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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밤이 막을 내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청난 인파가 자리를 메우고 들뜬 분위기로 밀알의 밤은 연출되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인 것을 자랑하고 그것을 행사의 성공기준으로 삼는 것 같은 속성에 빠져있는 나를 발견하고 스스로 놀랐다. 금년 밀알의 밤은 조금은 다른 모습이기를 바랬다. 계획처럼 행사는 예년에 비해 소박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진행되었다. 우리 밀알의 보배인 “사랑의 교실” 아동들은 의젓하게 국악연주로 오프닝을 장식해 주었고 두 달 가까이 연습을 거듭했던 수화 찬양팀은 “나는 어린양을 따르리!”를 완숙하게 연주하였다. 이승복 박사의 잔잔한 간증이 가슴을 적셔왔고 시각장애의 고통을 클라리넷에 담아 들려주는 장성규 형제의 영감 넘치는 연주는 사람들에게 뭉클함을 안겼다.

밀알의 밤이 열리면 열일을 젖혀놓고 찾아오는 소중한 분들이 있다. 그 분들의 사랑과 관심이 있기에 신명나게 이 귀한 사역을 감당할 수 있는 것 같다. 그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행사를 마치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귀가할 수 있었다. 집에 들어서면서 발밑으로 낙엽이 밟혀옴을 느꼈다. “바스락 바스락” 바쁘게 돌아치다보니 낙엽이 지는 것도 모르고 달려왔다. 우리 집 앞마당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커다란 나무가 버티고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뭐가 그리 급한지 가을이 오는가 싶으면 낙엽을 떨어내기 시작한다. 커다란 나뭇잎과 잔디가 엉켜 처리가 곤란 해 지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초봄에 나뭇가지 끝에서 고개를 내어미는 새싹은 희망의 상징이다. 그러다가 펼쳐내는 초록의 향연은 심장을 뛰게 만든다. 마치 ‘20대의 풋풋함’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누구에게나 청년기가 있다. 나에게도 눈을 감으면 ‘배시시’ 입가로 미소가 번져 나오는 젊은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세월이 더디 갔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혼이 나면서도 장발을 고수했다. 불편한 다리를 끌고 친구들과 방방곡곡 산과 들을 섭렵했다. 세상은 좁아보였고 무서운 줄도 모르며 마냥 젊음을 만끽했다. 언제나 젊을 줄 알았다. “청춘”은 항상 내 곁에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덧 인생을 깊이 반추하고 책임을 져야만 하는 낙엽의 세대로 치닫고 있다.

낙엽 속에는 인생이 숨겨져 있다. 지난 여름 멋지게 푸르른 잎을 뿜어 낼 때에 찾아와 온갖 이야기를 들려주던 새와 나비, 벌과 온갖 친구들과의 추억이 낙엽 속에 담겨져 있다. 세찬 비바람이 몰아치던 여름밤에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갈까봐 가슴 조리던 공포의 순간이 낙엽에 새겨있다. 낙엽을 보면 나무의 이름을 알 수 있듯이 나이가 들어가는 그분의 뒷모습에서 우리는 그분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를 가늠 할 수 있다.

지금처럼 현란한 통신시설이 전혀 없던 시절에 낙엽을 주워 책갈피에 꽂아 넣던 때가 있었다. 누군가에게 낙엽편지를 보내기 위해서였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도 아련한 추억이다. 보기 좋게 펼쳐진 낙엽위에 알알히 써 넣은 편지를 그 사람은 지금도 간직하고 있을까? 나무로부터 작별인사를 받으며 땅위에 사뿐히 내려앉는 낙엽도 있지만 아직 머무르고 싶은 나뭇가지로부터 냉정하게 버려져 땅위에 뒹구는 낙엽도 있다.

오늘도 필라델피아 숲에서는 형형색색의 낙엽들이 춤을 추듯 내려앉고 있다. 달리는 차창으로 낙엽은 향연을 벌이듯이 날아 앉는다. 낙엽이 말을 걸어온다. “나도 지난봄에 피어 날때는 너무도 화려했었어요. 여름의 나의 모습은 너무도 싱그럽고 짙은 푸른 녹음이었지요.”라고. 이제 가을 색깔로 치장을 하고 낙엽들은 나무와 안녕을 고하고 있다. 때마침 내리비추는 가을 햇살이 낙엽의 마지막 순간을 찬란하게 만들어 준다. 우리도 낙엽을 생각해야 한다. 언젠가는 우리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려야만 한다. 아직도 부여잡고 있는 이기심과 욕심을 그래서 우리는 버려야 한다. 낙엽이 되어 스러져 간다 해도 누구나 아름답게 바라보는 그런 낙엽 인생을 살아야만 하는 것이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열매 위에 이틀만 더 남국의 햇빛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주소서』-라이너 릴케의 “가
을 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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