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46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5791108_orig.jpg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비단 당사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형을 둔 어떤 분이 어린 시절 “형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 운적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필자의 가슴은 아려왔다. 사람들은 필자를 만나기만하면 물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어쩌다가 다리의 장애를 갖게 되었느냐?”고. 그때마다 필자는 대답했다. “2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소아마비. 참 많은 가정에 불어 닥쳐 멀쩡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고, 가정을 먹구름으로 가득 차게 만든 증오스러운 이름. 밝고 아름답게 살아야 할 한 인생이 소아마비에 걸려 그늘에서 피어나지 못하고 눈물지으며 생을 이어가야만 한다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소아마비는 유전되는 병이 아님에 대해 감사했다.

아버지는 경찰관이셨다.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지평) 파출소에 근무하실 때에 동료 경찰관이 세분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 고 순경님은 아버지와 막역하게 지내는 동료이자 아우였다.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은 나와 동갑내기였고, 그 밑에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딸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몸을 많이 뒤틀고 말이 어눌한 것을 보아서 지금 생각해 보니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얼굴도 참 예쁘고 착한 아이였는데 입에는 항상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유독 나를 잘 따랐다. 자기 오빠보다 나를 더 좋아해 나만 보면 항상 웃고 ‘기우뚱’거리며 다가왔다. 나는 그것이 그렇게 싫었다. 어느 날인가? 엄마에게 “그 아이 좀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하라”고 까지 했다.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지금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을 그 아이(지금은 중년)에게 사죄하고 싶다.

아버지는 가끔 고 순경님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날도 안방에서는 아버지와 고 순경님, 우리 아들들이 자리를 잡았고 어머니와 여자들은 건넌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감히 여자들이 남자 손님들과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는 것은 상상이 안가는 때였다. 한창 소주잔을 주고 받으시던 고 순경님이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아버지가 고 순경님의 손목을 잡으며 진정을 시키셨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중에 알았지만 고 순경님은 “간질병”을 앓고 계셨다. 딸의 장애를 가슴아파하다가 얻은 병이라고 엄마는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나의 아버지도 유독 술을 많이 드셨다. 경찰관 생활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다리를 절며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를 애비가 된 지금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필라델피아 밀알선교단을 섬긴지도 어느새 8년차에 접어든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과 사랑을 나눈지가 햇수로 9년째가 되는 것이다. 밀알선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장애 아동들이 모두 30명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동”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장성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내가 처음 단장으로 올 때 만해도 어리디 어리던 아이들이 9살을 더 먹었으니 진짜 아동은 반 밖에 안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에서 고등학교(High School)까지는 특수 학급(Special Class)이 있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아 준다. 장애가 심하면 한분만이 아닌 더 많은 선생님들이 극진하게 보살펴 준다.

문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이다. 보통일 경우에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지만 장애가 심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홈>에 들어가게 된다.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20년을 함께 살아온 사랑하는 자녀를 복지 홈에 데려다 놓고 나오며 부모님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가끔 만나는 기회는 주어지지만 자식과 생이별을 하고 살아야 하는 부모님의 심정을 누가 이해하랴! 한국 사람이 한국음식을 먹지 못하는 불편은 그렇다치더라도 어린 나이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아직은 요원하지만 밀알선교단이 추구하는 것은 어서 속히 <한국형 복지홈>을 마련하고 아동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을 책임져 주는 일이다. 양식이 아닌 한식을 먹게 하고 눈을 뜨면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들려주어 가슴에 하나님을 모시고 살게 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날마다 장벽을 만난다는 의미이다. 밀알선교단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며 깨닫는 것은 내가 가진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애인들의 꿈은 운전이다. 미혼 장애인들이 배우자를 이야기 할 때에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1순위>이다. 그만큼 장애인에게 운전은 꿈도 꿀 수 없는 불가능의 역영이다. 5년 전, 필자가 중매를 해서 가정을 꾸미고 산호세에서 살고 있는 김 형제는 장애가 있었지만 운전을 할 수 있었기에 결혼이 가능했다. 신부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서로가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섬기는 교회에서 귀감이 될 정도로 장애인 부부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사랑의 Camp에서 미혼 장애인 남녀들이 모여 “싱글들의 만남”을 가진다. 거의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운전을 하는 배우자를 간절히 원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커플이 탄생하지 못한 채 캠프가 막을 내리며 햇수만 더해가고 있다. 미혼 장애인들과 가족들은 단장인 나에게 “결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숙제를 내어주고 기대에 찬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이 그렇게 원하는 결혼을 성사시켜 주지 못하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 같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 자칫 불가능해 보이는 소망을 그들은 날마다 꿈꾸며 산다. 그들도 남들처럼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 그들도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애틋한 사랑을 나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가족이 필요하다. 그 장애를 함께 끌어안고 가야할 가장 측근의 사람들이 가족이다. 바라보면 안타깝고 눈물이 나지만 그 장애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하는 분들이 가족이다. 지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함께 안아주고 부축을 하다보면 새로운 소망의 해는 떠오르게 되어있다. 밀알사역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아무 곳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장애인들을 밀알에서는 귀하게 여긴다.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밀알에 오면 다하게 해 준다. 때로는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에도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준다. 그렇게 장애인들의 친구가 되어줄 분들을 기다리며 새해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1.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2787
    Read More
  2.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5292
    Read More
  3.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5001
    Read More
  4.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6591
    Read More
  5.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6911
    Read More
  6.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1051
    Read More
  7.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1072
    Read More
  8.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8795
    Read More
  9.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1606
    Read More
  10.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5209
    Read More
  11.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4970
    Read More
  12.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3992
    Read More
  13.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7016
    Read More
  14.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4361
    Read More
  15.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6172
    Read More
  16.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4207
    Read More
  17.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6760
    Read More
  18.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5469
    Read More
  19.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081
    Read More
  20.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3297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