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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듣지못하는여동생-1.jpg

 

언젠가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둔 한분과 긴 시간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여동생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견디기 힘든 시간이 많았다.”는 고백부터 “그 여동생을 한국에 남겨두고 미국에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너무 싫어질 때가 많다.”고 하였다. 필자는 장애인이다. 이렇게 말하면 남녀차별적인 발언이라 할지 모르지만 같은 장애인이라 할지라도 성별에 따라 장애를 견뎌내는 차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적으로 볼 때에 남자 장애인들은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잘 견디어 나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연약한 여인에게 장애는 너무나 버거운 멍에임에 틀림이 없다.

여기 장애인 여동생을 둔 한 남자가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여동생의 정신적 지주였고 인간지팡이로 살았다. 그런데 그는 군 입대를 앞두고 있다.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장애를 가진 여동생을 두고 군대에 가야 한다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워 밤잠을 설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여동생은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를 마쳤다. 지금은 집에서 너무나 적은 월급이지만 재택으로 컴퓨터 워드입력 일을 하고 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 출근을 하고나면 여동생만이 홀로 집에 남겨져야만 한다. 그 사실이 군 입대를 앞둔 오빠의 마음을 짓눌러 온다. 어디서 배웠는지 여동생은 언제부터인가 담배를 피운다. 몸도 약한 아이가 담배까지 피우는 것이 오빠로서는 너무 안타까웠다. 완강하게 야단을 치고 담배를 끊게 하려고도 했지만 ‘얼마나 답답하면 피울까?’하는 생각이 들어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어린 시절 명절을 쇠느라 시골에 갔다 오다가 사고가 났다. 차에는 온가족이 타고 있었는데 여동생만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명치 아래로 신경이 죽어서 휠체어 생활이 시작되었고 그날부터 집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삶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다가 어떤 모임에 나가게 되었는데 친절하게 대해주는 한 남학생에게 호감을 가졌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청년은 여동생을 그냥 호기심, 동정심 이런 걸로 관심을 보였을 뿐이라는 사실과 그 청년이 다른 자매와 가까이 지내는 것을 보면서 많은 실망에 휩싸이게 된다. 내성적이고 감성적인 그녀는 큰 상처를 받게 되었다. 사람들은 장애인들도 이성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똑같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오빠는 고백한다. 중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장애인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이 못내 수치스러웠다고, 장애인 동생이 있는 것을 알고 수군거리는 친구들이 못마땅했고 이상한 질문과 소문을 내는 아이들과 싸운 적도 많이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면 방에 들어 앉아 인기척도 안내는 동생의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장애를 가진 모습을 남에게 보이기 싫어하는 여동생이 그래서 더 불쌍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장애인들이 사는 길은 하나이다.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한다. 집밖으로 나와 사람들을 만나는 순간부터 새 세상이 열리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힘이 들고 많은 사람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가 힘들겠지만 만남을 통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대한 공을 세운 것이 “밀알선교단”이다. 미주 밀알도 그렇지만 한국에 가보니 수십년 집안에서만 살고 있던 많은 장애인들을 밀알선교단으로 이끌어내며 삶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 놀라운 사례들이 즐비하다.

장애인을 가족이 품고 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장애인들을 만날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가족 이상으로 사랑하고 보살펴주는 가슴 따뜻한 분들을 만나야 새로운 인생이 열리는 것이다. 달걀은 그냥 놓아두면 언제까지만 달걀로 끝난다. 하지만 어미 닭이 21일을 품으면 달걀은 병아리로 변한다. 병아리로 태어날 때에도 달걀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은 병아리가 스스로 해야만 한다. 장애의 무게가 버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에 개의치 않고 도전과 모험을 감당하는 분들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축복이 예비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다. 여동생을 사랑하는 오빠를 위로하고 싶다. 그리고 알려주고 싶다. 세상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천사들이 도처에 살고 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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