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526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7254166_orig.jpg

 

 

노진희 자매. 그녀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다시 말하면 중증장애인이다. 그녀는 경남 통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21년을 살았다. 독립해서 4년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비장애인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노진희는 경남 진해의 어느 시골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는 힘겹게 딸을 키웠다. 진희의 어머니는 미용가방을 들고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머릿일’을 하셨다. 새벽에 나가면 날이 캄캄해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진희는 하루 종일 마루 끝에 앉아 기다렸다.

늦은 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다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눈물 짓는 날이 많았다. 결국 어머니는 7살이 된 진희를 장애인 시설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진희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이 밀려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곧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적응에 들어갔다. 생계유지를 위해 하루 종일 밖으로 다녀야하는 어머니에게는 장애를 가진 딸을 홀로 집에 두기에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어머니는 진희에게 “20년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년 후에는 너를 찾으러 오마!”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그 어머니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진희는 장애인 시설에서 살아가게 된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진희도 힘들었지만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는 안 해 본 일 없이 고생을 한다.

진희 자매가 28살이 되던 해에 모녀가 헤어진 지 꼭 21년 만에 어머니는 약속대로 딸을 찾으러 왔다. 어머니가 얻어준 자그마한 「원룸 아파트」에서 진희 자매는 자립의 삶을 시작한다. 여전히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살 수밖에 없으셨다. 진희 자매는 오직 하나님을 의지 한 채 방에서만 생활을 했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과 월요일에 “밀알선교단”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그런 틈새에서 진희 자매는 한 남자를 만난다. 2000년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 동호회 모임인 『장애우 첫걸음』이라는 봉사단체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 모임에 회장이었던 남자는 모임이 끝난 후 진희 자매를 “진해”까지 바래 다 주게 되었다. 물론 몇몇 다른 회원들도 동승을 하고 말이다.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두 사람은 광안리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많은 사람의 중심에는 회장인 그가 있었다. 진희 자매는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마주친 눈빛. 남자는 다가왔고 “같이 노 젖는 배를 타자”고 했다. 둘은 바다 한가운데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의 진솔함과 사람 됨됨이에 진희 자매는 마음이 끌렸다. 헤어 질 때에 남자가 한마디를 던진다. “진희 씨, 시간나면 자주 놀러 갈께요. 그래도 되죠?” 진희는 ‘피식’ 수줍은 미소만 지었다. 그 당시 남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김해에 살고 있었기에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잊고 지낼 쯤.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후 전화가 또 왔다. 아니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거는 횟수만큼이나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후 한 달에 한번 그는 김해에 내려온다. 그러다가 2주에 한번으로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1주일에 한번 직장생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진희 자매를 만나기 위해 강행군을 하게 된다. 1년이 지나가며 두 사람은 아름다운 연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전화 한통을 받는다. “진희야, 나 지금 금강휴게소인데 서울의 모든 삶을 정리하고 지금 김해로 내려가고 있어”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삶이 행복했다. 남편의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편은 2남 1녀의 장남이었다.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 부모님에게는 참으로 귀한 자식이었다. 아버지는 교회 장로님, 어머니는 권사님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장애인과 결혼하는 것에는 극구 반대를 하셨다. 멀리 경북에서 ‘이틀이 멀다’하고 달려와 두 사람을 윽박질렀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낫을 들고 “둘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이성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방안에서 통곡만 하셨다. 나중에는 회유에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내 아들을 포기하면 평생 공부를 시켜주고, 생계비를 대 주겠다”고. 진희 자매가 견뎌내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결국 부모와 자식의 연은 조금씩 끊어져 갔고 삶은 다시 평온을 찾아갔다. 행복했지만 가슴 한켠에는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자식으로서 ‘천륜을 저버렸다’는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남편은 청첩장을 들고 부모님이 계신 봉화로 향한다. 완강하기만 하시던 아버지는 체념을 하신 듯 아무 말 없이 아들을 앞에 앉혔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아버지가 입을 여신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 “예” “그래 좋다. 대신 한 가지만 약속을 해라. 네가 선택한 만큼 그 사람을 평생 책임져라. 중간에 무슨 일이 있다고 버리는 날에는 내가 너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이후 진희 자매의 어머니와 시부모님들의 상견례를 가졌다. 어머니들은 만나자마자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물만 흘리셨다. 시어머니는 “서러움의 눈물”을 친정어머니는 “죄스러움의 눈물”을.

결혼식 당일.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시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예배당에는 교회 성도님들, 친구들, 친정 친척들이 빼곡히 앉아있었지만 시댁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역시, 안 오시는 구나’ 체념하고 있을 무렵에 관광버스 2대가 예식장에 도착한다. 시부모님은 고향의 교회 성도님들과 마을 사람들을 동반하여 달려오신 것이다. 시아버지가 진희 자매에게 다가간다.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아주며 “차가 밀려 늦게 도착하였다”고. “아가야, 미안하다”고 말을 건넨다. 결혼식은 그때부터 눈물바다를 이루었지만 양가의 축복 속에 꿈에 그리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세월이 흘러 진희 자매는 소중한 두 딸을 낳았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시부모님에게도 기대하지 못했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얼마 전 남편이 사다준 “스쿠터”는 진희 자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돌아다니는 자유인이 되었다. 장애를 넘어선 한 남자의 사랑이 상처투성이로 살아온 한 여인을 살려냈다. 장애. 그것이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영혼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희 자매는 참사랑 앞에서 자유로운 한 마리 새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고백한다. “나는 행복한 여자”라고.


  1.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미국에 처음 와서 이민선배들(?)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 어떤 말은 “맞아!”하며 맞장구가 쳐지지만 선뜻 이해가 안가는 말 중에 하나는 “누구나 자신이 이민을 온 그 시점에 한국이 멈춰져 있다.”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 사정으로 ...
    Views70592
    Read More
  2. 가시고기의 사랑

    오래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시고기는 특이한 고기이다. 엄마 고기가 알을 낳고 그냥 떠나 버리면 아빠 고기가 생명을 걸고 알을 지킨다. 그 후 새끼가 깨어나면 새끼는 아빠의 고생도 모르고 훌쩍 떠...
    Views77852
    Read More
  3. 인생의 자오선- 중년

    인생의 세대를 나눈다면 유년, 청년, 중년, 노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년은 철모르고 마냥 뛰어노는 시기이고, 청년은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꿈을 안고 달리는 시기이다. 그 이후에 찾아오는 중년, 사람들은 그렇다. 나도 그랬다. 자신의 삶에는 중년...
    Views86612
    Read More
  4. 생방송

    나는 화요일마다 필라 기독교방송국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방송명은 “밀알의 소리”. 사람들은 생방송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생방송이 체질이다. 방송을 진행한지가 어언 14년에 접어드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방...
    Views62090
    Read More
  5. 꽃은 말한다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
    Views67295
    Read More
  6. 당신은 운전중에 분노하십니까?

    “화”를 내지 않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동물도 스트레스를 주면 금방 화를 낸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띄게 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분노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불이익을 당했을 때나 자존심의 손상을 입을 때에 화...
    Views64411
    Read More
  7. 45분 아빠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
    Views63272
    Read More
  8.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3713
    Read More
  9.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1229
    Read More
  10. 부부싸움은 진정 '필요악'인가?

    부부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비슷한 성격의 부부가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을 살거나,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만 역동성이 있고,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환상의 콤비가 되는...
    Views63265
    Read More
  11.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2209
    Read More
  12.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69719
    Read More
  13. 당신의 운을 점쳐 드립니다!

    “운이 없어서 부도 당했다” “운이 없어 동업자를 잘못 만났다” “운이 없어 시험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운”(運)에 대한 말을 많이도 하고 산다. 결국 “운”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더라도 &ldq...
    Views63084
    Read More
  14. 남자와 자동차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
    Views79500
    Read More
  15.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70928
    Read More
  16. 생각, 아니면 느낌?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때로는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을 보면 감정이 없지는 않나보다. 우리는 순간마다 엄청난 생각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그...
    Views60059
    Read More
  17.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60339
    Read More
  18.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3447
    Read More
  19.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2962
    Read More
  20.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575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