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731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교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에 간 사이에 밀알 가족들 중에 두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아내의 전화를 통해 두 분의 소천소식을 들었을 때에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미 암과 투병 중이셨던 상황이지만 내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에 이 세상을 떠나 버린 두 분에게 야속한 심정까지 드는 것은 너무도 사랑을 받고 사랑했던 분들이기 때문이리라! 조금만 더 참으시지 하필 내가 없는 사이에 떠나시다니! 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던가. 사람의 생명이 그분에게 있는데 어찌 떠나가는 시간을 두고 원망을 하겠는가?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쉽지만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 바로 그 시간에 가셨어야 했음을 깨달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황옥인 집사님! 채 50이 되지 않은 나이에 가셨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항상 긍정적이시고 씩씩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교회에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주님의 일을 감당하셨고 영어에 능통하여 어린 영혼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는 일에 헌신하던 집사님이셨다. 10여 년 전에는 밀알선교단 “토요 사랑의 교실”에 오셔서 장애아동들을 돌보시던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 근래에는 부군 이철민 전 이사장님을 도와 누구보다 밀알사역에 적극 동참하셨다.

3년 전 여름.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황 집사님의 남편인 이 권사님의 목소리였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권사님의 음성으로 “황 집사님이 근육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접했다. 허벅지 밑으로 암이 생긴 희귀병이었다. 나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워낙 의술이 발달되어 있기에 그랬고 누구보다 씩씩한 황 집사님이 암을 ‘훌훌’ 떨쳐내고 일어서리라 확신했다.

키모데라피가 시작되자 무성하던 황 집사님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였다. 심방을 가자 가발을 쓰고 우리 부부를 맞았다. 가발이 너무 자연스러워 농담까지 하면서 함께 기도했다. 의사를 잘 만난 까닭에 집사님의 병은 호전되었고 암 근원을 도려내는 수술을 끝내고 완치 단계에 들어갔다. “역시 황 집사님이야.” 축하하며 암에서 나았음을 감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암은 재발되고 온몸으로 전이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염려하며 찾아간 병원에서 황 집사님을 만나는 순간에도 “능히 이기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병원에서는 “불가능”의 판결을 내렸다 할지라도 병을 대하는 황 집사님의 반응을 통해 “쾌유”의 기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저버린 채 집사님을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장순자 권사님! 권사님이 처음 밀알모임에 나오던 날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단발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멋쟁이셨다. 찬양을 할 때면 흥에 겨워 춤을 추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들의 진정한 친구로 살았던 분이 장 권사님이셨다. 밀알선교단에 들어 설 때면 항상 밝은 얼굴로 “할렐루야!”를 외치셨고 장애인들을 부둥켜안으며 춤을 추셨다. 단장인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힘을 주셨다. 시간을 물론이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누구보다 앞장서서 봉사하시던 분이었다. 향학열에 불붙어 늦깍이 신학공부에 전념하시더니 학위를 끝내시고 모 교회 전도사님으로 임명을 받기에 이른다.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는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암 치료를 받으시며 머리칼에 문제가 생겨 심방을 가면 멋진 두건을 쓰시고 일행을 맞았다. 병이 악화되어 PENN 병원 중환자실에서 끔찍한 암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셨다. 재작년 겨울이던가? 혹한의 날씨에 병원을 찾았을 때 권사님은 피가래를 쏟아내며 고통스러워하셨다. 절박한 신음소리는 병실을 들어서는 나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목사님, 내가 빨리 천국에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권사님의 절규에 애처로워 울었다. 병세가 호전되어 집에서 가료 중이셨는데 권사님도 속절없이 떠나버리고 말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두 분의 죽음에 안타까움이 더한 것은 아직은 한창 사실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요, 누구보다 장애인들을 사랑하셨던 분들을 잃어버린 아쉬움 때문이다. 밀알 곳곳에 두 분의 체취가 묻어있는데 아무리 그리워해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집사님, 권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두 분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1. 언덕에 서면

    불현듯 서러움이 밀려왔다. 뜻 모를 감정은 세월의 흐름에 역행할 수 없는 인생의 한계를 실감해서일까? 2015년이 우리 곁을 떠나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그 신선한 이름과 반갑게 악수를 나눈 지가 그리 길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참 바쁘게도 살아왔다...
    Views62945
    Read More
  2. 연필,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

    우리는 연필세대이다.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사용하던 연필은 지금 생각하면 ‘열악’ 그 자체였다. ‘연필심’이 물러 뭉그러지기도 하고 어떤 것은 너무 날카로워 공책을 찢어놓기 일수였다. 어떨 때는 글씨를 쓰다가 연필이 반쪽...
    Views75414
    Read More
  3. 사랑 참 어렵다!

    사람은 사랑으로 태어나 사랑을 갈구하다가 사랑으로 일생을 마감한다. 요람으로부터 무덤까지 사람은 사랑을 위해 살다간다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랑을 받아 행복해 하기도하지만 때로는 사랑을 구걸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평생 사랑을 베푸는 것...
    Views65057
    Read More
  4. 나도 가고 너도 가야지 11/27/15

    초등학교 3학년으로 기억한다. 나는 그때 경기도 양평군 “강상”이란 곳에 살았다. 세를 들어 살았는데 집 주인은 양평과 강상사이를 오가는 배에 노를 젓는 뱃사공이었다. 집은 동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고 집 위로 나지막한 산이 있었다. 문제...
    Views66701
    Read More
  5.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7031
    Read More
  6.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71160
    Read More
  7.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71218
    Read More
  8.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8909
    Read More
  9.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1851
    Read More
  10.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5295
    Read More
  11.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5046
    Read More
  12.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4044
    Read More
  13.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7107
    Read More
  14.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4435
    Read More
  15.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6290
    Read More
  16.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4284
    Read More
  17.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6887
    Read More
  18.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5556
    Read More
  19.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7168
    Read More
  20.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338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