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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해가 떠나려고 손을 흔들고 있다. “2011년”이라는 어색한 이름을 부르며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정든 한해가 내 곁을 떠나려 하고 있다. 세월을 흘려보내는 일에 이골이 날만한 나이가 되었음에도 이맘때 찾아오는 서운함은 감출길이 없다. 사춘기 시절에는 빨리 20대가 되고 싶었다. 교복을 벗어던지면 새 세상이 열릴 것만 같았다. 그래서 스무살이 되는 때부터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두 살 정도를 덧붙이며 살았다. 그때 나는 노안이었으니까. 그러다가 20대 중반을 넘어서며 겁이 나기 시작하였다. 갑자기 제 나이를 찾으려니 관계에 문제가 생기기도 하였다. 나이는 일년마다 하나씩 먹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인생을 살아오며 느끼는 것은 젊음이 너무도 빨리 내 곁을 떠나간다는 사실이다. 처음부터 나이가 들어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누구나 풋풋한 유년기가 있었고 피어나는 꽃처럼 아름다운 청년기가 있었다. 청춘에 아이콘은 사랑이다. 정말 그 시절에는 사랑이 생의 전부이다. 여자들은 모르지만 그 나이의 남자들은 주로 나누는 대화가 “이성”에 관한 것이다. 수다는 여자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20대에 이미 확인 할 수 있었다. 변변한 카페도 없던 그 시절에는 골목길 남의 집 창문 밑에서 칠성사이다 한 병을 마셔가며 밤새 대화를 했다. 무슨 이야기가 그렇게 많았던지.

어쩌다 마주친 그녀(그이)의 시선 때문에 잠 못 이루며 뒤척여야만 하였다. 스쳐가는 사랑 때문에 울고 맺어진 사랑 때문에 하늘을 난다. 그런데 이상하다. 미치도록 좋아 다가가면 멀어지고 관심이 덜 가는 상대는 ‘나 없이는 못산다.’고 다가선다. 그래서 결국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 되는가보다. 사랑을 할 때는 영원할 줄 알지만 상대의 마음이 싸늘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이유도 모르는 체 지켜보는 것은 너무도 큰 고통이다. 청춘에게 이별은 죽음보다 힘든 순간임을 겪어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실연의 아픔을 겪어보지 않고 인생을 논할 수 있을까?

고 김광석이 부른 “서른 즈음에”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가 시작되면 저절로 눈을 감게 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 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에 더 아무것도 찾을 수 없네♪” 그렇다. 정말 청춘은 언제까지 머물러 있을 줄 알았는데 30을 넘어서면 나이가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어느 날이었다. 버스정류장에서 차를 기다리는데 어떤 사람이 “아저씨”하며 길을 물어왔다. 나는 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았다. 바로 나였다. 그날 깨달았다. “아. 내가 아저씨가 되었구나!” 그날 그 사람이 그렇게 미울수가 없었다.

그렇게 진짜아저씨가 되어가고 서른살 가을에 영화처럼 다가온 한 여인을 만났다. 나이에 쫓겨 서둘러 결혼식을 거행하고 우리는 부부가 되어 가정을 이루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돌을 지나며 딸이 외쳤다. “아빠!” 그렇게 나는 아버지가 되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귀엽기도 하지만 손이 많이 가기에 바쁘기가 이를 데 없다. 사랑스러운 아이들이지만 때때로 성가시게 느껴질 때도 있다. 어쩌다 모임에 아이들을 동반하면 음식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부산하다. 그런데 어리기만 하던 아이들이 금방 커버린다는 것을 그때는 깨닫지 못한다.

인생은 실로 산을 넘어가는 것과 같다. 저 산만 넘으면 평지가 펼쳐질 줄 알지만 그 산을 넘으면 더 높은 산이 버티고 있다. 그렇게 2011년의 산을 넘어 새로운 시간을 바라본다. 50대가 깊어가는 세밑에서 문득 청춘이 그리워졌다. 아무리 애를 써도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청춘의 아름다운 추억이 너무 많은 나는 부자임에 틀림이 없다. 세월은 가도 사람은 남는다. 기억하지는 못해도 지울 수는 없다. 회고해 보면 나의 젊은 날은 푸르름 그 자체였다. 나이가 알려주는 숫자에 파묻히지 않고 푸르른 마음으로 살아가련다. 조금은 철없는 모습으로 말이다. 지난 한해동안 매주 칼럼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독자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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