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31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꾸미기_Be_Different_by_mrhenrik.jpg

 

 

나는 순수한 사람이 좋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살맛이 나고 삶의 도전을 받는다. ‘순진’과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사실 경험하지 않음에서 오는 풋풋함이다. 세상 물정에 어두워 어수룩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어린 시절에는 다 순진하다. 살아온 날들이 심히 적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라날 때에는 볼거리가 별로 없었다. TV는 고사하고 라디오도 변변히 소유한 가정이 없었다. 따라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랐다. 어쩌다 동네에 낯선 사람이 들어오면 신기해서 기웃거릴 정도였다. 따라서 순진무구 그 자체였다. 사춘기 시절은 또 어땠는가? 조숙한 아이들이 이성에 눈을 뜰 때에도 나는 뭐가 뭔지 몰랐다. 소수의 아이들을 제외하고는 다 그렇게 성장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시절에 즐겨 부르던 노래가사 중에 “그때 그 눈짓이 무얼 말하는지 몰랐다.”는 가사가 나오는가보다.

요사이 아이들을 보라! 나이는 대 여섯 살 밖에 안 되어 보이는데 아는 것이 너무 많다. 말도 너무 잘한다. 보는 것이 너무 많아서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단계적으로 알아야 사는 재미가 있는데 요새 아이들은 하도 보고 듣는 것이 많아서 그런지 순진한 아이들이 드물다. 처음 미국에 와서 살아온 날들을 되새겨보면 정말 순진했다는 생각을 한다. 나보다 몇 년 일찍 와서 미국에서 살던 지인이 집에 찾아와 많은 이야기들을 해 줄때에 나는 놀란 토끼눈을 하고 경청하였다.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말이다. 세월이 지나고 나서 그가 한말의 거의 대부분이 허풍이었는데 말이다. 이민생활의 연륜이 쌓이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순진하던 내가 이제 그 순수성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한편 서글퍼지기도 한다.

‘순진’은 그 어감자체가 걱정스럽다. ‘언제 누구를 만나 어려움을 당하지는 않을까?’하는 느낌이 앞서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는 다르다. ‘순진’은 무지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모습이지만 ‘순수’는 경험과 위치가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삶의 태도이다. 순수한 사람을 만나면 청정지역에 온 것처럼 마음이 개운해 진다. 사람은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중에 나이나, 지위, 학력, 직업에 따라 ‘틀’이 생긴다. 그런데 순수한 사람에게는 그 선입견을 무너뜨리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만났는데 그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을 때에 사람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는다. ‘순수’는 다른 말로 단순이다. 꼼수를 두지 않는다. 사람을 피곤하게 만들지 않는다. 보이는 모습 자체가 그렇기 때문이다.

‘순수’는 물질과 많은 연관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돈’이 개입되면 순수성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돈’은 다른 말로 ‘욕심’이다. 따라서 이해관계에 초연한 모습이 ‘순수’이다. 타산을 따지고 사람을 만나는 사람은 순수한 사람이 아니다. 내가 항상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말이 있다. “만나서 쓸데 있는 이야기보다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관계가 진짜 친한 사이이다.” 물론 내 지론이다. 입을 열 때마다 ‘저 사람이 무슨 의도를 가지고 저런 말을 할까?’ 분석을 하며 대화를 나눈다면 너무 피곤하지 않은가? 그냥 만나는 그 자체로도 에너지를 받을 수 있는 그런 만남이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 간다. 그런데 이런 나의 순수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데에 고민이 있다.

순수가 지나치면 ‘푼수’가 된다. 순수한 것 까지는 좋은데 상황과 주위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신을 드러내는 모습이 ‘푼수’이다. 어떤 색의 안경을 쓰고 세상을 보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리 보이듯이 ‘푼수’를 좋게 보면 ‘순진무구’가 되지만 다른 각도로 보면 전라도 말로 “푼수띠기”가 되어 사람들의 이맛살까지 찌푸리게 만든다. ‘푼수’는 주위사람들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 거침이 없다. 시원시원하기는 한데 위험성이 높다. 마치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스타일이 ‘푼수’이다. 철이 없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상황파악이 안된다고 할까?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존재가 ‘푼수’이다. 그런데 그 ‘푼수’ 곁에는 사람들이 꼬인다. 나이가 들수록 ‘푼수’는 자신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즐거움을 준다. 따라서 ‘순수’와 ‘푼수’는 구별하기가 정말 힘들다. ‘푼수’는 정신적, 육신적으로 건강하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평판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기 때문이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이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에게 묻고 싶다. “‘순수’예요. ‘푼수’예요?” 웃으면 당신은 ‘푼수’이다.


  1. 가시고기의 사랑

    오래전 조창인의 소설 ‘가시고기’가 많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시고기는 특이한 고기이다. 엄마 고기가 알을 낳고 그냥 떠나 버리면 아빠 고기가 생명을 걸고 알을 지킨다. 그 후 새끼가 깨어나면 새끼는 아빠의 고생도 모르고 훌쩍 떠...
    Views77734
    Read More
  2. 인생의 자오선- 중년

    인생의 세대를 나눈다면 유년, 청년, 중년, 노년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유년은 철모르고 마냥 뛰어노는 시기이고, 청년은 말 그대로 인생의 푸른 꿈을 안고 달리는 시기이다. 그 이후에 찾아오는 중년, 사람들은 그렇다. 나도 그랬다. 자신의 삶에는 중년...
    Views86533
    Read More
  3. 생방송

    나는 화요일마다 필라 기독교방송국에서 생방송을 진행한다. 방송명은 “밀알의 소리”. 사람들은 생방송이 힘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나에게는 생방송이 체질이다. 방송을 진행한지가 어언 14년에 접어드는 것을 보면 스스로 대견함을 느낀다. 방...
    Views61980
    Read More
  4. 꽃은 말한다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
    Views67218
    Read More
  5. 당신은 운전중에 분노하십니까?

    “화”를 내지 않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동물도 스트레스를 주면 금방 화를 낸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띄게 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분노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불이익을 당했을 때나 자존심의 손상을 입을 때에 화...
    Views64350
    Read More
  6. 45분 아빠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
    Views63178
    Read More
  7.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3605
    Read More
  8.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71119
    Read More
  9. 부부싸움은 진정 '필요악'인가?

    부부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비슷한 성격의 부부가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을 살거나,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만 역동성이 있고,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환상의 콤비가 되는...
    Views63162
    Read More
  10.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2119
    Read More
  11.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69598
    Read More
  12. 당신의 운을 점쳐 드립니다!

    “운이 없어서 부도 당했다” “운이 없어 동업자를 잘못 만났다” “운이 없어 시험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운”(運)에 대한 말을 많이도 하고 산다. 결국 “운”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더라도 &ldq...
    Views63062
    Read More
  13. 남자와 자동차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
    Views79469
    Read More
  14.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70909
    Read More
  15. 생각, 아니면 느낌?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때로는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을 보면 감정이 없지는 않나보다. 우리는 순간마다 엄청난 생각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그...
    Views60041
    Read More
  16.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60294
    Read More
  17.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3425
    Read More
  18.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2935
    Read More
  19.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5686
    Read More
  20.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27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