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2358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딸들.jpg

 

 

  남녀는 성장하며 이성을 그리워한다. 어린 마음에 이성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구름 위를 걷는 몽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그 애만 보면 가슴이 뛴다. 그 애와 우연히 눈만 마주쳐도 밤을 설친다. 그렇게 연민을 품다가 드디어 연()을 맺는다. 내가 좋아할 때 상대도 좋아하면 그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리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애는 다른 애를 바라보고 정작 부담스러운 아이는 내게 다가서려 한다. 그때 필요한 것이 용기이다. 용기가 지나치다 나이가 들어가는 안타까운 젊은이들이 있다. 주위에서 눈이 높다고 하는데 정작 자신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생각을 한다. 첫눈에 반해서 불같은 사랑을 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가능한 일이고 현실과는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전혀 불가능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나도 첫눈에 반해 아내에게 용감하게 들이댔고 부부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성에 눈을 뜨면 누구나 시인이 되고 작가가 된다. 혹시 옛날 그 애와 나누던 편지를 발견할 때가 있는가? 사춘기에 알알이 써 내려간 일기장을 본 적이 있는가? 갑자기 그 애가 생각이 났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며 구애편지를 쓰던 때가 있었다. 생각나는 구절은 내가 네 눈이 되어 나를 보고, 너는 내 눈이 되어 나를 본다면이다. 손발이 오글거린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런 편지를 썼을까?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모든 부부가 서로 죽도록 사랑을 해서 결혼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긋지긋한 친정을 벗어나고 싶어서, 다가오는 사람이 그럴듯하고 차마 거절할 수 없어서. 나는 별로인데 주위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괜찮다고 밀어붙여서 부부의 연을 맺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멋진 주인공들이 만나 환상적인 연애를 하는 멜로드라마에 빠지는 것은 그렇게 하지 못했던 대리만족 심리이다. 나이가 들면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처음에는 누구나 허니문의 달콤함을 만끽하고 꿈에서 깨어날 여유도 없이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신도 모르게 상대방을 닮아가며 가정은 세워져 간다. 진정 Family= Father and Mother. I Love You! 가 되어간다.

 

 참 신기하다. 이제는 다 장성했지만 30대에 한 상에서 밥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물은 적이 많다. “너희들 어디에서 왔니?” 분명히 둘이 시작한 가정인데 어느새 알토랑 같은 아이들이 수저를 움직이며 밥을 먹는 것이 신비로웠다. 나를 닮은 아이들, 우리 부부를 빼다 박은 아이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아이들을 키우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모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영화를 찍기 시작한다. 자식을 키우는 일은 힘든 일이지만 인생 여정 속에 그 아이들이 부부에게 안겨주는 행복감이 크기에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견디며 영화를 찍는다.

 

 그렇게 엄마가 초라해 보였고, 그래서 엄마처럼은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다짐했건만 나이가 들어보니 어쩜 엄마의 인생을 살고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란다. 아버지가 미웠고 아버지처럼은 살지 않으리라 그렇게 소리를 쳤는데 나이가 들어보니 아버지처럼 살고 있다. 권위적인 아버지의 모습, 명령만 내리던 꼰대의 모습이 오늘 내 삶의 스크린에 그대로 투영된다. 미칠 일이다. 우리는 가족을 식구”(食口)라고 한다. 한집에서 함께 밥을 먹는 존재라는 뜻이다. 의식하든 못하든 그렇게 가족은 닮아가며 영화를 찍는다.

 

 부모는 자식을 주인공으로 인생의 영화를 찍는다. 부부로 시작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고 장성하면 아이들의 동선을 따라 영화를 찍는다. 숱한 사연을 헤치고 아이들을 키우고 난 후에 돌아보면 인생의 필름에 담은 장면 하나하나가 보람을 느끼게 하고 행복을 안긴다. 내가 찍은 작품이 자식이다. 잘 키워야 한다. 잘 가꾸어야 한다. ? 아이들은 금방 자라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은 레디 액션!” 소리만 치면 되지만 부모는 아이들에게 본을 보여주며 길을 닦아야 하기에 더 힘들고 고된 감독인 것이다


  1.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2945
    Read More
  2.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5413
    Read More
  3.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5057
    Read More
  4.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6699
    Read More
  5.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7029
    Read More
  6.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1156
    Read More
  7.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1218
    Read More
  8.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8908
    Read More
  9.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1849
    Read More
  10.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5291
    Read More
  11.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5046
    Read More
  12.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4042
    Read More
  13.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7106
    Read More
  14.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4435
    Read More
  15.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6290
    Read More
  16.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4278
    Read More
  17.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6887
    Read More
  18.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5555
    Read More
  19.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168
    Read More
  20.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33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