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501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교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에 간 사이에 밀알 가족들 중에 두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아내의 전화를 통해 두 분의 소천소식을 들었을 때에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미 암과 투병 중이셨던 상황이지만 내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에 이 세상을 떠나 버린 두 분에게 야속한 심정까지 드는 것은 너무도 사랑을 받고 사랑했던 분들이기 때문이리라! 조금만 더 참으시지 하필 내가 없는 사이에 떠나시다니! 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던가. 사람의 생명이 그분에게 있는데 어찌 떠나가는 시간을 두고 원망을 하겠는가?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쉽지만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 바로 그 시간에 가셨어야 했음을 깨달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황옥인 집사님! 채 50이 되지 않은 나이에 가셨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항상 긍정적이시고 씩씩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교회에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주님의 일을 감당하셨고 영어에 능통하여 어린 영혼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는 일에 헌신하던 집사님이셨다. 10여 년 전에는 밀알선교단 “토요 사랑의 교실”에 오셔서 장애아동들을 돌보시던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 근래에는 부군 이철민 전 이사장님을 도와 누구보다 밀알사역에 적극 동참하셨다.

3년 전 여름.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황 집사님의 남편인 이 권사님의 목소리였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권사님의 음성으로 “황 집사님이 근육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접했다. 허벅지 밑으로 암이 생긴 희귀병이었다. 나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워낙 의술이 발달되어 있기에 그랬고 누구보다 씩씩한 황 집사님이 암을 ‘훌훌’ 떨쳐내고 일어서리라 확신했다.

키모데라피가 시작되자 무성하던 황 집사님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였다. 심방을 가자 가발을 쓰고 우리 부부를 맞았다. 가발이 너무 자연스러워 농담까지 하면서 함께 기도했다. 의사를 잘 만난 까닭에 집사님의 병은 호전되었고 암 근원을 도려내는 수술을 끝내고 완치 단계에 들어갔다. “역시 황 집사님이야.” 축하하며 암에서 나았음을 감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암은 재발되고 온몸으로 전이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염려하며 찾아간 병원에서 황 집사님을 만나는 순간에도 “능히 이기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병원에서는 “불가능”의 판결을 내렸다 할지라도 병을 대하는 황 집사님의 반응을 통해 “쾌유”의 기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저버린 채 집사님을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장순자 권사님! 권사님이 처음 밀알모임에 나오던 날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단발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멋쟁이셨다. 찬양을 할 때면 흥에 겨워 춤을 추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들의 진정한 친구로 살았던 분이 장 권사님이셨다. 밀알선교단에 들어 설 때면 항상 밝은 얼굴로 “할렐루야!”를 외치셨고 장애인들을 부둥켜안으며 춤을 추셨다. 단장인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힘을 주셨다. 시간을 물론이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누구보다 앞장서서 봉사하시던 분이었다. 향학열에 불붙어 늦깍이 신학공부에 전념하시더니 학위를 끝내시고 모 교회 전도사님으로 임명을 받기에 이른다.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는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암 치료를 받으시며 머리칼에 문제가 생겨 심방을 가면 멋진 두건을 쓰시고 일행을 맞았다. 병이 악화되어 PENN 병원 중환자실에서 끔찍한 암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셨다. 재작년 겨울이던가? 혹한의 날씨에 병원을 찾았을 때 권사님은 피가래를 쏟아내며 고통스러워하셨다. 절박한 신음소리는 병실을 들어서는 나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목사님, 내가 빨리 천국에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권사님의 절규에 애처로워 울었다. 병세가 호전되어 집에서 가료 중이셨는데 권사님도 속절없이 떠나버리고 말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두 분의 죽음에 안타까움이 더한 것은 아직은 한창 사실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요, 누구보다 장애인들을 사랑하셨던 분들을 잃어버린 아쉬움 때문이다. 밀알 곳곳에 두 분의 체취가 묻어있는데 아무리 그리워해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집사님, 권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두 분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1. 꽃은 말한다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
    Views65479
    Read More
  2. 당신은 운전중에 분노하십니까?

    “화”를 내지 않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동물도 스트레스를 주면 금방 화를 낸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띄게 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분노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불이익을 당했을 때나 자존심의 손상을 입을 때에 화...
    Views62704
    Read More
  3. 45분 아빠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
    Views61610
    Read More
  4.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2109
    Read More
  5.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69288
    Read More
  6. 부부싸움은 진정 '필요악'인가?

    부부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비슷한 성격의 부부가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을 살거나,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만 역동성이 있고,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환상의 콤비가 되는...
    Views61534
    Read More
  7.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0534
    Read More
  8.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67781
    Read More
  9. 당신의 운을 점쳐 드립니다!

    “운이 없어서 부도 당했다” “운이 없어 동업자를 잘못 만났다” “운이 없어 시험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운”(運)에 대한 말을 많이도 하고 산다. 결국 “운”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더라도 &ldq...
    Views61249
    Read More
  10. 남자와 자동차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
    Views77556
    Read More
  11.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69131
    Read More
  12. 생각, 아니면 느낌?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때로는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을 보면 감정이 없지는 않나보다. 우리는 순간마다 엄청난 생각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그...
    Views58515
    Read More
  13.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58727
    Read More
  14.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1944
    Read More
  15.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1470
    Read More
  16.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4262
    Read More
  17.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1422
    Read More
  18.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3698
    Read More
  19.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3505
    Read More
  20.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506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