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678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인연.jpg

 

 

 인생을 길게 살아왔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이야기가 된다. 어린 시절에 만나 긴 세월을 여전히 만나는 사람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나는 사람들. 그립고 사랑해서 만나는 사람들. 그냥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만남의 형태는 다양하다. 필라에도 가만히 보면 이민 초창기에 만나 우정을 나누는 모임이 제법 있다. 하지만 모임의 뚜렷한 동기부여가 되지 못하면 그리 수명이 길지 못함도 발견하다. 그러고 보면 “이민 교회”는 타향살이를 하는 우리들에게 긴 만남을 보장해 주는 독특한 공동체이다. 모여서 예배드리고, 경조사를 함께하며 희로애락을 나누는 귀한 영적 요람인 셈이다.

 

 살아오면서 스쳐지나간 사람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가족만 알던 어린아이가 조금씩 세상 밖으로 나가며 또래 친구들을 만난다. 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도 통하고 만남이 이어진다. 나와 비슷한 친구, 만나면 편안한 친구, 감싸주고 싶은 친구, 괜히 주는 것 없이 미운친구, 나를 챙겨주는 친구, 다양한 친구관계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더욱 끈끈해진다. 돌이켜보면 그리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돈독해 질수 있었던 것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뿐 아니라 또한 아무것도 줄 수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어린 시절의 친구들을 회상하기에는 세월이 너무 흘렀고 한국에 나가 스스럼없이 만나는 친구는 고교동창생들이다. 만나면 여전히 욕으로 인사를 대신하고 되뇌이고 되뇌어도 고교시절의 추억은 샘이 솟는다. 그만큼 순수했고 무모했으며 돌발적이었다. 그러고도 버젓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 잘 키워 출가시키고 교회에서 중직을 맡아 충성하는 것을 보면 삶은 역시 신비이다. 고상하고 신사적이었던 선생님은 이미 잊혀진지 오래고 지독하게 괴롭히고 독하게 굴던 교련선생님의 이름 석자는 우리들의 입에서 저절로 터져 나온다. 음악시간이 되면 그분은 미소를 지으며 교실로 들어섰다. 어떻게 극대극인 “교련과 음악”을 동시에 가르쳤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문이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친구들의 모습에 내가 있다.

 

 한때 가까웠던 사람이 멀어져간다. 나란하던 삶의 어깨가 조금씩 멀어지더니 어느새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특별한 일이 생겨서라기보다 특별한 일이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마음이 어그러졌다기보다 마음을 맞춰 함께 있는 것이 더 이상 즐겁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어쩌다 만나면 서로 속내를 펼쳐 보이는 대신 겉돌고 맴도는 이야기만 하다 헤어졌다. 만남이 뜸해지며 기쁨과 슬픔을 공유하지 못한 채 멀어져 갔다. 실망과 죄책감이 찾아오지만 대단한 잘못을 한 것은 아니기에 쉽게 잊는다.

 

 자꾸만 바란다. 그래서 실망한다. 누구에게든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만 기대려고 했고 바라고 있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모두 내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늘 외로웠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갈 것이다. 언제쯤 ‘만남과 이별’ 모두에 익숙해 질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보내야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떠나간 이들, 떠나보낸 이들, 문득 그리워진다.

 

 지금까지 스쳐지나간 사람들 중에 정말 독특하고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좋은 경험이었다. 그 사람 때문에 세상 물정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사람 때문에 목회가 무엇인지를 절감할 수 있었다. 왜 신학대학 교수님이 “사람을 조심하라”고 했는지 깨닫게 해 주었다. 오히려 내가 단단하고 신실한 목사가 되도록 그 사람이 스승 역할을 해 주었던 것이다. 때론 고맙고 미안하다.

 

 이제야 안다. 나를 스쳐지나갔던 사람들 속에 내가 있었던 것을. 마음속에서만 맴도는 외침이 아니라 나를 빠져나와 상대의 가슴에 가 닿을 수 있었던 만남.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해 이제는 지구 전체로 퍼져감을 깨닫는다. 그리고 다시 내 심장에 와 닿는다. 이 세상에 아파하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아파했다면 그 사람은 나 때문에 더 힘들어 하지 않았을까? 내가 그 사람 때문에 행복했다면 그 사람도 나 때문에 행복했으리라!


  1.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699
    Read More
  2.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2881
    Read More
  3.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564
    Read More
  4.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024
    Read More
  5.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318
    Read More
  6.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654
    Read More
  7.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3829
    Read More
  8.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3861
    Read More
  9.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873
    Read More
  10.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140
    Read More
  11.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084
    Read More
  12.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188
    Read More
  13.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240
    Read More
  14.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146
    Read More
  15.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515
    Read More
  16.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608
    Read More
  17.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512
    Read More
  18.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404
    Read More
  19.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475
    Read More
  20.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35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