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6.25 14:57

마음의 빗장을 열고

조회 수 539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1310302637_IMG_1992.jpg

 

 한국 사람의 언어 중에 독특한 단어가 “우리”이다. ‘우리나라, 우리 학교, 우리 동네’로부터 심지어 ‘우리 아내, 우리 남편’이라고 한다. 외국사람들이 처음 들으면 기절초풍을 한다. ‘아니 아내(남편)가 저리도 많고, 그것에 대해 전혀 어색함 없이 드러내다니?’ 설명을 듣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우리”라는 단어는 “울”에서 왔다. ‘울타리’ 할 때에 그 ‘울’이다. ‘울’은 줄어들기도 하지만 늘어나기도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때와 상황에 따라 조절이 가능한 영역인 것이다. 옛날 세 들어 살던 방이 생각난다. 좁디좁은 방인데 손님이 오면 ‘꾸역꾸역’ 다 들어찼다. 해서 ‘고무줄 방’이라 불렸다.

 

 작년 초에 신드롬을 일으켰던 드라마가 있다. “응답하라 1988”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간으로 돌아간 듯한 향수 때문이었다. 그 시절에는 그랬다. 이웃이 친근했고, 매일 얼굴을 맞대고 ‘미주알고주알’ 일상을 나누며 살았다. 슬픔을 당한 이웃의 짐을 자연스럽게 나눠지려했고, 기쁜 일이 있으면 내 일처럼 환호했다. 가난했지만 소박했고 풍성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넉넉했다. 부침개라도 부치면 서로 나눠먹고, 집 앞에 평상은 동네소식을 나누는 기지였다.

 

 그런데 세상이 변하면서 “우리” 개념은 희석되기 시작했다. 1988년 올림픽의 여파가 그리 큰지 몰랐다. 올림픽을 통해 “KOREA”는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세계 오퍼상들이 입국하며 한국 경제는 솟구치기 시작했다. 급속한 경제성장은 결국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를 확산시키기에 이른다. ‘정’(情)과 ‘우리’를 강조하던 한국사회의 가치관은 빠른 속도로 와해되어 버렸다. 이제는 옆집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고 알 필요도 느끼지 못한다. 점점 고립된 공간에 익숙해지며 철저히 “나”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건강하지 못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연이어 터져 나오는 아동학대 사건을 보면 옆집아이가 수개월 보이지 않아도 이웃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게다가 독거노인이 죽어가도 상당한 시간이 지나간 후에야 발견되는 삭막한 세상이 되어버렸다. 홀로 외롭게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가 지난해 1,200여명이 넘었다는 통계청의 발표가 별로 놀랍지도 않다. 사람은 ‘관계’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人間”이란 단어가 이미 삶의 정체성을 가르쳐주고 있다. 삶은 “관계”이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하고 우수한 아이, 대단한 능력이 있는 아이”로 키우기보다 “더불어” 살아갈 줄 아는 아이로 양육해야만 한다.

 

 사람들은 처음에 다 ‘정’(情)과 ‘우리’ 개념으로 이웃과의 관계를 시작한다. 그런데 실타래가 얽히듯이 사람에게 실망을 하고나면 ‘사람 만나는 것이 무서워지는 병’을 앓게 된다. 전화벨이 울리면 설레이던 마음은 이제 ‘두려움’이 엄습해 오는 단계로 악화된다. 그토록 정을 주었건만 돌아온 것은 배신과 상처뿐이다. 그때부터 마음 문에 빗장을 닫아 걸어버린다. 아무하고도 소통을 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사랑의 상처는 새로운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 맞다. 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덮으려고만 하면 상태는 점점 악화된다.

 

 힘들지만 새로운 이웃을 만나야 한다. 이 세상에는 아직도 착하고 다가가고 싶은 따스한 가슴을 가진 사람들이 훨씬 많다. 그런데 그 직면하는 것이 생각처럼 안 된다. 죽기보다 싫다. 누가 수술대에 오르기를 바랄까? 누가 고통스러운 수술을 즐겨할까? 하지만 수술이 아니면 죽을 수밖에 없기에 환자는 그 과정을 싫어도 거쳐야 한다. 관계도 마찬가지이다. 힘들지만, 아프지만 또 다른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가는 과정을 거치며 온전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자, 둘러보면 다 상처받은 사람들이다. 그 사람의 인생스토리, 지금 처한 환경을 들어보면 내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사람은 사람을 통해 ‘힐링’을 받게 된다. 문을 열어야 한다. 그리고 만나야 한다. 입을 열어 말해야 한다. 그것이 삶이요. 행복해 지는 유일한 비결이다.


  1. No Image

    개 팔자의 격상

    동물 중에 사람과 가장 가까운 존재가 개일 것이다. 개는 어디에나 있다. 내가 어릴때에도 동네 곳곳에 개가 있었다. 그 시절에 개는 정말 개 취급을 당했다. 개집도 허술했고, 있다고해도 지저분하기 이를데 없었다. 개가 먹는 것은 밥상에서 남은 음식찌꺼...
    Views2739
    Read More
  2. No Image

    눈 뜨면 이리도 좋은 세상

    감사의 달이다. 한해를 돌아보며 그동안 누려왔던 은혜를 되새김해 본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분들을 생각한다. 지난 3년의 세월동안 우리는 코로나에 휩싸여 살아야 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세균이 번지며 일상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제 거추장스럽던...
    Views2919
    Read More
  3. No Image

    등대

    항구마다 바다를 마주한 아름다운 등대가 있다. 등대는 가야 할 길을 몰라 방황하는 배와 비행기에 큰 도움을 주며, 때로는 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도 한다. 등대 빛을 알아볼 수 있는 최대 거리를 ‘광달거리’라 한다. 한국에서 광달거리가 큰...
    Views2706
    Read More
  4. 외다리 떡장수

    최영민(48)은 다리 하나가 없다. 어릴 적에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픔이 있다. 열살이 되던 해, 하교 길에 횡단 보도를 건너다 버스에 치어 왼쪽 다리를 잃었다. 사고 후 그는 너무 절망해서 집안에 틀어박혀 살았다. 그러다가 매일 도서관을 찾는 일이 일상이 ...
    Views3160
    Read More
  5. 가을 창가에서

    사람마다 계절의 감각을 달리 느낀다. 여성들은 봄의 감성에 손쉽게 사로잡힌다. 나는 가을을 탄다. 가을의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치면 원인 모를 외로움이 살며시 고개를 내어민다.홍릉의 가로수 마로니에 잎이 흐드러지게 날리는 것을 보며 사춘기를 넘어...
    Views3454
    Read More
  6. 천국에는 아라비아 숫자가 없다

    태초에는 숫자가 없었다. 그래서 열손가락을 사용했고, 셈을 하느라 애를 먹었다. 그러다가 오늘날 통용되는 아라비아 숫자까지 발전을 해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각자에게 번호가 주어진다. 키가 작은 아이부터 숫자가 주어졌다. 어릴 때부터 키가 작았던...
    Views3692
    Read More
  7. 남편의 위상

    “결혼 안하는 남자”라는 영상을 보았다. 소위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 총각들이 모든 것을 다 갖추고도 결혼을 안 하는 현대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상물이었다. 인물, 신장, 집안, 학력 모두 상당한 수준에 있는 젊은이들이었다. 거기다가 전문...
    Views3969
    Read More
  8. 내게 한사람이 있습니다

    우연히 차를 몰다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 때문에 미소를 짓기도 하고 입을 ‘삐죽’여 보기도 한다. 나를 행복하게 했던 한 사람이 있었다. 내 눈에서 눈물이 나게 했던 야속한 한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세월은 안 좋은 생각은 다 걷어 ...
    Views4052
    Read More
  9. 보람과 아쉬움

    매년 가을이면 기대하던 밀알의 밤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열일을 젖혀놓고 매년 참석하는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밀알의 밤 준비는 행사 3개월 전에 출연자를 결정하는 기획에 들어가고, 19년째, 40일 금식을 이어가며 준비하게 된다. 힘은 들지만 마음...
    Views3911
    Read More
  10. No Image

    마음 속 어린아이

    사람은 누구나 궁금함에서 삶을 시작한다. 그것을 호기심이라고 하기에는 범위가 너무 좁다. 사람의 즐거움은 다양하다. 우선 오감을 자극시켜 주는 즐거움이 있다. 사람의 인지능력은 시력을 통해 가동되는 경향이 높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보고 싶...
    Views4150
    Read More
  11. No Image

    이태백

    칼럼 제목을 보고 옛날 당나라의 풍류 시인 “이태백”을 떠올렸다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의 약자이다. 희망에 부풀어 살아야 할 청년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실로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Views4243
    Read More
  12. 행복의 샘, 밀알의 밤

    미국 역사상 최대의 재벌은 록펠러이다. 그는 만고의 노력 끝에 억만 장자가 되었지만 행복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보통 돈만 많아도 행복할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 말이다. 55세에 그는 불치병을 만나 “1년 이상 살지 못한다”는 사형 선고를 받게 ...
    Views4309
    Read More
  13. No Image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인생사에 사랑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을까? 사랑으로 태어나고 사랑으로 사람은 성장한다. 우연히 “회장님댁 사람들”이라는 영상을 보았다. 장장 22년을 방영한 인기 드라마 <전원일기>를 재구성하는 케이블방송이었다. 마침 <쎄시봉>팀들이 출연...
    Views4309
    Read More
  14. No Image

    밥상의 주인은 밥이다

    팬데믹을 지나며 놀라는 것은 물가가 너무 올랐다는 것이다. 차 운행이 필수인 미국에서 개솔린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지인들을 만나 식사를 할라치면 음식 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런치 스페셜?’ 옛날이야기이다. 저렴한 스페셜이...
    Views4228
    Read More
  15. No Image

    철학자의 인생론

    한때 ‘철학계의 삼총사’로 불리우며 다양한 철학논리를 펼친 학자들이 있다. 김형석(연대), 김태길(서울대), 안병욱 교수(숭실대)이다. 철학은 모든 학문의 기초라고 하지 않는가? 나야 대학 초년생때 <철학개론>마저도 고루하게 생각했던 장본인...
    Views4561
    Read More
  16. No Image

    아미쉬(Amish) 사람들

    사람들은 유명하고 소중한 것이 가까이에 있으면 그 가치를 모르는 것 같다. 사실 진리는 가까운 곳에 있는데 말이다. ‘필라델피아’하면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있다. 영화 “록키”에서 주인공이 뛰어올라 두 손을 높이 들고 환호하...
    Views4741
    Read More
  17. 장애인들의 행복한 축제

    여름이 다가오면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 있다. 바로 “동부 사랑의 캠프”이다. 어떤 때는 밀알선교센터 달력이 다 찢기워 나가고 7월이 펼쳐져 있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하지만 지난 3년 멈춰서야만 하였다. 끔찍한 팬데...
    Views4528
    Read More
  18. No Image

    그 강 건너편

    사람마다 살아가며 잊지 못할 인연이 있다. 내 생애에 꼽으라면 단연 천정웅 목사님이다. 나를 오늘의 나로 가꾸어 준 멘토이다. 그분은 정말 건강했다. 20대 초반, 교회 청년부에서 ‘아야진’(동해 휴전선 근처 마을)으로 하기수련회를 갔던 때였...
    Views4418
    Read More
  19. No Image

    눈은 알고 있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이 감각이 살아있어야 사람은 살맛이 난다. 듣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농인들이 있다. 하지만 그들은 수화, 구화를 통하여 청각 마비의 핸디캡을 커버하며 살아간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치명적인 후유...
    Views4489
    Read More
  20.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37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