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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_Skyline_Mountains2.jpg

 

딸이 떠났다. 그동안 전공하던 것을 접고 “음악을 공부하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먼 로스엔젤레스(L.A.)로 떠나갔다. 몇 달 전, 심각하게 아빠와의 면담을 요구 했을때는 하찮게 들어 넘겼다. 미국에 처음 이민을 온 곳이 L.A.이기에 막연한 그리움이 있는 것이겠지. 동부에도 좋은 학교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멀고먼 서부로 가겠다는 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것도 홀로 말이다. 그래서 던지듯이 대답했다. “네가 아는 것처럼 아빠는 장애인 사역을 하기에 너를 뒷받침 해 줄만한 경제적 능력도 없고 나는 왜 네가 서부로 가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네가 정 원하면 네 힘으로 길을 열어봐라!” 고개를 떨구고 나가는 아이를 보며 안스러웠지만 아직은 함께 있기를 바라는 애비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8월에 접어들자 딸의 본격적인 행보가 시작되었다. L.A.행 비행기 표를 끊었다고 했다. 학비 융자(Loan)도 다 받았고 직접 가서 거처를 알아보겠다고 했다. “헐!” “설마 떠날까?” 그런 막연한 생각으로 사역에만 전념하고 있었는데 딸은 작정을 하고 L.A.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딸이 떠나기 전날 밤에 우리 가족은 거실에 둘러앉았다. 목사인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먼 길을 떠나는 딸을 위해 예배를 드려주는 일뿐이었다. 말씀을 전하고 딸의 머리에 두 손을 얹었다. 마치 외삼촌 집으로 향하는 아들 야곱을 떠나보내는 애비 이삭의 심정으로 나는 딸의 앞날을 간절히 축복해 주었다.

새날이 왔다. 딸이 처음으로 가족 품을 떠나는 날이다. 오전 7시 비행기라서 새벽에 차 시동을 걸었다. 무거운 가방을 차에 싣고 가족들의 환송을 받으며 차는 출발했다. 아내와 동생이 고개를 돌리는 것을 보며 울고 있는 것을 알았다. 그래도 나는 남자가 아닌가? 공항으로 향하며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힘들 때마다 기도하고 오직 주님만을 의지해라!”였다. 그렇게 찬양을 들으며 달려간 공항에서 딸과 끌어안으며 작별인사를 했다. 딸이 공항 안으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고 운전석에 올랐다. 질주하는 하이웨이에서 나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허전함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집에 도착했다. 딸이 평소 타고 다니던 차가 눈에 들어왔다. 갑자기 속에서 무언가 ‘울컥’하고 올라왔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무엇에 이끌리듯 딸아이 방으로 올라갔다. 가지런히 정돈된 침대와 책상을 훑어보다가 뺨을 타고 흐르는 뜨거운 액체를 느꼈다. 갑자기 흐느낌이 올라왔다. ‘내가 왜 이러지?’ 그렇게 방바닥에 주저앉아 한참을 흐느꼈다. 다행스럽게도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내는 이미 출근을 했고 막내는 학교에 간 후였다. 스스로 독백을 했다. “아주 간 것도 아닌데 너 왜 그러냐?” 그래도 슬펐다. 낭랑한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빠, 히∼” 나도 모르게 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뜨거운 눈물이 더 쏟아졌다. 돌아보건대 나는 결코 아이들에게 살가운 아빠가 아니다. 그런데 입에서 새어나오는 말이 “보고 싶다.”였다. 금방 공항에 데려다주고 왔는데 딸에 대한 그리움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요사이 절친한 사람을 만나면 화두가 아이들과의 이별이다. 들어보니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언제까지 곁에만 있을 줄 알았던 아이가 대학에 진학하여 기숙사에 데려다주고 오며 다들 울었다고 했다. 결혼식장에서 딸과 팔장을 끼고 입장하여 신랑에게 넘겨주면서 운 아빠이야기, 잘 참았는데 부모님께 인사를 하는 시간에 딸이 다가와 안으며 울 때에 아빠도 하염없이 함께 울었다고 했다. 겨우 L.A.로 보낸 딸 때문에 서글프다는 고백은 그런 분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 일 수도 있다.

나는 아이들이 곁을 떠나도 ‘거뜬’하게 견딜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도 못난 애비였다. 자식을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를 그리워해야 하는 나이에 당도한 것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갈수록 부부는 소중하다. 자녀들이 떠나간 빈둥지에서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살아야 하는 유일한 동지는 부부뿐이다. 이 땅에 자녀들에게 묻고 싶다. “너희들은 이런 엄마, 아빠의 마음을 알기는 하니?” 오늘도 자식을 그리워하며 사는 분들과 이글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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