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12/26/2011

by admin posted Nov 25,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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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한국 사람들의 특징은 조급함이다. 식당에 들어서서 제일먼저 하는 말은 “여기 빨리 주문 받으세요”이다. 메뉴 주문을 받고 돌아서는 종업원에게 또 한마디를 한다. “아줌마, 빨리 주세요.” 유럽에 있는 레스토랑은 식당을 열고 닫는 시간이 분명하다. 일단 영업시간이 끝나면 더 이상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예외가 있다. 단체 손님이면서도 한국 사람들은 대환영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식사를 하는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은 먹는 것도 빠르다.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음식을 먹어치운다. 한국인은 어디서나 세대를 막론하고 “빨리빨리”를 달고 산다.

한국인이 운영하는 업소에서 일하는 타민족 사람들이 제일 먼저 배우는 말이 “빨리 빨리”란다. 사탕을 끝까지 핧아 먹지 못하고 깨물어 먹거나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컵을 붙들고 있는 민족은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 편의점에 들르면 컵라면을 즉석으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다. 그런데 ‘3분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리는 사람은 전혀 없다. 물을 붓기 시작하여 먹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3분일 것이다. ‘티백’(tea bag: 차를 싸서 넣은 종이 주머니)을 생각 해 보자. 티백은 뜨거운 물에 담그면 차가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도록 아주 과학적으로 만들어 졌다. 한국 사람은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한다. 옆에 놓인 티스푼으로 눌러서 잠기게 해서 먹는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진한 차를 우려먹을 수 있는 민족인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뭐든지 빨리빨리 해치우고 싶어 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도로를 닦거나 건물을 짓는 일은 기본이고, 회사를 차려서 업무를 진행해도 빠른 시일 안에 성과를 올려야만 한다. 전화로 중국집에 짜장면을 시키거나 피자집에 주문을 하고 마지막 하는 말은 “빨리 보내주세요.”이다. 따라서 주문이 끝나기 무섭게 ‘번개’처럼 달려가야만 영업이 된다. 이런 조급증은 운전을 할 때도 나타난다. 신호등 앞에 멈춰 서있는 차들은 마치 경주용 차량이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모습과도 같다. 어제였든가? 빨간 신호등 앞에서 ‘슬금슬금’ 차를 앞으로 내어 미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역시 나는 한국인인가 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급한 성격을 가졌다는 것을 꼭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 한국 사람들의 급한 성격이 여러 가지 폐단을 불러오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빨리 빨리”가 전쟁 폐허국이었던 한국을 세계경제 10위안에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된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일에는 음지와 양지가 있듯이 우리의 약점인 “빨리빨리” 역시 단점인 동시에 장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요즘 같은 IT 시대에 더욱 빛을 발하는 게 “빨리 빨리”이다. 급변하게 돌아가는 IT 세상에서는 하루만 늦어도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급한 성격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어릴 적 교통안전 캠페인 문구가 생각난다. “5분 먼저 가려다, 50년 먼저 간다.” 하지만 그것은 옛말이다. 이제는 “5분 먼저 가면, 50년을 앞서갈 수 있다.” 시대가 되었다. 그만큼 우리의 미래는 밝다. ‘엘빈 토플러’는 “한민족이 21세기에 뜰 수 있는 최고의 기질은 바로 저 “빨리 빨리”정신이다.”라고 지적했다. 어차피 쉽게 고칠 수 없는 기질이라면 긍정적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우리민족이 항상 조급한 것만은 아니다. “빨리 빨리”를 외치면서도 “천천히”를 병행 할 줄 아는 민족이다. 조급하면서도 우직하게 기다릴 줄 아는 민족, 그런 아주 특이한 민족성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빨리 빨리”의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조급함이 유럽에서 500년 걸리던 경제속도를 50년 만에 이룩해 놓은 것이다. “빨리 빨리”와 “천천히”에 대한 조화를 느낄 줄 아는 삶을 살아야 한다. 세월이 너무 빠르지 않은가! 인생은 서둘러야 한다. 서둘러야 경제나 영적인 것이나 성취 할 수 있다. 하지만 빨리 가는 것보다 소중한 것을 지킬 줄 아는 것도 우리의 숙제 중에 하나이다. 오늘도 “빨리 빨리”를 외치며 우리는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