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8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중전화.jpg

 

 

실로 정보통신 천국시대가 되었다. 한국에 가보면 어리디어린 아이들도 모두 핸드폰을 들고 다닌다. 젊은 시절에 외국영화를 보면 길거리에서 핸드폰으로 전화를 거는 장면이 있었다. “저게 가능할까?” 생각을 했는데 이제 그 모든 것이 현실이 되어버렸다. 부목사 시절에 동부교회에서 교구와 제3남전도회를 지도하고 있었다. 당시 회장이던 김영구 집사님이 지금생각하면 너무도 투박한 모토로라 핸드폰을 구입했는데 얼마나 신기하던지 만지작거리며 여기저기 전화를 해댔었다. 그때가 1990년으로 기억된다.

사실 80년대 초 만해도 가정집에 전화가 흔치 않았다. 그래서 대중들에게는 공중전화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전화 한 통화를 걸기위해 앞사람의 전화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차례가 오면 깨알같이 적힌 전화번호 수첩을 꺼내 다이얼을 돌린다. “어떤 목소리 톤일까? 어떻게 내 전화를 받을까?” 설레이는 마음으로 신호가 가는 소리를 기다리면 동전이 떨어지며 상대방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너무나도 반갑고 선명하고 잘 들리던 그때의 공중전화 한 통화.

친구는 친구에게, 이성 친구에게, 고향 떠나온 자식은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군대 간 현역군인은 고참 눈치 보며 부대막사 앞 공중전화 박스 앞에서 너무나도 보고 싶은 애인에게 “혹시 고무신을 거꾸로 신지는 않을까!” 염려하며 통화를 한다. 틈만 나면 한번이라도 더 전화하고자 마음 졸이며 나누었던 애인과에 대화가 공중전화에는 그대로 담겨있다. 그 당시 공중전화는 사람냄새를 맡게 하며 소중한 사람과의 정을 더 끈끈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해 주었다.

핸드폰 열풍이 불면서 편리해지고 신속해 진 것은 틀림이 없는데 사람냄새가 사라진 것이 아쉽고 사람들마다 무언가에 집착하며 사는 것 같아 서글퍼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점점 개인주의가 되어가는 세상이 무섭기까지 느껴진다. 공중전화에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배려와 양보가 있게 하였고 친구는 친구에게, 남자는 여자에게, 여자는 남자에게, 선배는 후배에게 끈끈한 사랑을 느끼게 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해주었다.

담임 목사가 되어 연말에 여전도회로부터 삐삐를 선물 받았다. 처음에는 삐삐가 하도 안 울려 목양실에 앉아 교회전화로 스스로 삐삐를 치던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도 웃음이 절로 나온다. 운전을 하다가 중요한 삐삐호출이 오면 급하게 차를 세워놓고 공중전화를 통해 통화를 해야 만 하였다. 젊은이들은 삐삐를 통해 연락을 하고 사랑을 나누었다. 허리춤에 찬 삐삐에 호출 전화가 뜨면 가슴이 설레이고 공중전화 다이얼을 돌리며 ‘소중한 사람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할까?’를 상상하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삐삐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금방 핸드폰이 전 국민에 필수품으로 자리 잡는데 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역시 한국인이다. “빨리빨리”의 힘은 대단했다. 이제는 누구나 핸드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되었다. 이렇게 손안에 핸드폰을 하나씩 다 가지고 있어도 사람과 사람 사이에 나누는 인정은 공중전화와 삐삐가 있던 그 시절 보다 훨씬 더 못한 것 같다. 아마 그 이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자기 삶에만 집착하면서 살기 때문이 아닐까? 자기 밖에 모르는 개인주의가 팽배해가기 때문이다.

손안에 전화가 있는데 이상하게 공중전화를 사용할 때보다 친구들과의 통화는 더 뜸해지고 어쩌다 전화를 하면 안부를 묻는 정도가 고작인 것 같다. 차라리 불편하고 더뎠지만 공중전화를 쓰던 시절이 어쩌면 지금보다 훨씬 더 좋았던 것 같다. 한국에 가보면 아직도 공중전화 부스가 드문드문 있기는 있다. 거의 쓰는 사람이 없는 외톨이가 되어서 말이다. 앞사람의 통화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에 우리는 그 사람을 생각했었다. 무슨 말을 할지도 곰곰이 되뇌었다. 전화번호를 암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두뇌활동이 활발했었고 연상법을 사용하여 나름대로의 암기법이 절실히 필요하기도 하였다. 사람을 생각하며 걸던 공중전화 시대가 그래서 더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1. ‘시애틀’의 비 내리는 밤 11/20/15

    8년 만에 시애틀을 찾았다. 시애틀의 가을향취를 기대했건만 오는 날부터 내내 비가 뿌리고 있다. 비가와도 보통 비가 아니다. 며칠 동안 내내 소낙비가 쏟아지고 있다. 시애틀의 하늘에는 댐이 존재하고 있는듯하다. 처음 비행장을 빠져 나올 때만해도 운치...
    Views75234
    Read More
  2. 아버지의 시선 11/13/15

    나의 아버지는 엄한 분이였고 항상 어려웠다. 동리 분들과 어울리실 때는 퍽 다정다감한 것 같은데 자식들 앞에서는 무표정이셨다. 그것이 사춘기시절에는 못 마땅했다. 이유 없는 반항을 하며 대들어보기도 했지만 아버지는 요지부동이셨다. 나이가 들어가며...
    Views69321
    Read More
  3. 세상에서 가장 슬픈 소원 11/6/15

    영화 <말아톤>을 보면 장애우 “초원”이 엄마와 마라톤 감독 간에 대화가 주목을 끈다. 감독이 초원이 엄마(김미숙 분)에게 묻는다. “아줌마 소원이 무엇입니까?” 망설이듯 하던 초원 엄마가 대답한다. “내 소원은 초원이보다 ...
    Views69493
    Read More
  4. 가을 편지 10/30/15

    우리 집 앞마당에는 커다란 나무 한그루가 자태를 뽐내며 서있다. 이름도 알 수 없는 이 나무는 희한하게 늦은 봄에 잎사귀를 틔우고 가을만 되면 일찌감치 낙엽을 떨어뜨린다. 남들이 새싹을 드러낼 때에는 느긋하다가 느즈막히 잎을 드러내는 것은 그렇다치...
    Views67242
    Read More
  5. 고양이를 아시나요? 10/23/15

    나는 고양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싫다. 눈매와 발톱이 너무 날카로워서일까? 아니면 울음소리 때문일까? “야∼∼옹!” 흉내만 내도 기분이 섬뜻해 진다. 무엇보다 어릴 때 보았던 영화 탓이 큰 것...
    Views70006
    Read More
  6. 드라마 법칙 10/16/15

    가까이 지내는 목사님에게 물었다. “드라마 보십니까?” 정색을 하며 대답한다. “드라마를 보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그 목사님 설교는 어째 Dry하다. 드라마를 멀리하는 것이 경건일까? 드라마는 사람들의...
    Views63692
    Read More
  7. 아내는 반응을 고대하며 산다 10/9/15

    사람은 혼자 살수 없다. 다른 사람과 관계를 해야 사는 것이 인생이다. 관계는 네 분야로 나눌 수 있다. 1:1대응, 1:다대응, 다대:다대응, 다대:1대응. 어떤 분은 많은 사람들과는 잘 어울리는데 1:1의 만남에서는 어색해 한다. 여성들은 다대응:다대응보다는...
    Views73300
    Read More
  8. 친구가 되어주세요!10/2/15

    <팔 없는 친구에게 3년간 우정의 팔.> 오래 전, 한국 신문 기사에 난 타이틀이다. 양팔이 전혀 없는 친구를 위해 3년 동안 헌신한 우정에 대한 기사였다. “김영태”군은 6살 때 불의의 감전사고로 양팔을 잃게 되었다. 팔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
    Views72232
    Read More
  9. 반말 & 존댓말 9/25/15

    사람은 만나면 말을 한다. 말을 많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과할 정도로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있다. 그래서 대화가 되는 것 같다. 말 많은 사람끼리 만나면 서로 말을 잘라버리는 상황이 벌어진다. 말이 없는 사람끼리 만나면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 나의 가장 ...
    Views65551
    Read More
  10. 바다 그리고 음파 9/18/15

    세상에는 노래가 많다. 사실 들리는 모든 소리가 리듬을 타고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 동네에는 물레방아가 있었다. 그 옆에는 대장간이 마주했다. 친구들과 심심하면 그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모습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커다...
    Views62838
    Read More
  11. 니, 우째 잠이오노? 9/11/15

    한국의 격동기 시절. 경남 고성에 18살 먹은 철없는 아가씨가 있었다. 시절이 어려운지라 친정아버지는 ‘부랴부랴’ 혼처를 알아보고 딸을 출가시킨다. 엄처시하의 환경 속에서도 해맑은 신부는 철없는 행동을 하지만 시부모님의 사랑을 받으며 효...
    Views64699
    Read More
  12. 밀알의 밤 바다 9/4/15

    가을이 되면 밀알선교단에서는 음악회를 연다. 2003년 7월.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여 장애인사역의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지만 당시 선교단의 상황은 열악했다. 전임 단장이 채 3년을 채우지 못하고 급작스럽게 사임하면서 시...
    Views62806
    Read More
  13. 나를 만든것은 바람 8/28/15

    미당 서정주 선생은 “자화상”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스믈세햇동안 나를 키운건 8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Views65282
    Read More
  14. 생각바꾸기 8/14/15

    인생은 한마디로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느냐?”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 즉”(잠언 23:7). 생각이 그 사람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발명왕 에디슨은 “천재는 1%의 영감과...
    Views63942
    Read More
  15. 아내는 “에제르”(Ezer) 8/14/15

    하나님은 사람을 만드시되 먼저 남자를 만드셨다. 그리고는 “남자가 독처하는 것이 좋지 못하다.”고 판단하시고 여자를 만들어 배필로 주셨다. 아내의 다른 이름은 '돕는 배필'이다. 이 말은 남자 스스로 인생을 만들어내기보다 아내가 ...
    Views75542
    Read More
  16. 장애인을 어떻게 불러야 하나요? 8/7/15

    장애인 호칭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혼돈을 일으킨다. 내가 어릴 때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들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장애자”에서 다듬어진 호칭은 이제는 “장애인”이라는 말로 정착을 했다. 한때는 “장애우”라는 말을 ...
    Views71623
    Read More
  17. 한국 풍경 7/31/15

    나는 지금 한국에 머물고 있다.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땅. 하지만 올 때마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숨을 멈추게 할 정도의 더운 바람이 폐를 파고든다. 그 옛날 동리 앞 개울가에서 ‘멱’(수영)을 감다가 나와...
    Views66090
    Read More
  18. 아, 한강! 7/24/15

    필라에는 “아리수”라는 이름의 한식당이 있다. 누군가 물었다. “아리수가 무슨 뜻입니까?” 주워들은 이야기가 있어 자신 있게 대답했다. “아,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한강’을 뜻합니다.” 상대방은 고개를 &l...
    Views69452
    Read More
  19. 짜장면 좋아하세요? 7/17/15

    밀알선교단 모임에서 “당장 죽음이 가까워 온다면 꼭 먹고 싶은 음식은 무엇입니까?”라는 화두로 대화의 광장을 열었다. 희한한 질문에 장애인들 대부분은 “짜장면”이라고 대답했다. 사람이 철이 나려면 세 가지 현상이 나타나야한단...
    Views77193
    Read More
  20. 욕쟁이 할머니 7/10/15

    서울 명동의 한 음식점은 점심때가 되면 만원을 이룬다. 회사원들을 물론이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그 음식점의 사장이자. 주방장은 “욕쟁이 할머니”로 유명하다. 내돈주고 밥 한 그릇을 사먹으면서도 욕 몇 마디를 ...
    Views6994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