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3:02

우리들의 천국 8/9/2010

조회 수 7701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37290_orig.jpg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제한 받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밀알선교단이 좋은 이유는 장애인들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며 살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좋아도 장애인이 우선이 될 수는 없다. 건강하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아왔을 때보다 장애인 한사람이 나타났을 때에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목회자와 교회가 얼마나 될까? 장애인은 일반 사람과 다를 뿐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무시하고 차원 낮게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신내동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에 일이다. 교회마다 계단이 많았지만 유일하게 평지로 들어갈 수 있는 교회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근처에 있는 복지 홈에 기거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하나둘 그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그 교회 목사님과 만나 대화를 하는 중에 “고민이 생겼다”고 하였다. 들어보니 “장애인들이 많아지면서 교회 이미지가 나빠지고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간다”는 말이었다. 금방 반응은 보이지 못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힘 있는 사람, 재력과 세상적 지위가 탄탄한 사람이 교회에 나오면 소위 “큰 고기”라고 하며 좋아한다. “우리 교회에는 박사가 많다”느니,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든지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지난 주일 우리교회에 장애인이 나왔어”라고 자랑하는 교회나 목회자를 만나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장애인들은 사실 교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폐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지도 모른다. 헌금은 물론이요, 변변한 봉사도 하질 못한다. 교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주는 곳이 교회여야 하지 않을까?

밀알선교단은 장애인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장애인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느새 31년 동안 묵묵히 사역을 해왔다. 화려하지도 그리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래서 밀알에 나오는 장애인들은 행복하다. 매년 여름 장애인들이 기다리는 축제가 열렸다. 바로 “사랑의 캠프”이다. “사랑의 캠프”에는 동부 지역에 밀알선교단 소속 장애인 600명이 참석하였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1년 만에 만나는 밀알들의 표정이 정겹다. 천방지축 달아나려는 장애아동을 꼭 잡은 어린 봉사자들의 손길부터 휠체어에 누운 채 입구에 들어서는 장애인까지 접수를 기다리는 밀알들의 모습이 캠프가 개막되었음을 실감나게 한다. 

시카고 밀알 단장님은 필자의 신학대학 직속 선배이다. 개인적으로는 “형”이라고 부르는데 다가와 안아주는 선배의 품이 포근하다. 워싱톤 단장님도 같은 1년 선배지만 흐트러짐이 없어 어렵게 느껴진다. 분명히 친하기는 한데 왠지 서먹한 이유가 그것이다. 사람은 흐트러질 때에 매력이 있는데 말이다. 아틀란타 단장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 편하다. 목소리가 여성스러워서 처음 통화를 할 때에는 여자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외모나 목소리는 그렇지만 일처리는 항상 지혜롭고 치밀하다. 뉴저지 단장은 20대부터 밀알에 헌신한 귀한 인재이다. 일반 목회를 했어도 크게 성공했을 법한 목사님이 장애인들을 사랑하기에 청춘을 밀알에 헌신한 모습이 그래서 귀해 보인다.

유일하게 뉴욕 단장은 여성이다. 여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단장님은 그래서 보배로워 보인다. 이번 캠프에 특이한 사항은 캐나다 단장님이다. 무려 18년 만에 캐나다 영주권을 받고 “사랑의 캠프”에 참석하였기 때문이다. 온화한 표정에 김 단장님은 사모님과 아들이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 취약점을 안고 사는 가정에 왜 그리 순조롭게 일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것이 안타깝다. 오랜 날 함께 기도하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밀알선교단을 설립하고 지금도 밀알을 이끌고 계시는 “이재서 박사”께서 캠프에 참석하였다. 시작장애인인 이 박사님을 대할 때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은 엄청난 일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초능력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금번 캠프에 강사는 최경학 목사님(순천 강남중앙교회)이었다. 멀리 한국에서 날아와 상처 난 장애인들과 봉사자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역시 장애인들은 재미있는 설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장애를 가진 것 자체가 심각해서일까? 목사님은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유모어를 구사하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깊은 영성의 말씀을 증거 해 주셨다. 캠프 진행을 맡은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얼마나 큰 도전과 은혜를 받았는지 모른다. 아동 캠프는 김윤나 전도사님(첼튼햄 장로교회)이 강사로 나섰다. 영어권에 아이들에게 슬라이드를 비추어가며 감동적이 설교를 해 주셨다. 역시 집회를 강사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첫날 저녁에 캠프를 찾아온 천사가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양은 감동적인 간증과 최고수준의 바이올린 연주로 우리 모두를 꿈의 동산으로 인도하였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박지혜 양은 어린 나이에도 예수님을 너무도 예쁘게 사랑하는 음악가였다. 천진난만한 표정, 수준 높은 연주, 고난을 넘어선 그녀의 예쁜 간증은 캠프를 은혜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명품이었고 가격이 35억을 호가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 소리가 범상치 않았다.

둘째 날 낮에는 아동들을 위해 마당에 “놀이기구”가 설치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누구나 동화 속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나 보다. 놀이기구를 타며 내지르는 탄성이 정겨워 보인다. 마지막 날 열리는 “밀알의 밤”은 각조별 대항 “장기자랑” 시간이다. 지적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곳, 휠체어 장애인이 무대에 올라 휠체어를 흔들며 현란한 춤을 추는 곳,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곳, 그 장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외쳤다. “이곳이 천국이라”고.

그렇게 캠프는 막을 내리고 밀알들은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내년을 기약하며 내어젖는 손마디에 아쉬움이 배어나온다. 서로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며 재회를 약속하는 장면은 내리쬐는 여름 햇살과 어우러져 영롱한 빛을 발한다. 아, 이곳이 우리들의 천국이어라!


  1. 여기가 좋사오니

    사람은 누구나 안정된 환경과 분위기를 원한다. 예수님의 제자들도 그랬다. 예수님과 변화산(헬몬산)에 올라 예수님의 형상이 변화하고 황홀경을 경험하며 베드로는 외쳤다. “주님, 여기가 좋사오니!” 그 고백은 모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구인지...
    Views59611
    Read More
  2. 가는 길 다시 묻고, 묻고 물어

    “니이체”는 인간의 의식 발전을 세 단계로 이야기한다. 첫째. 낙타의 단계: 낙타는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짐승이다. 시키는 대로 하고 입력된 대로 산다. 물음이 없다. 저항도 없다. 평생 하라는 대로만 하는 영성지수 100-150의 단계이다. 둘째...
    Views61979
    Read More
  3. 야구 몰라요!

    매우 친숙한 목소리, 걸쭉한 입담, 야구인다운 외모. 수십 년간 야구해설가로 명성을 날리며 모두에게 친숙하게 다가온 남자. 그는 야구해설을 하다가 종종 외쳤다. “야구, 몰라요!” 상상을 초월하는 역전극이 벌어질 때나 경기흐름이 예상을 벗...
    Views59414
    Read More
  4. 행복한 부부생활의 묘약

    누구나 행복하기 위해 결혼을 한다. 그런데 “행복”이라는 것이 말처럼 쉽게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님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는다. 실로 결혼은 “종합 예술”이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일까? 세상에서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며 산다...
    Views64938
    Read More
  5. 어느 장애인의 넋두리

    나는 지체장애인이다. 어릴 때부터 온몸을 흔들고 다니는 것이 수치스러워 힘든 시간들을 보내며 살아왔다. 이제 내 나이 스무살. 모든 것이 예민해지는 세대를 살고 있다. 요사이 아는 누나와 ‘썸’아닌 ‘썸’을 타고 있다. 누나는 청...
    Views63158
    Read More
  6. 여름을 만지다

    지난 6월 어느 교회에서 주일 설교를 하게 되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평소 안면이 있는 집사님과 마주앉았다. 대화중에 “다음 주에 한국을 방문한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도 모르게 외쳤다. “여름에 한국엘 왜가요?” 잠시 당...
    Views60318
    Read More
  7. 남자는 애교에, 여자는 환심에 약하다

    “애교”란?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이다. ‘애교’는 여성의 전유물처럼 보이지만 이제는 애교 있는 남자가 인기 있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다. 사람들에게 “귀여운 여자”라는 별칭을 얻으려면 몇 가지 특...
    Views101464
    Read More
  8. 전철 심리학

    한국에 가면 가장 편리하고 눈에 띄는 것이 대중교통 수단이다. 특히 전철노선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 속속 까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있다. 전철의 좌석배치는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기 위해서인지 양쪽 창가 밑에 일렬로 배열되어 있다. 전철을 타면 어쩔 수 ...
    Views79699
    Read More
  9. '쉼'의 참다운 의미

    어느 무더운 여름, 한 목사님께서 하와이 소재 교포 교회에서 부흥회를 인도하는 중에 잠시 해변을 거닐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담임하는 교회에 노 장로님 부부를 그곳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목사님은 너무도 반가워 두 손을 잡았더니 장로님 부부...
    Views71005
    Read More
  10. 사랑의 샘 밀알 캠프

    매년 여름이 되면 미주 동부에 흩어져있던 밀알선교단 단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은혜의 장을 연다. “캐나다(토론토), 시카고, 코네티컷, 뉴욕, 뉴저지, 필라, 워싱턴, 리치몬드, 샬롯, 아틀란타 밀알”까지 10개 지단이 모여 사랑의 캠프를 여는 것...
    Views58731
    Read More
  11. 소금인형

    인도의 엔소니 드 멜로 신부가 쓴 ‘소금 인형’이야기가 있다. 소금으로 만들어진 인형이 하나 있었다. 인형은 어느 날 자신이 누구인지 궁금해졌다. ‘자신이 태어나고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곳’을 향해 소금 인형은 무작정 길...
    Views68820
    Read More
  12. 철수와 영희가 사라졌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면 국어시간에 만나는 첫 인물이 “철수와 영희”이다. “철수야 놀자, 영희야 놀자!”로 문장은 시작된다. 아마 지금도 한국인중에 가장 많은 이름이 남자는 “철수”, 여자는 “영희”일 것이...
    Views79348
    Read More
  13. 15분 늦게 들어선 영화관

    이미 영화가 시작된 극장에 들어서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더듬거리며 자기가 예약한 자리를 찾아가는 것은 고역이다. 그런데 이미 극장 안에 앉아 있는 사람이 볼 때는 그런 사람의 모습이 ‘우스꽝’스럽기 그지없다. 환히 보이는 극장 안을 ...
    Views82921
    Read More
  14. 음악은 발이 없잖아!

    여름방학은 누구에게나 무한한 꿈을 안기며 시작된다. 그 추억을 회상하게 만드는 영화가 “순정”이다. 1991년,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곳곳에 흩어져 유학(?)을 하던 소꿉친구들이 고향인 전라남도 고흥. 섬마을 “청록도”에 모여 든다....
    Views61373
    Read More
  15. The Day After

    인생을 살다보면 행복에 겨워 소리치며 흥분에 들뜰 때가 있다. 그런 날들이 언제까지나 지속되면 좋으련만 인생은 하향곡선을 그리며 정신이 혼미해지고 삶의 무게를 지탱하기에는 너무도 버거울 때를 만나게 된다. 1983년 KBS TV에서 “이산가족을 찾...
    Views66212
    Read More
  16. 산 사람 소식으로 만나자!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 가정이라는 요람에서 꿈을 꾸며 자란다. “엄마, 아빠”를 부르며 입을 열고 두 분의 애정 어린 보살핌 속에서 성장 해 간다. 조금씩 커가며 만나는 것이 “친구”이다. 엄마, 아빠만 찾던 아이가 친구를 사귀게 되...
    Views59442
    Read More
  17. 남자여, 늙은 남자여!

    세상이 변해도 많이 변했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가장의 위치는 대통령이 안 부러웠다. “어∼험”하며 헛기침 한번만 해도 온 집안이 평정되었으니까. ‘가족회의’라고 가끔 소집을 하지만 대부분 아버지의 일장연설이 이어지는 시...
    Views72172
    Read More
  18. 맥도날드 할머니

    인생은 참으로 짧다. 하지만 그 세월을 견디는 순간은 길고도 지루하다. ‘희희락락’하며 평탄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은 드물다. 반면 ‘기구하다.’고 표현할 정도로 험난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일명 ‘맥도...
    Views60181
    Read More
  19. 아, 필라델피아!

    나는 Philadelphia에 살고 있다. ‘필라델피아’라는 이름은 희랍어로 “City of brotherly love(형제애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으로 두 시간을 달리면 “뉴욕”이 반기고 남쪽으로 세 시간을 내달리면 “워싱톤&rdqu...
    Views72428
    Read More
  20. 밀당

    어디나 문은 미닫이와 여닫이가 있다. 미닫이는 옆으로 밀면 되지만 여닫이는 ‘밀고 당기기’가 분명해야 한다. 대개 음식점이나 일반 가게에는 출입문에 “Push” 혹은 “Pull”이라고 쓰여져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
    Views5879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