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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겨울은 몹시도 추웠다. 눈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그 지리한 겨울의 한복판에서 “언젠가는 봄이 오겠지. 아마 금년에는 봄이 다른 때보다 더 빨리 올거야!”하는 기대감에 살았다. ‘썸머 타임’이 시행된 지 일주일 만에 정확히 지난 19일(토) 우리 집 안마당에 커다란 개나리가 그 꽃망울을 터뜨렸다. 얼마나 반가웠던지. 꽃이 피기 며칠 전에 아내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개나리가 곧 필 것 같은데…” 나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 때문에 그랬고 저만치서 바라본 개나리는 아직 앙상한 가지만 드러내고 있었기에. 그런데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뜨락에 개나리가 노오란 꽃잎의 자태를 드러내며 ‘팡파레’를 울리고 있다. 역시 개나리는 봄을 알리는 전령인가보다! 개나리를 시작으로 목련, 벚꽃이 서서히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겨울이 길어서일까? 금년에는 유독히 개나리에 관심이 쏠렸다. 개나리는 물푸레 나무과에 속하는 낙엽관목으로서 노란색의 꽃은 매력이 넘친다. 개나리는 생존력이 강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비탈길이나 담벼락에 흐드러지게 피어나며 꽃 중에 개나리가 봄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준다. 개나리에 다가가 꽃잎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오밀조밀하게 조화를 이룬 개나리 잎이 신비하기가 이를데 없다. 꽃에는 수술이 2개, 암술이 1개 들어 있다. 열매는 계란 모양이거나 약간 편평하고 끝이 뾰족하며 9월에 익는다. 열매 안에 들어 있는 씨는 흙색으로 날개가 달려 있다.

개나리 꽃을 보며 사람들은 봄이 오는 것을 실감한다. 우리 집 개나리도 마찬가지이지만 햇볕이 잘 드는 양지바른 곳에 서있는 개나리는 잘 자라고 꽃망울도 금새 피워낸다. 추위도 잘 견디고 모든 악조건을 묵묵히 이겨내는 강점이 있다. 겨울에 그 많은 눈들이 올 때에도 개나리는 나뭇가지 하나 꺾이지 않은 채 의연한 모습으로 견뎌내더니 따스해 진 봄볕에 노오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개나리는 잎보다 꽃이 먼저 피어난다. 샛노란 개나리꽃이 봄을 환영하고는 어느새 파릇한 잎들이 개나리의 화려한 모습을 감싸버리고 만다. 그래도 개나리는 웃고 있다. 꽃이 필 때에 지는 날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바람에 지는 꽃이 슬픔에 우아함을 잃지 않듯 개나리는 밤새 더 피어나 오가는 사람들의 가슴에 미소를 안기고 있다.

“♪나리 나리 개나리 잎에 따다 물고요 병아리 떼 종종종 봄나들이 갑니다♬” 동화작가 윤석중 님은 그렇게 처음 학교를 찾아간 우리들에게 동심을 심어주었다. 개나리는 잎이 나오기 전에 나뭇가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샛노란 꽃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무리를 지어 피어나는 개나리도 아름답지만 우리 집 안마당에 개나리꽃은 홀로피어도 아름답고 귀하다. 노란빛은 희망과 평화를 상징하고, 누구에게나 마음의 안정을 주는 색깔이다. 물론 개나리보다 먼저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노란 꽃으로 봄 치장을 하여 겨울잠에서 대지를 깨운다. 그래도 무르익어가는 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꽃은 개나리가 단연 으뜸이다.

개나리는 네 개의 꽃잎으로 갈라져 있으나 아랫부분은 합쳐져 있다. 얼핏 서양의 종 모양이 연상되는데 그래서인지 개나리의 영어 이름은 ‘황금종(golden bell)’이다. 땅에서부터 여러 가닥의 줄기가 올라와 포기를 이룬다. 그대로 두면 가지가 활처럼 휘어져 밑으로 처진다. 약간 높은 언덕바지에 산울타리로 심어 두면 꽃 피는 계절에 올려다보는 경치가 일품이다. 꽃이 진 개나리는 맑은 날의 우산처럼 쓰임새가 없는 것으로 알기 쉽다. 그러나 가을에 열리는 볼품없는 열매가 옛날에는 귀중한 약재로 쓰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개나리의 열매는 연교(連翹)라 하여 한약재로 쓰였다. 종기의 고름을 빼고 통증을 멎게 하거나 살충 및 이뇨작용을 하는 내복약으로 쓴다. 조선시대에 임금님께 올리는 탕제로 처방했다는 기록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귀한 약재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나리 열매는 그렇게 흔치는 않다.

개나리의 꽃말은 “희망”이다. 어린 시절에 개나리가 꽃을 피워내면 종달새가 날아와 “희망”을 노래했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봄은 오듯이 삶의 곤고함이 견디기 힘들지라도 희망은 기쁜 소식을 안고 달려오는 원리를 사람들은 알았으면 한다. 개나리꽃이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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