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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5 03:25

송정미 & 차인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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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낮에는 햇살이 제법 따갑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스산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새해를 맞이하며 꿈에 부풀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세월은 가을바람처럼 너무도 빠르게 지나가고 있다. 미국과 한국의 가을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어디를 가나 숲이 울창해서 나무의 변화를 보며 가을을 느낄 뿐이지만 한국에 들판은 이맘때가 되면 가을자국이 선명하다. 숱한 풍파를 이기고 벼가 익어가며 논에는 황금물결이 일렁이고 집집마다 울타리를 넘어가며 익어가는 감이 눈길을 끈다. 가을이 깊어지면서 친근했던 이파리를 떨어내고 나뭇가지에 매어달려 영롱하게 익어가는 감의 모습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다.

가을이 되면 사람들은 상념에 잠기는 시간이 많아진다. 한 밤중에 잠에서 잠시 깨었을 때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는 가을이 깊어감을 느끼게 해 준다. 습기가 전혀 없는 가을바람은 인생을 생각하게 하는 매개체인지도 모른다. “바쁘다”는 이유 때문에 생각할 시간조차도 강탈당한 분들의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 하고 가을 한복판에서 그 가을의 자취를 느껴보게 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밀알의 밤”이다. 처음 밀알선교단을 섬기기 위해 필라델피아에 왔을 때에 ‘무엇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단장으로 부임하자마자 “사랑의 캠프”를 감당하고 나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오랜 지기인 친구 목사를 만났다. 마침 섬기는 교회의 풍치가 아름다웠다. 예배당에 들어서보니 마치 음악회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것처럼 천장은 높고 저절로 공명이 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밀알의 밤을 위해 장소를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내말에 친구는 고개를 끄덕였고 절차를 마치고 행사를 준비하게 되었다. 처음 열었던 밀알의 밤 주제는 “가을하늘을 수놓는 사랑의 음악회”였다. 길기는 했지만 들으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 같은 주제였다. 마음조리며 준비했던 음악회는 성황을 이루며 힘 있게 발걸음을 내디디게 되었다.

그 이후로 “밀알의 밤” 참석 인원은 일천 명을 넘어서서 해가 갈수록 호응도가 높아지며 많은 동포들이 기다리는 가을 행사가 되었다. 이제 2010년. 금년에는 “과연 누구를 무대에 올릴 것인가?”를 고심하며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다가 섭외된 분이 “송정미”씨(이하 글의 흐름을 위해 존칭 생략)였다. 정통클래식을 공부했으면서도 찬양사역을 선택하였다는 것이 송정미의 뚜렷한 특징이다. 남자 중에는 “박종호”라는 걸쭉한 복음가수가 있기도 하지만 성악을 전공하였기에 송정미의 찬양은 성량이 풍부하고 노래가 부드럽다. 거기다가 남편이 목사님이시기에 영성 또한 풍성하다.

무대에 선 그녀는 청중을 압도한다. 167Cm의 키가 그렇고 감미로우면서도 웅장한(?) 성량은 사람들의 가슴을 단박에 파고든다. 명성이 커갈수록 실력을 쌓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귀하다. 송정미는 자신이 복음 송을 부르는 가수가 아니라 “사역자”임을 강조한다. “노래는 나의 고백”이라는 그녀는 “가수는 불러 주는 곳에 가지만, 사역자는 가야할 곳에 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송정미는 관객으로부터 자신의 음악으로 “치유 받았다”는 감사의 인사를 숱하게 들었다. 그럼에도 “나와 관객이 노래로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관객들이 상처 입은 몸과 마음을 치유 받는다면 그것은 하나님의 능력”이라고 고백한다.

무대에서는 무한한 카리스마를 뿜어내지만 송정미는 9세난 딸을 둔 평범한 엄마이다. 목사님을 조용히 내조하면서 귀여운 딸을 키우고 있는 송정미. 그녀가 미주 밀알선교단 순회공연을 나서며 한 말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행복해요. 나를 비추는 화려한 조명 때문이 아니에요. 노래하는 순간이 바로 하나님과 하나 되는 순간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그것이 관객의 영혼을 어루만져줄 수 있다면 노래하다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멋지다.

송정미 못지않게 하나님이 귀하게 쓰시는 분이 “차인홍 교수”이다. 나와 차 교수가 만나 교제를 나눈지도 어느새 8년의 세월이 흘러간다. 2005년 가을에는 “북가주(산호세) 밀알의 밤”에 동반 출연하여 공연을 했다. 한 주간을 함께 지내며 우정을 쌓았다. 대학교수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매력을 풍기는 것은 그의 성장과정이 너무 힘겨웠기 때문이리라! 차인홍은 생후 1년 만에 소아마비를 앓아 두 다리를 쓸 수 없는 장애를 얻었다. 그는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홉 살 되던 1966년 부모의 곁을 떠나 대전에 있는 낯선 재활원으로 보내진다. 그 삶의 무게를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휠체어도 없고 돌봐줄 사람도 없는 서먹서먹한 환경. 새벽에 잠이 깨 창문 사이로 떠오른 둥근 달을 보고 있노라면 의지할 곳 없는 외톨이임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어린 소년은 스스로 강해져야만 했다.

그 와중에 기적은 일어난다. 대전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유명했던 서울대 음대출신의 강민자 선생님이 우연히 재활원 앞을 지나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이 아이들에게 바이올린을 가르쳐 줘야겠다’고 마음먹은 강 교수는 얼마 뒤 재활원을 방문해 개인교습을 제안했다. 장애를 가진 재활원 소속 초등학생이었던 차인홍에게 음악은 낯선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귓가를 스친 바이올린 소리는 가라앉아 있던 마음에 불을 지핀 첫 번째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쓸쓸하게 버림받은 것 같았던 존재가 꽃피어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만약 ‘음악과의 운명적 만남’이 없었다면 그의 인생은 지금 어떤 모습일까.

그의 연주 연습은 눈물겨웠다. 당시 5,000원짜리 바이올린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이 된 것도 아니었다. 먼지 쌓인 연탄광이 그의 유일한 연습공간이었다. 손이 얼 정도로 추운 겨울에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에 매달렸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한 연습은 주위가 완전히 캄캄해져야 끝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값싼 바이올린은 값비싼 소리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연습한 지 1년 후 충청남도 음악 콩쿠르에 나가 1위를 차지했다. 주위에 슬슬 차 교수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재활원에서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소년은 30년 뒤 미국 오하이오 주에 있는 라이트주립대학의 오케스트라 지휘자 겸 교수가 되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이 시대에 귀하게 쓰임을 받고 있는 두 분이 한 무대에 선다. 한분은 건강하지만 한분은 중증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한분은 목소리로 하나님을 찬양할 것이고 한분은 바이올린 선율로 우리의 가슴을 적셔 줄 것이다. 깊어 가는 가을 밤. 분주하던 손길을 멈추고 다양하지만 섬세하게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나는 현장으로 모든 분들을 초대하고 싶다. 나와 장애인들은 애타는 마음으로 강당 문턱에서 찾아오는 한분 한분을 환한 미소로 영접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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