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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이 있어 뉴저지(북부)에 올라갔다. 일행이 함께 움직이다가 Broad Ave에서 익숙한 상점이 눈에 들어왔다. 지나가는 차에서 바라본 상점은 이미 상호와 주인이 바뀌어져 있었다. 불현듯 친구의 얼굴이 스쳐갔다. 친구를 향한 그리움이 밀려왔다. 총신대학교에서 만난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어울렸다. 친구는 축구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자그마한 키지만 공을 자유자재로 몰고 가다가 이내 ‘골망’을 흔드는 날렵한 모습은 무척이나 멋져보였다. 졸업 후 어떻게 하다 보니 서로 연락이 두절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10여년 이상을 잊고 살았다. 그런데 2003년 내가 필라델피아로 오면서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친구는 놀랍게도 뉴저지에 살고 있었다. 일반목회가 아닌 기독교서적(생명의 말씀사:Palisades Park)을 운영하며 <문서목회>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얼싸안으며 다시 만났다. 가끔 머리가 무거워지면 친구를 찾아 차를 몰았다. 책도 실컷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대학시절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루가 모자랐다.

그런데 이게 어인일인가? 친구 강 목사에게 “간암”이 찾아왔다. 워낙 체질이 건강하던 친구가 암에 걸린 것은 의외의 일이었다. 사모의 극진한 간호(식이요법)로 친구는 극한 상황을 벗어나며 건강을 회복해 가는 듯 했다. 2010년 10월 3일(주일) 밤이었다. 밀알의 밤을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던 나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친구가 끝내 “유명을 달리했다.”는 아픈 소식이었다. 친구의 아내는 내게 ‘장례 설교’를 부탁했다. 차분하게 친구를 회고하며 말씀을 증거했다. 하지만 친구가 누워있는 관이 묘지로 내려가는 순간(하관)에 참았던 눈물이 솟구치기 시작하였다. 가족들이 놀랄 정도로 흐느껴 울었다. 그렇게 친구는 홀연히 내 곁을 떠났다.

친구가 운영하던 서점은 “결국 정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현장을 지금 확인한 것이다. 너무도 허무했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것과 죽은 것의 차이가 극명함을 깨달았다. 그러고 보니 함께 소명을 받고 신학을 공부하던 친구들 중에 이미 하늘나라에 간 친구들이 꽤있는 것 같다. 이 세상에 분명한 것이 있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과 “아직은 안 죽고 살아 있다.”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이 다 죽는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한다. 아니다. 누구든 예외 없이 사람은 그 길을 가야만 한다.

죽음은 다섯 가지 필연성을 가지고 다가오고 있다. ①누구나 다 죽는다. ②순서가 없다. ③아무 것도 가져가지 못한다. ④대신할 수 없다. ⑤미리 경험할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죽음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살아가는 것에 대한 준비는 열심히 하면서 정작 죽음 준비는 하지 않는다. 죽음을 준비하다는 것은 심각한 말이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는 것이요. 그러기위해서는 욕심을 버려야만 한다. 생각처럼 쉽지는 않지만 작은 것부터 포기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결국 자신이 추구했던 것이 “욕심”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지난 월요일 필라 목사회 주최 <목회자세미나>가 열렸다. 강사는 “방지일 목사님”이셨다. 그 명성은 익히 들은 바였지만 직접 대면하여 말씀을 듣는 것은 처음이었다. 금년으로 102세셨다. 1세기를 더 사시는 셈이다. 너무도 건강한 모습과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놀라웠다. 노 목사님은 말씀하셨다. “내 몫은 없다.” 기나긴 세월동안 모범적 목회를 하시고 세계 곳곳을 다니시며 수많은 영혼을 일깨우신 목사님의 외침에 충격을 받았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임”을 고백하는 목사님의 메시지에 머리가 숙여졌다.

리차드 백스터는 말했다. “사람들은 죽어야 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처럼 허겁지겁 살고 있다” 오늘도 우리는 살아있다. 의미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비생산적인 것은 없다. 살아있다는 것은 빚을 갚는 것이다.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몫까지 멋지게 살아야 한다. 윤동주의 서시처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가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살아있는 날 동안 행복하게 그러면서도 부끄럼 없는 그런 생을 다들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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