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5:09

시장통 사람들 9/2/2011

조회 수 7735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IE001028441_STD.jpg

 

우리 한국의 매력은 재래시장에 있다. 백화점이 동네를 점령하면서 편리한 생활이 보장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역시 재래시장에 가야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다. 미국에 살면서 항상 그리운 것은 재래시장의 정겨움이다. 시장 한구석에 퍼질러 앉아 순대와 오뎅을 먹다가 매운 떡볶기 한 조각을 곁들이면 살아있는 것이 실감나서 좋았다. 서울에는 나름대로 개성을 가진 시장이 즐비하다. 지금은 그 자취를 감춘 지 오래지만 황학동 ‘도깨비 시장’에 들르면 희한한 물건들이 넘쳐흘렀다. 한참을 둘러보고 청계천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볼거리가 즐비했다. 뱀 장사의 입담에 웃음 짓고, 못 보던 약판을 벌여놓고 소리치는 약장사의 꾀임에 넘어갈 뻔도 하며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나면 가슴이 시원해졌다.

시장통은 인생의 단면도를 보는 것만 같다. 시장상인들의 특징은 억척스러움이다. 새벽에 시장상가의 문이 열리면 정신없이 하루를 돌아친다. 그렇게 인생도 바쁘게 살다보면 마감의 순간이 다가오는 것 같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도 분주하게 그러면서 성실하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삶의 톱니바퀴를 이어가고 있다. 다양함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시장통이다. 시장통 사람들은 오늘도 눈을 뜨면 시장에 나가 가게 문을 열어제낀다. 끼니는 식은 밥에 나물을 비벼 먹을 때가 많다. 때로는 부러 터진 라면에 김치를 올려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그러다가 가게에 들어선 손님을 맞이하느라 일어나기 편한 몸뻬를 입고 살아온 지도 반평생이 넘은 분들이 많기도 많다. 거친 물건들을 수십년 만지다보니 하루라도 물기 마를 날 없는 손마디엔 주름이 가득하다. 비린내 나는 생선 가게 아줌마와 젓갈 할머니의 손이 인상적이다.

언제나 새벽 별을 머리에 이고 왔다가 언제나 마지막 버스를 타고 가는 시장통 사람들. 파 와 마늘을 다듬어 상품을 만들고 고추 매듭을 따는 손길이 능숙하다. 해마다 명절이 다가오면 사람들은 서둘러 고향으로 향하지만 ‘명절대목’에 정성을 쏟다보니 시집온 이후 시장통에서 보낸 세월이 반백이 되었다고 탄식하는 할머니의 넋두리가 정겹다. 그래도 그렇게 고생한 끝에 아이들 번듯하게 대학 물 먹이고 아파트 얻어 남부럽지 않을 만큼 살아가는 것이 고맙기 그지없단다. 속절없이 흘러 가버린 젊은 날의 뒤안길.

이제는 영감 허리춤을 붙잡고 세상구경이라도 하련만 자고 일어나면 북새통을 이루는 삶의 터전이 오늘도 분주하다. 그렇게 시장판에서 상가 사람들과 정을 주고 받다보니 세월은 머리에 흰 가루를 뿌렸고 어제도 오늘도 청춘과 애환을 비벼 바치는 시장이 너무도 사랑스럽단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한결같은 시장통 사람들은 부지런히 움직인다. 자꾸만 “사라.”고 한다. ‘싸구려 싸구려’ 소리를 치며 “사라”고 한다. “가요, 가요, 짐요, 짐요.” 빈 수레를 끌고 가며 연신 소리를 지른다. 여기저기 쓰러진 삶의 잔재들이 아무렇게나 밟히는 시장통. 어디선가 “된 놈 안된 놈” 언성 높여 싸우는 소리. 누가 또 삶의 밥그릇을 밟았나 보다. 눈 을 부라리며 연신 삿대질 해가며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시장통 광경.

나이가 들어가며 기력이 쇠하여 진때에 아들이 가게로 돌아왔다. 대학을 나오고 번듯한 직장에 다니던 아들이 ‘명퇴’를 당하며 시장통 사람이 된 것이다. ‘내 비록 시장통에서 억세게 살아왔지만 아들만은 그 고생 안 시키려고 했건만’ 인생이 어찌 사람 뜻대로 된다던가? 아들이 가업을 이어 제법 상인 흉내를 내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가도 대견하고 이제는 든든한 마음까지 든다. 어차피 한세상을 살아가는 것. 꼭 화이트칼라에 넥타이를 매고 살아야 잘 사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함께 시장통에 나온 며느리의 장사솜씨가 야물어(호남 사투리: ‘알차다’는 뜻) 그것 또한 신통하기 이를 데 없다.

그렇게 오늘도 시장통의 밤이 깊어간다. 그렇게 오늘도 지구촌 시장의 어두움이 깔린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팔면서 신이 나고 필요한 물건을 흥정 끝에 얻고 나면 성취감에 즐거워하는 곳. 시장통 사람들은 그런 재미를 놓지 못해 새벽에 일어나 눈을 비비며 시장으로 향한다.

 


  1. 꽃은 말한다

    봄이다. 난데없이 함박눈이 쏟아져 사람들을 ‘화들짝’ 놀라게 하지만 봄은 서서히 대지를 점령해 가고 있다. 가을을 보내며 만났던 겨울. 화롯불에 고구마를 구어 먹는 옛 정취는 사라졌지만 그런대로 겨울 찬바람에 정이 들어갔다. 간간히 뿌리...
    Views65419
    Read More
  2. 당신은 운전중에 분노하십니까?

    “화”를 내지 않는 존재는 세상에 없다. 동물도 스트레스를 주면 금방 화를 낸다. 식물도 마찬가지이다. 눈에 띄게 동적이지는 않지만 이산화탄소를 뿜어내며 분노한다. 하물며 사람은 어떨까? 불이익을 당했을 때나 자존심의 손상을 입을 때에 화...
    Views62650
    Read More
  3. 45분 아빠

    최근 해외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아빠의 마지막 45분'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올라왔다. 사진 속에는 위독해 보이는 한 남성이 산소마스크를 낀 채 신생아를 안고 있다. 무슨 사연일까? 52세의 “Mark”라는 환자가 있었다. 생...
    Views61546
    Read More
  4. 내적치유의 효험

    상처가 상처인지도 모르고 살던 때가 있었다. 당장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판국에 내면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던 것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해결 되어가고 삶의 여유가 생기면서 사람들에게는 참 평안을 누리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찾아 왔다. 환경이 ...
    Views62041
    Read More
  5. 추억의 색깔을 음미하며

    인생이 힘들고 기나긴 여정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가끔 떠오르는 추억이 미소를 머금게도 하고 잠시 현실의 무게를 덜어주기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흐를수록 사랑의 색깔이 달라진다. 사람들은 그 색깔을 다시 음미하고 싶어 추억의 장소를 찾아간다. 사진첩...
    Views69221
    Read More
  6. 부부싸움은 진정 '필요악'인가?

    부부는 대체적으로 다른 사람들이 만난다. 비슷한 성격의 부부가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지만 밋밋한 삶을 살거나, 극단적으로 가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서로 다르다는 것은 힘들어 보이지만 역동성이 있고, 몇 번의 고비를 넘어가고 나면 환상의 콤비가 되는...
    Views61495
    Read More
  7. 아, 결혼 30주년!

    누구에게나 인생을 살다보면 절벽을 만나는 때가 있다. 돌아보면 내게도 크고 작은 시련들이 다가오고 물러갔다. 그중에서도 20대 후반에 접어들며 내 앞에 거대하게 다가온 절벽은 “결혼”이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장애인이라고 결혼을 ...
    Views60475
    Read More
  8. 이름 묘학

    사람은 만나면 이름을 묻는다. 이상하리만큼 이름이 그 사람의 인상과 조화를 이룬다. 때로는 이름을 물어놓고도 반응하기 어려울 만큼 희한한 이름도 있다. 참 묘하다. 이름이 그래서 인지, 아니면 이름을 부르다보니 그런 것 인지? 이름과 그 사람의 분위기...
    Views67709
    Read More
  9. 당신의 운을 점쳐 드립니다!

    “운이 없어서 부도 당했다” “운이 없어 동업자를 잘못 만났다” “운이 없어 시험에 떨어졌다” 사람들은 “운”(運)에 대한 말을 많이도 하고 산다. 결국 “운”은 있는 것일까? 있다고 하더라도 &ldq...
    Views61196
    Read More
  10. 남자와 자동차

    십 수 년 전, 늦깎이 이민을 L.A.로 왔다. 그때가 40대 중반이었으니까 이민을 결단하기에는 위험이 따른 시기라 할 수 있었다. 지금이야 필라 밀알선교단에서 소신껏 사역을 하고 있지만 처음 맨주먹으로 이민을 왔을 때에 상황은 그리 녹록치만은 않았다. ...
    Views77489
    Read More
  11. 로봇다리; 세진 엄마

    내가 배 아파 낳은 자식을 키우기도 힘이 드는데 아무 연고도 없는 아이를 입양하여 멋지게 사는 분이 있다. “양정숙”씨(47)는 장애인 시설 자원봉사를 갔다가 운명처럼 만난 “세진”이를 아들로 입양한다. 그것도 두 다리와 오른손 ...
    Views69075
    Read More
  12. 생각, 아니면 느낌?

    사람은 감정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도 때로는 화를 내며 달려드는 것을 보면 감정이 없지는 않나보다. 우리는 순간마다 엄청난 생각을 흘려보내며 살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천재는 99%의 노력과 1%의 영감으로 만들어진다.”고 했는데 사실 그...
    Views58457
    Read More
  13. 박첨지 떼루아!

    내가 어린 시절에는 볼거리가 거의 없었다. 따라서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에게는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장난감이었다. 학교를 오가며 논길에 들어서면 거의 모든 것을 훑고 지나다녔다. 강아지풀을 잡아채어 입에 물고 다니는 것으로 시작하여 막 피어나는 ...
    Views58671
    Read More
  14.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는 걸까? 요즈음 아내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추억에 젖어 보는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은 이런 질문을 저절로 하게 만든다. 몇 주 전에 한 교회를 방문했다. 예배를 마치고 친교시간에 담임 ...
    Views61804
    Read More
  15. 아내로 하여금 말하게 하라!

    나이가 들어가는 부부가 행복해 질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감정과 대화가 통할 때에 행복지수는 높아진다. 여자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가 입으로 간다. 나이가 들수록 말이 많아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할 말과 안할 말의 경계가 나이가 들수록 ...
    Views71305
    Read More
  16. 2016년 첫 칼럼 나를 찾는 여행

    새해가 밝았다. 2016년이 시작되는 날이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소망을 품고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을 간절히 바라며 신년호에 올랐다. 사람들은 만나면 서로를 알기위해 애를 쓴다. 고향부터, 가족과 친구관계. 그리고 그 사람의 취향과 재능까지 속속들이 알아...
    Views64105
    Read More
  17.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1256
    Read More
  18.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3518
    Read More
  19.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3334
    Read More
  20.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489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