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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9 09:46

Small Wed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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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jpg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그래서 나이가 들면 부부의 연을 맺고 가정을 이루게 된다. 우리 세대는 결혼적령기가 일렀다. 여성의 나이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면 노처녀, 남성은 30에 이르르면 노총각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세태가 변했다. 이제는 30이 넘어도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만큼 젊은이들이 바빠졌고 수명이 연장되었기 때문인가보다. 큰딸이 결혼을 했다. 그것도 코로나19-바이러스가 극심한 지난 토요일(23)에 말이다. 원래는 88일로 날을 잡았다. 하지만 한국에 거주하는 사돈이 들어올 형편이 안되고 그때까지 상황이 진전되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서둘러 결혼식을 올리게되었다.

 

  일찌감치 사돈댁에서 정식 요청이 왔다. “아버지가 목사님이시니 주례해서 가족끼리 모여 식을 올렸으면 좋겠다. 처음에는 거절했다. 결혼은 인륜지대사인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사태는 점점 심각해져 갔다. 88일 하객들이 마스크를 쓰고 식장에 들어서고 잔칫날인데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다면 결단을 해야만 하였다. 미국에 있는 양가 가족들을 최소화하고 집뜰에서 small wedding을 하기로 하였다. 주례는 내가 하기보다 예비부부가 출석하는 교회 목사님에게 부탁을 했다.

 

  큰아이의 결혼이 의미가 있는 것은 동생이 3년 전 먼저 결혼을 했기 때문이다. 가만히 보면 맏이들은 희생양인 듯하다. 남자든 여자든 맏이의 삶의 짐은 무겁기 그지없다. 돌아보면 큰아이에게 미안한 것이 많다. 4살 나이에 아빠는 첫 목회를 시작했다.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목회에 전념해야만 하였다. 새벽예배를 나갈때도 자고 있으면 동생만 업고 그냥 두고 나갔다. 나중에 깨어나 내복 바람으로 예배당에 울면서 나타나는 때가 많았다. 고교에 입학하여 한창 자리를 잡으려 할때에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 표현을 안해서 그렇지 많은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거기다가 결혼도 동생이 앞서 했으니 그 마음이 어떠했을까?

 

  회사 일에 열심을 내며 딸은 바쁘게 살았다. 워낙 낙천적인 성격이라 어디서든 어두운 그늘을 발견할 수 없었다. 하지만 가족들이 모이면 동생 내외는 서로를 다정히 챙겨주는데 홀로 있는 딸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런데 작년 봄, 정말 드라마처럼 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다. 훤칠한 키와 훈남 스타일에 멋진 청년이었다. 예의가 발랐고 대화를 해보니 속이 꽉찬 친구였다. 믿음의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신앙교육을 받은 것이 마음에 들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만나 진지하게 교제를 했고 결혼을 약속했다. 작년 12월에는 한국에 나가 시댁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결혼 허락을 받았다.

 

  이제 결혼식만 올리면 되는 상황인데 갑자기 코로나19-바이러스가 길을 막았다. 난감했다. 이왕에 하려면 5월에 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결혼식 날짜를 잡게 되었다. small wedding이 현실이 된 것이다. 그렇게 좋던 날이 22()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3년 전, 작은딸 결혼식에 하루종일 비가와서 어려움을 겪었기에 마음의 부담은 더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어느 때보다 화창하고 좋은 날씨를 허락해 주셨다. 주례 목사님의 신부입장!” 소리를 들으며 딸의 손을 잡고 신랑 앞으로 인도했다. 규모는 작았지만 알차고 은혜롭게 결혼식은 진행되었다. 작은 딸 결혼식에서는 사돈과 축가를 불렀는데, 이번에는 작은딸과 축가를 불렀다. 아내와 딸들의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보며 감정을 억눌러야만 하였다. 지나온 우리 가족의 삶이 모두의 가슴에서 스멀스멀 올라왔다.

 

  어미 새가 둥지에 알을 낳아놓으면 깨어나 자라나고 날아가듯이 자녀들은 장성하면 짝을 만나 둥지를 떠난다. 서운하지만 짝을 만나 알콩달콩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효도인 것 같다. 그 과정이 부모에게는 견디기 힘든 고통의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 속에 인생의 희락을 경험하며 나이를 먹는다. “딸아! 잘 살아야 한다. 행복해야 한다.” 오늘도 부모들은 자식의 앞날을 위해 두 손 모아 기도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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