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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지금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부터 중, 고등학교를 거쳐 요사이는 대학졸업식이 한창이다. 날을 잘 만나면 따스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중에 졸업식을 거행하고 있다. 미국은 가을학기이기에 거의 초여름에 졸업식을 한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에 미국 학교 졸업식에 대해 많은 기대감을 가지고 참석했지만 무더위에 많은 인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는 바람에 그냥저냥 보낸 것이 아쉽다. 졸업식 후에는 온가족이 식당에 가서 모처럼 외식을 하는 것이 졸업식 풍경인데 미국이라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렇게 말하면 촌스럽다고 할지 몰라도 졸업식은 역시 차가운 겨울에 하는 것이 더 낭만적인 것 같다.

요사이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하도 조숙해져서 ‘뒤풀이 추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교복을 찢는일은 우리 때도 있었지만 도가 지나친 기괴한 행동을 하면서 사진까지 찍어 사람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그런데 신선한 졸업식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감동이 밀려왔다. 주인공들은 충북 영동에 <추풍령중학교> 졸업생들이다. 이 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벌써 12년째 “타임캡슐”을 묻으면서 아름답고 조용한 졸업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6일(수) 열리는 졸업식에서 졸업생 19명이 손때 묻은 책과 노트, 사진 등을 캡슐에 담아 운동장 귀퉁이에 묻었다. 캡슐 안에는 20년 뒤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도 함께 봉인된다. 2000년 졸업부터 타임캡슐을 묻기 시작한 이 학교 운동장에는 벌써 11개의 캡슐 표지석이 세워졌다. 그때만해도 졸업생이 32명이나 되었는데 이제는 19명으로 줄었다.

희한한 것은 반 학생 19명이 초등학교 때부터 줄곧 함께 공부를 해 왔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남녀공학’으로 말이다. 한동네에서 태어나 자라나고 9년을 동문수학하다보니 서로가 부모님 성함까지 줄줄이 꾀고 있는 것이 신기했다. 아이들은 모두다 “졸업을 안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초등학교 때부터 함께 해왔던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너무 싫어서”라고 대답한다. 병현이는 20년 후에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편지를 써서 캡슐에 넣기로 했다. 내용을 살짝 엿보니 “병현아 안녕, 살아있지? 살아있으면 당대에 최고회사원이 되어 있을거야. S 전자 맞지? 거기서 월급 800만원 이상을 받으며 잘하고 있을 거야. 아내는 기본 ‘아이유’급 정도의 미모겠지. 부러워” 중학생다운 순수함이 묻어난다.

교실 밖에서 “세웅”이와 “한별”이가 무언가 열심히 쓰고 있다. 졸업을 앞두고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중이다. 기자가 다가가 물었다. “편지를 읽으니 어때요?” “슬퍼요.” 한별이가 소감을 말하더니 머리를 숙이고 울기 시작한다. 갑작스런 반응에 세웅이도 어쩔줄을 모른다. 한별이는 이내 흐느끼기 시작했다. 둘은 유치원 때부터 13년이 넘게 우정을 나누어온 ‘단짝’이다. 기자가 짖꿋게 묻는다. “편지에 뭐라고 썼어요?” “나보다 예쁜 여자는 없을 거라고. 영광인 줄 알라고…” 맞은편에 세웅에게 물었다. “한별이보다 예쁜 여자가 있어요, 없어요?” 당황하던 세웅이가 입을 연다. “없을 것 같아요.” 대답을 들은 한별이가 좋아서 박수를 친다. 그들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나도 가만히 눈을 감았다. 세웅이와 한별이는 바로 사진관에 가서 기념촬영을 하고 그 사진을 타임캡슐에 담았다.

이 “타임캡슐”은 20년 후에 개봉할 예정이란다. 그러니까 10대에 헤어진 친구들이 “30대 중반이 되어 오픈하여 추억을 되뇌인다.”는 계획이다. 참 멋이 있다. 아니 너무 부럽다. 20년이 지난 후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모습으로 땅에 고이 묻어 두었던 “타임캡슐”을 열어 옛 추억을 나누는 그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졸업을 앞둔 마지막 수업인 음악시간이다. 내일 졸업식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한다. 이미 불러왔던 노래인데 오늘따라 만감이 교차한다. 친구들과의 작별이 이제야 조금씩 실감이 나면서 노래를 잇지 못하고 눈에는 ‘그렁그렁’ 이슬이 맺힌다. 한사람씩 나와서 졸업인사를 하기로 했다. 차례차례 나가 서지만 말문을 이어가지 못하고 울기만 한다. 여학생은 그렇다쳐도 남학생들이 우는 모습은 지켜보기가 어려웠다. 우정의 깊이만큼 헤어짐의 아픔은 크다. 누구에게나 학창시절이 있다. 그때는 꿈과 추억. 그리고 사랑이 있었다. 늘 가까이에 있지만 잊고 살기 쉬운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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