싫어한다. 해서 토요일 담당 발렌티어를 고정배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감각이 예민하기 때문에 가벼운 생활 소음이나 불빛 같은 시각 자극도 버겁게 느껴질 수 있다. 하루종일 똑같은 단어를 반복하고 소리를 지르거나 갑자기 일어나 뛰다가 건물 밖으로 뛰쳐나가 모두를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심각한 경우는 자해이다. 불안하거나 마음에 안 들면 물어뜯거나 손톱으로 피부를 긁어대고, 머리를 벽에 마구 부딪힌다. 난감하다. 그들만의 세계를 언제나 들여다 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나를 만나면 말한다. “목사님, 힘든 일을 하시네요?” 아니다. 그들의 모습이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 평범하지는 않지만 순수하고 꾸밈없는 장애아들의 모습에서 천국을 본다. 주님이 계신 곳이 느껴져서 좋다. 그래서 오늘도 외친다. “하나님은 낮은 곳에 계십니다.”

 

 

 


  1.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726
    Read More
  2.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2911
    Read More
  3.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687
    Read More
  4.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154
    Read More
  5.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446
    Read More
  6.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682
    Read More
  7.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3966
    Read More
  8.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4049
    Read More
  9.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899
    Read More
  10.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150
    Read More
  11.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231
    Read More
  12.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297
    Read More
  13.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296
    Read More
  14.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204
    Read More
  15.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556
    Read More
  16.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737
    Read More
  17.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527
    Read More
  18.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415
    Read More
  19.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482
    Read More
  20.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36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