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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살며 장애인들에게 참 소망을 주셨던 “강영우 박사님”이 지난 23일(목)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것은 드라마 “눈먼 새의 노래”를 통해서였다. 탤런트 “안재욱”과 “김혜수”가 열연을 펼쳤던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의 인생 자체가 드라마였는지도 모른다. 어릴 때부터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았을 정도로 수재였던 그에게 불행이 찾아온 것은 열다섯 살인 1958년이었다. 따뜻한 봄날,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던 소년 영우는 갑자기 날아온 축구공에 맞아 실명을 하게 된다. 가난한 생활 속에서도 공부 잘하는 영우만 의지하며 살아오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을 볼 수 없는 맹인이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아 여덟 시간 만에 거리에서 급사하고 만다.

그에게 닥친 불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학업을 중단하고 어린 동생들을 위해 밤낮으로 일하던 누이마저 봉제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과로사로 세상을 떠나 버린다. 그 때 누이의 나이 열여덟이었다. 제대로 피어나지도 못한 채 저 세상으로 가버린 누이와의 작별은 소년 ‘강영우’에게 크나큰 슬픔이었다. 눈먼 영우와 동생들은 각기 재활원과 고아원 등으로 흩어지게 되고 힘들게 맹학교에 입학한 영우는 본격적인 재활의 길로 들어선다. 하지만 학교에선 맹인에게 “안마술과 침술”만을 가르치려는데 회의를 느끼며 향학열에 불타게 된다.

그 간절한 인생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그는 맹인임을 거부하며 비장애인보다 수십배의 노력으로 치열하게 공부를 하여 당시 “장애인 입학 금지”라는 학칙을 깨고 연세대학교에 입학을 한다. 1972년에는 한국 장애인 최초 정규 유학생으로 도미하여 피츠버그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따내는 쾌거를 이룬다. 특히 2001년부터 8년 동안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의 임명으로 미 백악관 국가장애위원회 정책차관보를 역임하여 아메리칸 드림을 이룬다.

그가 그런 작은 기적을 이루는 동안 그의 곁에는 언제나 석경숙(강 박사의 개명으로 은옥이 됨)이란 여성이 있었다.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그녀가 그를 만난 것은 재학 중이던 숙명여자 대학교의 걸스카우트 봉사 활동을 통해서였다. 한살 연상인 그녀는 도움을 주던 누나에서, 연인으로, 그리고는 마침내 인생의 동반자로서 그의 곁에 영원히 머무르게 된다.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온갖 역경을 그는 그의 아내와 함께 이겨냈고 마침내 자신의 힘으로 새로운 인생을 찾게 된 것이다.

2003년 가을. 나는 강영우 박사님을 직접 대면하는 귀한 시간을 가진다. 대화를 하다보니 희한하게도 초등학교 선배님이셨다. 나는 초등학교를 다섯군데나 다녔다. 그중에서 가장 오래 다닌 학교(2년 반)가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에 있는 “서종초등학교”이다. 강영우 박사님이 바로 그 학교를 나온 것을 알게 되고 나는 일어서서 “아이고, 선배님!” 인사를 드렸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종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황순원 작가의 “소나기”의 본고장이 서종이다. 소녀가 앉아 손을 씻으며 소년을 만난 그 시냇물 징검다리가 바로 우리 집 앞에 있었다.

강영우 박사. 깨끗한 얼굴 피부, 천진난만한 그의 미소는 소년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는 주로 ‘오늘의 도전은 내일의 영광’이라는 주제로 간증을 했다. 그는 “누구든 큰 고난에 직면하면 이제 나는 끝났다, 기회는 ‘아무데도 없다(nowhere)’며 절망한다”며 “하지만 우리 예수님은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라며 우리를 인도하시기에 ‘Nowhere’는 ‘Now here’, 즉 ‘지금 여기에 기회가 있다’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실명은 장애가 아니다. 하나님의 사명에 쓰이는 도구다”라는 보석 같은 명언은 남기기도 했다.

지난해 말 자신이 췌장암에 걸린 것을 안 강 박사님은 담담히 받아들이며 “저로 인해 슬퍼하거나 안타까워하지 마십시오. 누구보다 행복하고 축복받은 삶을 살아왔습니다. 여러분들로 인해 저의 삶이 더욱 사랑으로 충만했고 은혜로웠습니다.”라는 이메일을 보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신앙과 발자취는 영원히 사람들의 가슴에 남아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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