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1.07.23 12:47

사는게 영화다

조회 수 1307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윤정희.jpg

 

 

 

 

  어느 시대나 그때그때마다 삶의 버거움을 벗겨주는 스타가 있었다. 요즈음의 대세는 BTS, 레드벨벳이라지만 아날로그 시절에는 고달픈 인생을 위로해 주는 청량음료 같은 스타들이 때마다 등장했다. 초등학교 시절에 스타는 프로레슬러 김일이었다. 어쩌다 경기가 열릴라치면 동네 전체가 술렁거렸다. 호랑이와 곰방대가 그려진 가운을 걸치고 링에 오르면 모두의 심장은 고동쳤다. 드디어 종이 울리고 경기가 시작된다. 작전이 그랬는지, 컨디션 때문인지. 김일은 초반에는 상대선수에게 흠씬 두들겨 맞으며 고전을 한다. 워낙 거친 경기라지만 심하다 할 정도로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할 때 어린 마음은 쪼그라 들었고 사람들은 탄식을 했다. 그러다가 회가 거듭하고 극한 상황에 이를때에 김일의 박치기가 작렬한다. 기세등등하던 상대 선수는 박치기 한방에 나가 떨어지고 우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흥분했다. 드디어 상대선수의 몸에 김일의 몸이 겹쳐지고 , , 쓰리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김일의 승리이다.

 

  아버지는 경찰이었다. 따라서 극장의 프로가 바뀌면 지소(파출소)로 초대권이 배당되었다. 당시 경찰의 권위는 대단했다.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나는 보고싶은 영화를 마음껏 볼 수 있었다. 그것도 가장 좋은 좌석에서 말이다. 나이가 들어가도 영상을 보는 것이 한없이 즐거운 것은 그런 삶의 배경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장동휘, 박노식, 독고성, 문오장의 액션은 내 가슴을 들뜨게 했다. 그러면서 곱디고운 여배우들에게 매혹되어 가며 나이를 먹어갔다. 한국 영화 최초 여성트로이카는 남정임, 문희, 윤정희이다. 톡톡 튀는 연기로 인기를 끌었던 남정임은 젊은 나이에 암투병을 하다가 가장 먼저 이 세상을 떠나갔다. 문희는 깊은 심연의 눈이 매력이었는데 인기가 오르자마자 모재벌과 가정을 꾸미며 스크린을 떠났다. 그리고 남은 윤정희.

 

 본명은 손미자이다. 전남여고를 거쳐 중앙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파리 3대학에서 수학한 정통파 인테리배우이다. 대한민국 여자 석사 배우 1호 윤정희는 1966년 경이로운 1,200:1의 경쟁률을 뚫고 합동 영화 주식회사의 신인배우 오디션에 합격하여 <청춘극장>으로 데뷔하여 곧바로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다. 이후 무려 330편의 영화에 출연한 불세출의 배우였다. 2010. 이창동 감독의 영화 <>의 주연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며 활동을 했지만 이제는 77세 고령의 나이에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더한다. 영화 <>에서 알츠하이머를 앓는 미자를 연기했는데 우연치고는 운명처럼 주인공 미자와 같은 병으로 노년에 삶은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윤정희는 말했다. “사는게 영화다그 한마디에 무언가 표현하기 힘든 물결이 밀려왔다. 더디가는 것 같던 세월이 돌아보면 엄청 빠르게 지나갔음을 실감한다. 그러면서 맞아, 사는게 영화야~” 외치게 된다. 유행가 가사처럼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고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청춘은 그렇게 저만치 멀어져 갔다. 스크린에서 만났던 윤정희의 모습이 나이가 들어도 멋지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겠다. 동쪽에서 이글거리며 떠오르던 태양이 저녁이 되면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멋지게 넘어가는 것처럼 말이다.

 

  가수는 자신이 부른 노래 가사처럼 살고, 배우는 자신이 명연기를 한 배역처럼 사는 것일까? 누군가 일본 장수마을을 여행하는 중 어느 선술집 벽에 적혀있는 낙서를 발견했다. 제목은 19세와 91세의 차이였다. “사랑에 빠지는 19/욕탕에 빠지는 91, 도로를 폭주하는 19/도로를 역주행하는 91, 마음이 연약한 19/온몸의 뼈가 연약한 91. 두근거림 안 멈추는 19/ 심장질환 안 멈추는 91. 사랑에 숨막히는 19/떡 먹다 숨막히는 91. 수능점수 걱정하는 19/혈당혈압 걱정하는 91. 아무것도 모르는 19/아무것도 기억없는 91. 자기를 찾겠다는 19/모두가 찾고 있는 91.” 이것이 나이가 지긋한 분들의 현실 인 것 같다.

 

  진정 인생이 영화라면 이왕이면 해피앤딩이었으면 좋겠다

 


  1.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5287
    Read More
  2.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4992
    Read More
  3.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6582
    Read More
  4.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6900
    Read More
  5.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1041
    Read More
  6.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1053
    Read More
  7.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8787
    Read More
  8.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1594
    Read More
  9.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5200
    Read More
  10.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4945
    Read More
  11.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3983
    Read More
  12.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6996
    Read More
  13.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4347
    Read More
  14.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6158
    Read More
  15.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4202
    Read More
  16.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6754
    Read More
  17.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5460
    Read More
  18.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076
    Read More
  19.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3286
    Read More
  20. 한국 풍경 7/31/15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땅. 하지만 올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더운 바람이 폐를 파고든다. 그 옛날 동리 앞 개울가에서 ‘멱’(수영)을 감다가 나와...
    Views6775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