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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의 기도.jpg

 

  30. 목사 안수를 받는 순간에 많이도 울었다. 나를 하나님의 종으로 불러주신 은혜가 감사하고, 고된 신학생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갔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비고비 인생의 파고를 넘어가며 성숙해 간다. 소명을 받고 10년 가까운 세월을 신학공부에 매달렸던 청춘이 그토록 원하던 목사가 되는 순간은 언어로 표현 안 되는 격한 감동이 있다. 안수를 받고 내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앞으로 은퇴하려면 40년이 남았네.”였다. 그만큼 새파란 목사는 여유로웠다.

 

  시간의 흐름은 짐작처럼 그렇게 느리지 않았다. 자전거를 탄 듯 유유자적하며 가던 길이 어느 순간 기차를 탄 듯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선배보다는 후배들이 많아지고 은퇴라는 글자가 저만치 다가오는 것을 느낀다. 이제는 잡으려고 하기보다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 옛날 너무나도 존경하던 교수님의 한마디가 가슴을 쓸고 지나갔다. 그 분은 한 교회에서 35년을 목회한 대단한 분이었다. 수업시간에 멀리 창밖을 내다보며 입을 여셨다. “은퇴 할 때가 되니 이제야 목회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그때는 지나친 겸손으로 알았다. 아니 만용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렇게 큰 교회를 오래도록 목회하고 신학대학교 교수로 덕망 높으신 분이 그럴리가?’ 그런데 이제는 안다. 목회는 그리 호락호락 한 것이 아니며 할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을. 처음 신학대학교에 들어갔을 때에 내 모습이 떠올랐다. 갑자기 무게를 잡고 말투까지 차분해진 내 모습에 함께 자라온 친구들은 당황해 했다. ‘신학생은 달라도 확실히 달라야 한다.’는 강박은 나를 그렇게 눌러왔다.

 

  하지만 그 경건(?)은 채 2년이 못되어 무너졌다. 23살 청춘에게는 신학의 무게가 너무도 버거웠던 것이다. 미팅이 시작되었고 여대축제에 초대되어 노래하고 어울리면서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가장 많이 참석했던 것은 숙대 축제였다. 신학생이 일반 대학생 모습으로 돌아가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나 노력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학 3학년이 되자 교회에서는 주일학교 전도사 직을 맡겨주었다. 담임 목사님이나 교인들이 볼 때는 열정을 불태우며 충성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정작 나는 신학에 대한 회의에 사로잡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아예 멈추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했다.

 

  해서 나는 신학을 한 후에 후에 한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는 목사님은 별로 존경하지 않는다. 많은 갈등과 번민, 후회를 딛고 일어난 목회자가 인간적이어서 좋다. 나는 군대로 말하면 이등병부터 목회를 시작했다. 고교를 졸업하자마자 신앙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일학교 교사직을 감당했다. 어린이 성가대 지휘를 맡아 최선을 다했고, 주일학교를 거쳐 20대 후반부터 중 · 고등부 전도사로 청소년들과 함께 복음을 나누었다. 결혼을 하고 목사가 된 후에는 청년대학부와 남전도회를 지도하기에 이른다.

 

  부목사 3년을 감당 한 후에 꿈에 그리던 담임 목회가 시작되었다. 그때 내 나이 36세였다. 다 안다고 생각했다. 설교에 대해서는 자신이 넘쳤다. 하루에 10시간이상을 기도하며 목회의 열정을 불살랐다. 하지만 목회는 내 맘처럼 풀리지 않았다. 다행히 교회는 부흥하기 시작하고 놀라운 기적들을 체험했지만 정작 내 빈 가슴은 채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13년 동안 목회를 했다. 교회를 섬김에 대한 보람과 목사로서의 자긍심도 느꼈다. 반면 밤잠을 설치며 힘들어했던 시간도 있었다. 그 시기에 상상하지 못했던 미국길이 열렸다. 밀알선교단과 인연을 맺고 장애인목회 17년차에 접어든다.

 

  화려하지 않지만 마음이 넉넉하고 내세울 것은 없지만 날마다 낮은 곳에 계신 하나님을 만나는 것이 행복하다. 장애인들이 다 예뻐 보이는 것이 다행스럽고 좋다. 그러면서 수십년전 들었던 이제야 목회를 조금 알 것 같다.”는 경지에 조금은 다가간 듯하여 스스로 대견하게 느껴진다. 안다고 할 때는 전혀 모를 때이며, 이제 놓으려고 하니 뭔가 보이는 것이 목회인 것 같다.

 힘들지만 기쁘고 어렵지만 감동이 있는 현장, 그것이 곧 목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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