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479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힘든 부부.jpg

 

 

  지난 봄 한국 방문 길에 지인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가득히 사람들이 타고 결혼식장인 10층으로 올라가기 시작하였다. 안쪽에 서있던 한 여인이 소리쳤다. “친한 척 하지 마요. 조금 떨어져 와요.” 다들 놀라 쳐다보는데도 옆에 있는 남자에게 짜증을 내며 알아듣지 못할 말로 주문하고 있었다. 보아하니 부부 같았다. 하도 기가 막혀 내가 소리를 내며 웃었다. “봐요? 저 아저씨가 웃네.” 말로만 듣던 쇼윈도우 부부를 직접 대면한 것이다.

 

  겉으로 보아서는 행복해 보인다. 하지만 집에 들어서면 남남처럼 생활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결혼식장에 들어서며 사람들이 다 쳐다보는데 친한 척 하지 말라.”고 할 필요까지 있을까? 붉으락푸르락 당황하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요새 아낙네들 정말 쎄다. 행복한 결혼의 조건으로 단연 사랑을 꼽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 부모님들은 대놓고 애정표현을 못하셨다. 남사스러워서 그랬는지? 시대적 배경이 그래서인지? 길을 나설 때도 두 분이 나란히 걷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대놓고 애정표현을 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트를 무한 발사하는 것으로부터 길거리에서 연인이 남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스킨십을 하는 것은 이제 전혀 흠이 아니다. 아니 그렇게 안하는 커플이 이상한 세상이 되었다. 남녀가 만나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젊은 날 처음 만나 뜨겁게 사랑을 할 때는 영원할 것 같지만 그게 그리 오래가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사랑 호르몬의 유효기간은 고작 2년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래서 일까? 결혼 생활이 깊어지면 서로가 데면데면 살아가게 되는가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부부도 있지만 말이다.

 

  부부사이는 리듬인 것 같다. 내가 아는 목사 부부는 월요일이면 부부가 드라이브를 한다. 전혀 낯선 곳을 찾아 커피도 마시고 많은 대화를 나눈다. 참 멋지다. 신혼 때부터 그 리듬을 유지하며 서로의 가슴에 상처가 남지 않도록 배려하는 노력이 없이는 행복한 결혼생활은 쉽지 않다. 잡은 고기라고 생각하고 아내를 배려하지 않다보면 잔잔히 쌓인 불만이 담을 만들고 중년에 되어 돌이킬 수 없는 거리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만 찾을 때는 귀찮기도 하지만 삶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장성하면 남편과 자식에 헌신한 세월이 되뇌어지며 허무감이 몰려온다.

 

  남편은 변한 아내가 답답하다. 그럴 때에 서로가 노력하지 않으면 자신들도 모르게 쇼윈도우 부부로 돌변해 간다. 쇼윈도우 부부란 전혀 애정이 없고 실제 부부관계가 깨어진지 오래지만 그 불행을 들키고 싶지는 않아 잘 사는 척 다정한 체 사는 부부를 말한다. 실제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못하지만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며 공식 석상에선 잉꼬부부처럼 행동하는 부부이다. 연예인과 정치인, 기업인 등 유명인 들의 이혼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빈번하게 언급되는 용어이기도 하죠. 일본에서는 1980년대부터 가정 내 이혼이란 말로 이 현상이 주목받기도 했다.

 

  말을 안 해 그렇지, 사회적 지위와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비단 유명인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가운데도 쇼윈도 부부처럼 사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것은 이민가정도 마찬가지이다. 가끔 상담 요청이 들어와 만나게 되는 부부들이 있다. 자녀양육 문제나 경제적 이유, 체면 등 갖가지 이유로 한집에 살고 있을 뿐, 개인적인 대화나 부부관계는 물론 서로에 대한 존중과 애정도 없는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상담 전문가는 쇼윈도 부부로 산다는 건 24시간 군복을 입고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한다. 아이들의 결혼을 위해, 체면 때문에 외출할 때 외에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는 부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숨기기보다 갈등을 직시할 때 문제 해결의 길이 열린다. 쇼윈도우 부부에서 아스라이 잡히는 신혼을 회복하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1. No Image

    아빠, 내 몸이 할머니 같아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가장 가슴이 아플 때는 희귀병을 앓는 장애인을 만날 때이다. 병명도 원인도 모른 채 고통당하는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와 가족들은 커다란 멍에를 지고 가는 듯 한 고통을 감내해야만 한다. 2개의 희귀질병 앓고 있는 김새봄 양. 대학입...
    Views1016
    Read More
  2. 혹시 중독 아니세요?

    사람은 누구나 무엇엔가 사로잡혀 산다. 문제는 “얼마나 바람직한 것에 이끌려 사느냐?” 하는 것이다. 사로잡혀 사는 측면이 부정적일 때 붙이는 이름이 있다. 바로 중독이다. 중독이란 말이 들어가면 어떤 약물, 구체적인 행동을 통제할 수 없어...
    Views1200
    Read More
  3. 겨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봄이 성큼 다가서고 있다. 미주 동부는 정말 아름답다. 무엇보다 사계절이 뚜렷한 것이 커다란 매력이다. 서부 L.A.를 경험한 나는 처음 필라델피아를 만났을 때에 숨통이 트이는 시원함을 경험했다. 계절은 인생과 같다. 푸릇푸릇한 봄 같은 시절을 지내면 ...
    Views1295
    Read More
  4. 가위, 바위, 보 인생

    누구나 살아오며 가장 많이 해 온 것이 가위 바위 보일 것이다. 누가 어떤 제의를 해오던 “그럼 가위 바위 보로 결정하자”고 손을 내어민다. 내기를 하거나 순서를 정할 때에도 사람들은 손가락을 내어 밀어 가위 바위 보를 한다. 모두를 승복하...
    Views1676
    Read More
  5. 절단 장애인 김진희

    인생을 살다보면 벼라 별 일을 다 겪게 된다. 영화나 드라마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닥쳐올 때에 사람들은 흔들린다. 그것도 불의의 사고로 뜻하지 않은 장애를 입으면 당황하고 좌절한다. 나처럼 아예 갓난아이 때 장애를 입은 사람은 체념을 통해 현실을...
    Views1452
    Read More
  6. 별밤 50년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
    Views1427
    Read More
  7. 아이가 귀한 세상

    우리가 어릴 때는 아이들만 보였다. 어디를 가든 아이들이 바글바글했다. 한 반에 60명이 넘는 학생이 오밀조밀 앉아 수업을 들어야만 하였다. 복도를 지날 때면 서로를 비집고 지나갈 정도였다. 그리 경제적으로 넉넉할 때가 아니어서 대부분 행색은 초라했...
    Views3415
    Read More
  8. 동화처럼 살고 싶다

    사람은 누구나 가슴에 동화를 품고 산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평생 가슴에 담고 싶은 나만의 동화가 있다. 아련하고 풋풋한 그 이야기가 있기에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늙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철이 나고 의젓한 인생을 살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Views1626
    Read More
  9. 환상통(幻想痛)

    교통사고나 기타의 질병으로 신체의 일부를 절단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느껴지는 통증을 환상통이라고 한다. 이미 절단되었기에 통증은 사라졌을 법한데 실제로 그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통증뿐 아니라 가려움증도 있고 스멀거리기도 한단다. 절단 ...
    Views2064
    Read More
  10. 종소리

    세상에 모든 존재는 소리를 가지고 있다. 살아있는 것만이 아니라 광물성도 소리를 낸다. 소리를 들으면 어느 정도 무엇인지 알아차리게 되어 있다. 조금만 귀기우려 들어보면 소리는 두 개로 갈라진다. 무의미하게 나는 소리가 있는가하면 가슴을 파고드는 ...
    Views2298
    Read More
  11. 누구나 가슴에는 자(尺)가 들어있다

    사람들은 다 자신이 공평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의롭고 정직하게 산다고 자부한다. 사건과 사람을 만나며 아주 예리하고 현란한 말로 결론을 내린다. 왜 그럴까? 성정과정부터 생겨난 자신도 모르는 자(尺) 때문이다. ‘왜 저 사람은 매사에 저렇게 ...
    Views2563
    Read More
  12. 땅이 좋아야 한다

    가족은 토양이고 아이는 거기에 심기는 화초이다. 토양의 질에 따라 화초의 크기와 향기가 달라지듯이 가족의 수준에 따라 아이의 크기가 달라진다. 왜 결혼할 때에 가문을 따지는가? 집안 배경을 중시하는가? 사람의 성장과정이 너무도 중하기 때문이다. 미...
    Views2511
    Read More
  13. 목사님, 다리 왜 그래요?

    어린아이들은 순수하다. 신기한 것을 보면 호기심이 발동하며 질문하기 시작한다. 아이는 솔직하다. 꾸밈이 없다.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 없이 내뱉는다. 상황과 분위기에 관계없이 아이들은 속내를 배출한다. 그래서 나는 아이들이 무섭다. 한국에서 목회를 ...
    Views2519
    Read More
  14. 가상과 현실

    고교시절 가슴을 달뜨게 한 노래들이 멋진 사랑에 대한 로망을 품게 했다. 70년대 포크송이 트로트의 흐름을 잠시 멈추게 하며 가요판세를 흔들었다. 템포가 그리 빠르지 않으면서도 서정적인 가사는 청춘의 발걸음을 멈추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
    Views2869
    Read More
  15. 여자가 나라를 움직일 때

    내가 결혼 했을 즈음(80년대) 대부분 신혼부부들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낳아 부모님께 안겨드리는 것이었다. 이것은 당시 최고 효의 상징이었다. 그런 면에서 나는 딸 둘을 낳으면서 실망의 잔을 거듭 마셔야 했다. 모시고 사는 어머니의 표정은 서...
    Views2681
    Read More
  16. 백년을 살다보니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Views2893
    Read More
  17. No Image

    <2019년 첫 칼럼> 예쁜 마음, 그래서 고운 소녀

    새해가 밝았다. 2019년 서서히 항해를 시작한다. 짙은 안개 속에 감취어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인생의 노를 젓는다. 돌아보면 그 노를 저어 온지도 꽤나 오랜 세월이 지나간 것 같다. 어리디 어린 시절에는 속히 어른이 되고 싶었다. 그만큼 어른들은 할 수 ...
    Views3335
    Read More
  18. No Image

    새벽송을 그리워하며

    어느새 성탄을 지나 2018년의 끝이 보인다. 기대감을 안고 출발한 금년이 이제는 과거로 돌아갈 채비를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지난 토요일(22일) 첼튼햄 한아름마트 앞에서 구세군남비 모금을 위한 자그마한 단독콘서트를 가졌다. 내가 가진 기타는 12줄이다...
    Views3322
    Read More
  19. No Image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

    서민들에게 월급봉투는 생명 줄과 같다. 애써 한 달을 수고한 후에 받는 월급은 성취감과 새로운 꿈을 안겨준다. 액수의 관계없이 월급봉투를 받아드는 순간의 희열은 경험해 본 사람만 안다. 세대가 변하여 이제는 온라인으로 급여를 받는다. 편리할지는 모...
    Views3326
    Read More
  20. No Image

    “오빠”라는 이름의 남편

    처음 L.A.에 이민을 와서 유학생 가족과 가까이 지낸 적이 있다. 신랑은 남가주대학(U.S.C.)공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었고, 세 살 된 아들이 하나 있었다. 아이 엄마는 연신 남편을 향해 “오빠”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과 달라서 그때...
    Views367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4 Next
/ 24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