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3.30 13:11

별밤 50년

조회 수 302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문세.jpg

 

 우리는 라디오 세대이다. 당시 TV를 소유한 집은 부유의 상징일 정도로 드물었다. 오로지 라디오를 의지하며 음악과 드라마, 뉴스를 접하며 살았다. 내 삶을 돌아보면 가장 고민이 많았던 때가 고교시절이었던 것 같다. 그때 다정한 친구처럼 다가온 것이 심야방송이었다. 각 방송국마다 밤이 깊어지면 당시 유명인들을 DJ로 내세워 경쟁하듯 방송을 내보냈다. FM 방송이 있기 전이어서 음질도 안 좋았고 라디오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방향을 맞춰가며 들어야 했던 AM 방송. 밤늦게까지 공부하며 책상머리에서 듣던 심야방송 프로그램은 그나마 우리들의 숨통을 터주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놀라운 것은 그 당시 들었던 MBC “별이 빛나는 밤에”(별밤)17일로 50주년을 맞이했다는 소식이다. 1969317일에 첫 방송을 내보낸 이후 반세기를 달려온 것이다. 별밤을 방송하는 DJ별밤지기라고 했다. 이는 이문세 DJ 시절 한 청취자가 '등대지기'라는 말에서 창안하여 엽서로 제안한 것을 수용한 것이라고 한다. 별밤의 오프닝 곡은 별밤지기 김기덕이 직접 고른 Frank Pourcel“Merci Cherie”를 쓰고 있다. 105분 시그널음악은 별밤을 열며 사람들의 가슴에 파고들었다.

 

 50년 동안 거쳐간 DJ26명이다. 따라서 같은 별밤을 들었어도 누가 DJ를 했느냐에 따라 세대가 갈라진다. 처음 편성 당시에는 청소년 교양 진작 차원의 명사와의 대담 프로그램이었다. 하기야 밤 10시만 되면 청소년 여러분! 이제 밤이 깊었습니다. 늦은 시간에 길거리를 방황하지 말고 사랑하는 부모형제가 기다리는 집으로 서둘러 돌아가십시오.”라는 방송이 나왔던 시대이니까. 초대 별밤지기는 오남열 전 아나운서. 2대 별밤지기는 장학퀴즈 진행자로 당시 상한가를 달리던 차인태 아나운서가 맡았다. 3대 별밤지기로 유명 DJ였던 이종환이 들어서면서 음악 방송으로 전환했다.

 

 유명한 별밤지기로는 김기덕과 이문세가 있으며, 특히 이문세는 무려 11년 동안 별밤지기로 있었기에 몇 년전 열풍을 몰아쳤던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등장하기도 하였다. 당시 이문세의 별명은 "밤의 문교부 장관"이었다. 그 외에 별밤지기를 거쳐 간 사람 중 유명인으로는 조영남, 서세원, 이수만, 이적, 이휘재 등이 있다. 내 고교시절에는 카셋트가 유행하던 때라 방송을 테이프에 담아 듣고 다니던 추억이 있다. 아무리 엽서를 보내도 내 것이 안 나온 이유를 엽서전시회에 가서야 깨달았다. 현란, 화려, , 조각등 엄청난 정성이 담겨진 엽서라야 눈에 띄웠던 것이다.

 

 별밤의 애청자였다면 당시 누가 DJ였느냐?”고 물으면 나이를 짐작할 수 있다. 이문세 DJ에 익숙하다면 당신은 30~40대이다. 1996121. 고별방송 중 한 여고생과의 전화연결에서 여고생이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이문세도 눈물을 흘릴 것은 전설로 남아있다. 이후 별밤지기를 물려받았던 이적이 굉장히 부담스러워했다고 한다. 우리세대는 이종환의 음성에 익숙하다. 냉정한듯하면서도 차분하고 정감 있는 DJ로 기억한다. 별밤 50년이라는 소식을 듣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가 나이가 들긴 들었구나!’ 당시 심야방송을 듣지 않고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대화가 안 될 정도였다. 주로 팝송을 많이 틀었는데 지금도 그때 들었던 노래를 접할때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추억에 젖는다.

 

 50년은 결코 짧은 세월이 아니다. 그 기나긴 세월동안 밤을 지켜온 별밤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사연에 접하고 이어 들려주는 음악은 젊은 가슴에 양식처럼 스며들었다. 사랑, 이별, 그리움, 감동, 아픔과 환희가 섞이며 50년이 흘렀다.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 중에 악인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그 시대를 함께 살며 같은 음악을 들으며 자라온 청춘들을 응원하고 싶다. 밤하늘을 바라본다. 오늘따라 유난히 빛나는 별들의 향연을 보며 어린 날 심야방송에 심취했던 나를 다시 투영해 본다.

 


  1. 아빠 죽지마 7/3/2015

    “사랑하는 우리 가족 중에 건강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잠도 좁은 방에서 다 같이 자야 하지만 나는 웃을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으니까요.” 뇌병변 장애 1급으로 누워계신 아버지, 힘든 간병생활로 얻은 허...
    Views66073
    Read More
  2. 들으면 열린다! 6/26/2015

    사람의 얼굴을 보면 코와 입은 하나인데 눈과 귀는 둘이 있다. 이목구비 모두 요긴하지만 보는 것과 듣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한다. 성경 야고보서 1:19절은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거니와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
    Views61404
    Read More
  3. 0시의 다이얼 6/19/2015

    나는 음악을 좋아한다. 아니 너무도 사랑한다. 집에 있을 때나 차를 운전할 때에도 항상 음악을 즐겨 들으며 산다. 목사라고 찬송이나 복음성가만 듣지 않는다.즐겨 듣는 음악의 장르는 다양하다. 클래식부터 발라드, 락(Rock)까지 비오는 날에는 7080 가요를...
    Views76086
    Read More
  4. 수학은 틀려야 한다 6/12/2015

    인생이 아름다운 것은 내게 야성(野性)이 살아있을 때이다. 겁나는 것 없이 내달릴 때에 쾌감은 경험한 사람만이 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철이 없을 때라고나 할까? 수학은 어렵다. 하지만 문제를 풀어갈 때에 상상할 수 없는 성취감을 맛보게 된다. 처음...
    Views65670
    Read More
  5. 황혼기 갈등 6/5/2015

    이 세상에 갈등이 없는 부부가 얼마나 될까? 부부는 만나면서 “갈등”을 전제하고 시작하는 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관습과 환경 속에서 성장한 청춘남녀가 ‘사랑’이라는 가느다란 끄나풀로 시작하는 것이 부부이다. 그 사랑이라는 것...
    Views65262
    Read More
  6. 바뀌어야 산다 5/29/2015

    사람은 다 다르다. ‘다르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것에 너무 철벽을 쌓는 사람을 만나면 답답함을 느낀다. “바꿈”에 아주 인색한(?) 분들이 있다.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 의식, 전통을 목숨처럼 고수하는 사람 말이다. ...
    Views60187
    Read More
  7. 캐나다 행복기 5/22/2015

    미국과 가장 가까이 있는 나라는 남쪽으로 멕시코, 북쪽으로는 캐나다이다. 멕시코는 몇 차례 다녀왔지만 희한하게도 캐나다 땅을 밟아본 경험이 없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지난 2월, 캐나다 밀알선교단 단장인 “김신기 목사님”으로부터 전화 한...
    Views75167
    Read More
  8. 잘 되는 나 5/16/2015

    이것은 ‘긍정의 힘’의 저자 조엘 오스틴이 내놓은 역작의 제목이다. 너무 노골적이지만 현대인들은 그런 취향에 익숙해 진지 오래이다. 조엘 오스틴의 책을 접하면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음을 나도 느낀다. 아마 그것은 정식으로 신학을 하...
    Views69520
    Read More
  9. 아버지를 만나야 한다 5/7/2015

    누구에게나 아버지가 있다.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느낌과 생각이 다르다. 어머니는 편하다. 아니 만만하다. 아버지는 어렵다. 아니 걸끄럽다. 한 사나이를 상담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아버지는 타인처럼 느껴져 힘이 들다.”는 고백이었다...
    Views65915
    Read More
  10. 패치 아담스 5/1/2015

    2014년 8월 비보를 들었다. 영화배우(희극) “로빈 윌리엄스”(Robin Williams)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20년 전 상담을 공부하던 장면이 주마등처럼 훑고 지나갔다. 상담을 공부하기 2년차 새 학기에 한 젊은 교수가 강단에 섰다. 미국 하...
    Views76479
    Read More
  11. 그 소녀는 지금 어디에 4/24/15

    “소녀”(少女). 누구의 가슴에나 표현할 수 없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단어이다. ‘여학생, 처녀, 어린 여자아이.’라는 단어도 있지만 “소녀”란 말은 자연스럽게 눈을 감게 만든다. 우연히 가수 최백호의 “낭만에 대...
    Views64959
    Read More
  12. 당연의 틀을 깨라! 4/17/2015

    사람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는다. 집안에서부터 자라나며 교육기관에서 다양한 훈련과 지식을 터득하며 성장한다. 그 모든 교육을 받고나면 의젓한 사회인이 되는 혜택(?)도 있지만 반면 “당연한” 인물이 된다. 지식이 충만해지며 ‘당연...
    Views60629
    Read More
  13. 남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4/10/15

    가정의 전권을 쥐고 살던 남편들이 힘을 잃어가면서 희한한 유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간 큰 남자 시리즈, 고개 숙인 남자”는 옛이야기이고 급기야 “맞사모”(맞고 사는 남편들의 모임)가 결성되기에 이르른다. 요사이 드라마를 보...
    Views70978
    Read More
  14. 장애인 오해하지 마세요! 4/3/15

    사람들은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줄 모르며 살아간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찬란한 햇살을 응시할 수 있고, 요란하게 노래하는 새소리에 심취하며 화장실, 주방을 두루두루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은 당연이라 여기며 생을 이어간다. 아니다. 그것은 대단한 ...
    Views66889
    Read More
  15. 헐∼ 3/27/15

    나에게 재산이 있다면 소중한 친구들이다. 성격도, 만난시기도 다 다른 친구들이 여기저기 포진(?)하며 내게 힘을 준다. 그중에서도 ‘봉채’는 고 1때 만나 지금까지 끈끈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다. 가만히 헤아려보니 어언 40여년이 흘러갔다. 고...
    Views80332
    Read More
  16. 정녕 가슴에 봄은 오는가? 3/20/15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을 느끼며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거나, 더운 나날이 지속되지 아니하고 때를 따라 계절이 옷을 갈아입으며 나름대로의 자태를 뽐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인생에게 허락하신 그분의 크신 은총이다. 나는 가을을 좋...
    Views68945
    Read More
  17. 그렇게 놀았기에 3/13/15

    인생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즐거움이다. 갓 태어난 아가들도 어느새 편안하고 즐거운 것을 알아차리며 성장한다. 사람이 추구하는 즐거움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먼저는 “배우는 즐거움”이다. 지식이든 기술이든 악기든지 처음 그것을 배...
    Views64663
    Read More
  18. 길은 여기에 3/6/15

    삶의 깊은 고독과 번민이 밀려오던 젊은 날이 있었다. 고통이 심해지다 보니 신앙의 회의마저 밀려오고 장애의 무게는 내 청춘을 짓눌러댔다. 그때 누군가가 내어민 책이 “길은 여기에”였다. 미우라 아야꼬(三浦綾子)의 자전적 소설인 “길...
    Views70973
    Read More
  19. 혹시 고집불통 아니세요?<2월 27일>

    사람들은 말한다. “나는 고집이 별로 없어!” 그런데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 사람 고집이 쇠 힘줄이야!”라고 한다. 하도 오래되어서 이젠 우리 부부가 ‘가정사역자’라고 말하기도 민망하지만 부부들에게 물어보면 &ldquo...
    Views70599
    Read More
  20. 아쉬움 2/20/2015

    지난 1월 호주에서 열렸던 AFC(아시안 컵 축구대회)에서 한국은 아쉽게도 준우승에 머물렀다. 나는 한국 축구가 아시아에서는 최강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55년 동안 아시안 컵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는 사실이 이해가 안 갔다. 금번 대회에 우리나라는 &...
    Views6277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