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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합창단 초청 음악회>를 준비하면서 밀알 가족들의 마음은 몹시 설레었다. 대학합창단의 청아한 찬양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과 멀리서 필라델피아를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분주하게 움직였다. 비행기 운항비를 절감하기 위해서였는지 대학합창단은 무려 2-Stop 항공기를 이용하였다. 한국을 출발하여 ‘일본 나리따 공항’을 경유, 미국 ‘아틀란타’를 거쳐 필라델피아로 오는 여정이었다. 하필 밀알 화요모임이 있는 시간과 겹치는 바람에 새해 첫 모임에 설교도 하지 못한 채 일행을 맞으러 나가야만하였다. 처음 그들과 마주하는 순간에 느낀 것은 “역시 젊음은 강하다.”는 것이었다. 긴 여정임에도 대학생들은 전혀 피곤한 기색 없이 해맑은 미소로 필자를 맞았다. 내가 “환영의 말”을 하는 동안 얼마나 반응이 좋은지 오래전에 만난 것처럼 금방 친숙해 질 수 있었다.

드디어 음악회가 열리는 26일(수)의 아침이 밝아왔다. 간혹 틀리기도 잘하던 일기예보는 어쩜 그렇게 정확히 맞는지 이미 세찬 눈송이가 하늘을 물들이고 있었다. 생애 태어나서 이렇게 눈이 ‘밉살스럽게’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을 내비치며 중얼거렸다. “오후에는 갤거야.” 사실 밀알선교단 행사를 하면서 날씨에 대해서는 우리 단원모두가 항상 확신에 차있다. 기도만 하면 태풍(Thunder Storm)도 물러가고 비가 오다가도 파아란 하늘이 드러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양상이 달랐다. 새벽부터 시작된 눈은 부지런히 땅위에 흰 가루를 뿌려대고 있었다. 합창단원들에게 점심식사를 위해 눈길을 뚫고 버스운행을 강행했다. 이게 웬일인가? 한인 식당을 두 곳이나 들렀지만 문이 굳건이 잠겨 있었다. 지휘 교수님이 외쳤다. “우리는 햄버거가 좋아요.” 하는 수 없이 <버거킹>에 들러 ‘와퍼’로 식사를 대신해야 했다. 한국에서 온 학생들이라 그런지 “미국 햄버거가 맛있다.”며 먹는 모습이 너무도 고마웠다.

눈이 약해지며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비야, 세차게 내려 제발 쌓인 눈을 녹여다오!” 기도를 드리며 행사장인 한인연합교회로 이동을 서둘렀다. 교회에 들어서자 대학합창단원들은 탄성을 질렀다. 고풍스러운 예배당 분위기와 음악을 하기에 너무도 좋은 곳이라는 평가였다. 어쩌다 설교를 하기위해 한인연합교회를 찾았지만 ‘텅’ 비어있는 예배당에 들어 선 것은 나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새삼 한인연합교회 예배당이 너무도 아름다운 것을 깨달을 수 있어 좋았다. 정리가 끝이 나고 대학합창단의 리허설이 시작되었다. 부지휘를 맡은 “장민혜 자매”의 카리스마는 최 교수님과 버금가는 것을 느꼈다. 질서정연하게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합창소리가 예배당을 메워나갔다.

그들이 찬양을 준비하는 동안에 나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날씨가 궂어 어디를 다녀올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여기저기를 서성이다가 뒷자리에 앉아 입을 맞추어 가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잠시 나의 젊은 날을 회상했다. 20대 초반의 일이다. 한 달에 한번 내가 다니던 홍릉교회 성가대원들이 <경희의료원>에 찾아가 찬양을 불러 주었다. 항상 병원 맨 꼭대기부터 시작하여 각층마다 지휘자의 인도를 따라 찬송가 서너곡을 연주하였다. 첫 곡을 부를 때는 병실마다 사람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어민다. 새로운 곡이 연주되면 병원 복도에 휠체어를 탄 환자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성격이 좋은 분들은 아예 우리 성가대가 있는 곳까지 다가와서 찬양을 듣는다. 찬양의 하모니가 병원 복도를 타고 흐르면서 환우들과 가족들은 적잖이 위로를 받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었다. 그때 나는 알았다. 고난은 “사람의 마음을 가난하게 만든다”는 것을.

오후 5시가 넘으면서 수화 찬양 팀과 장애인들이 도착하기 시작하였다. 들어서는 단원들마다 입에 한숨이 가득하다. “목사님, 눈이 엄청 퍼붓네요.” 내가 받아친다. “걱정하지 마세요. 금방 괜찮아질거예요.” 내심 나도 걱정이 되었지만 목사로서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밖에는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식당에서 ‘투고’해온 저녁을 먹는 둥 마는 둥하고는 밖을 내다보았다. “아뿔싸!” 그나마 옅은 검정 색깔을 드러내던 아스팔트는 간곳이 없고 밀가루를 퍼붓듯이 눈발은 거세지고 있었다. 하늘도 거리도 온통 하얀 눈 속에 덮여가고 있었다. 예배당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기도를 드렸다. “하나님, 좋은 날씨를 주셔서 많은 사람들이 오게 해 주세요.” 내 뜻대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 성도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감사와 기도밖에 없음”을 나는 고백한다.

서서히 음악회의 막을 올릴 시간이 도래하고 있었다. 음악회 준비는 완벽하게 다 되었건만 저 눈 속을 뚫고 얼마의 청중들이 모여 올 것인가? 그것은 잔치음식을 풍성히 마련하고 손님을 기다리는 사람의 심정과 동일하였다. 그런데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눈을 하얗게 뒤집어쓰고 예배당에 들어서는 한분 한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예배를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성도님들, 밀알 장애우를 가슴으로 사랑하는 분들이 모여온 가운데 예배는 시작되었다. 영상을 타고 흐르는 “밀알 아동”들의 천진함에 모두가 미소지었고 수화 찬양 팀의 “나를 통하여”는 모여온 성도들의 가슴을 관통하고 있었다.

대학합창단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어느새 산뜻하게 갈아입은 무대 복을 입고 “입례송”과 함께 입장하는 단원들의 모습이 마치 백조와 같았다. 그들이 처음 불렀던 “온 천하 만물 우러러” 그리고 이어진 “Alleluia”는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에 충분하였고, 이어지는 찬양을 통해 우리는 한 겨울 속에서 따스한 주님의 사랑에 잠겨가고 있었다. 지루함을 감안한 듯 연주한 이 “갑돌이와 갑순이” “보리타작의 노래”는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주었으며 모든 연주가 끝나고 메아리쳐온 “앵콜”은 예배당 가득히 사람들이 가득 찬 것 같은 우렁참이 있었다. “영광”과 이어 연주된 “사울”은 마치 모두가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의 음성을 듣는 것처럼 실감나는 찬양이었다. 모두가 합창으로 화답한 “이 땅에 평화주소서!”를 통해 금년 한 해 동안 필라델피아에 주님이 부어주시는 참 평화가 깃들기를 염원했다.

폭설로 기대했던 만큼의 사람들이 모여오지는 못했지만 모든 교회가 예배를 포기한 그 시간에 한인연합교회에 모여온 200명의 성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싶다. 지휘자 최훈차 교수님이 워싱톤으로 떠나기 전에 한말이 귀에 맴돈다. “목사님, 저는 사실 관객이 한 20명 올 줄 알았습니다. 폭설이 왔음에도 기대보다 정말 많이 오셨습니다. 대단합니다.” 하늘을 올려 다 보았다. 하나님이 웃고 계신듯하다. 큰 눈 속에서 피워낸 찬양을 그분은 기뻐 흠향하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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