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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에 담임목사가 되어 목회에 열정을 불사르고 있을 때였다. 어느 주일에 한 가족이 필자가 목회하는 교회에 등록을 하였다. 남편은 덤프트럭을 운전하는 기사였고 아내는 다소곳한 인상에 두 명의 어린 아들이 있었다. “목포에서 살다가 병상에 누워있는 처남을 돕기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고 하였다. 등록 심방을 위해 동성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오를 때만해도 처남의 병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몰랐다. ‘다쳐서 몸을 제대로 쓰지 못한다.’는 정도였다. 드디어 아파트에 들어서자 처남은 휠체어에 앉은 채로 우리 일행을 맞았다. 언뜻 보아도 거구였다. 서글서글한 인상에 화술도 좋아서 우리는 그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금방 잊어버릴 정도였다.

예배가 끝나고 대화중에 그분에 대한 자세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이는 28세였고, 키가 178Cm였다. 앞날이 촉망되는 유능한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낙마하여 경추(목뼈)를 다치게 되고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것이다. 남자가 보아도 미남형인 그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모양이다. 호적상으로는 총각인데 아내가 둘이나 있었고 어린 딸이 하나있었다. 그가 건강했을 때 얼마나 인생을 자유분방하게 살았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다행히 산해보험 혜택을 받아서 생활을 하는 데는 풍족할 수 있었나보다. 하지만 당장 온몸을 쓰지 못하는 그분을 지극정성으로 돌보아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었다. 결국 목포에 살고 있던 누나와 매형을 설득하여 함께 살아가기에 이른다.

자주 심방을 가서 인생의 극한 고난을 당한 형제를 위로했다. 마음껏 세상을 살던 사람이 갑자기 사고를 당해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하는 고통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자존심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목사에 대한 배려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분은 심방을 갈라치면 항상 휠체어에 앉아 나를 맞이했다. 전신마비 장애인이 몸을 씻고 휠체어에 앉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텐데 그분은 항상 말끔한 모습으로 심방을 받았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몇 달이 지나가자 그는 침상에 누운 채로 예배를 드려야만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김 형제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하기 시작하였다. “목사님, 감사합니다. 제가 회복되어 일어나면 교회에 나가 평생 청소하며 주님을 위해 살고 싶습니다.” 그 말이 고마워 형제의 손을 꼭 잡아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눈앞이 뿌예졌기 때문이다. 세상에 취해 살던 그가 장애를 통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것이 감사했고 건강해지면 교회를 위해 살겠다는 그의 말이 너무도 대견했다. 하지만 그의 꿈은 현실이 되지 못하고 우리는 헤어지게 된다.

8년 전, 필라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면서 제일 처음 심방을 나선 곳은 전신마비 장애우들의 집이었다. ‘전신마비 장애’란 말 그대로 목 아래로는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장애를 말한다. 그 당시 네 분에 전신마비 장애우가 있었다. 전신마비 장애인들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욕창”이다. 혈액순환이 제대로 안되고 운동을 전혀 할 수 없기 때문에 살이 썪어 들어가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몸을 청결하게 해주고 침대위에서 이리저리로 몸을 움직이게 하여야 욕창을 막을 수 있다. 갑자기 몸에 이상이 와서 병원에 들어가는 것은 전심마비 장애우 들에게는 흔히 있는 일이다. 네 가정을 심방하면서 놀란 것은 가족들의 얼굴에서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는 사실이다. 전신마비 장애를 가진 아들, 남편, 아버지를 가족들은 지극정성으로 간호를 해주고 있었고 장애우들의 얼굴에는 항상 화색이 돌고 있었다.

평생 전신마비로 힘들게 살던 서돌근 형제가 2006년 28세의 아까운 나이에 유명을 달리했다. 지난 5월에는 황승수 집사님이 고통스러운 전신마비의 아픔을 털어내고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우리 밀알 단원들은 모이기만 하면 전신마비 장애우들을 위해 기도한다. 사람의 눈에는 안타까운 모습이 전부이겠지만 구유에 누워 빛이 되시던 아기 예수그리스도의 모습을 침상에 누워있는 그분들에게서 나는 느낀다. 그들은 순수하다. 그들의 미소는 해맑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도 불평을 하는 당신은 그래서 부끄러워해야 한다. 오늘 내게 건강을 허락하신 주님의 뜻을 깊이 헤아리며 보다 값진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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