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3:02

우리들의 천국 8/9/2010

조회 수 7476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37290_orig.jpg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제한 받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밀알선교단이 좋은 이유는 장애인들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며 살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좋아도 장애인이 우선이 될 수는 없다. 건강하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아왔을 때보다 장애인 한사람이 나타났을 때에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목회자와 교회가 얼마나 될까? 장애인은 일반 사람과 다를 뿐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무시하고 차원 낮게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신내동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에 일이다. 교회마다 계단이 많았지만 유일하게 평지로 들어갈 수 있는 교회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근처에 있는 복지 홈에 기거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하나둘 그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그 교회 목사님과 만나 대화를 하는 중에 “고민이 생겼다”고 하였다. 들어보니 “장애인들이 많아지면서 교회 이미지가 나빠지고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간다”는 말이었다. 금방 반응은 보이지 못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힘 있는 사람, 재력과 세상적 지위가 탄탄한 사람이 교회에 나오면 소위 “큰 고기”라고 하며 좋아한다. “우리 교회에는 박사가 많다”느니,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든지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지난 주일 우리교회에 장애인이 나왔어”라고 자랑하는 교회나 목회자를 만나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장애인들은 사실 교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폐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지도 모른다. 헌금은 물론이요, 변변한 봉사도 하질 못한다. 교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주는 곳이 교회여야 하지 않을까?

밀알선교단은 장애인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장애인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느새 31년 동안 묵묵히 사역을 해왔다. 화려하지도 그리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래서 밀알에 나오는 장애인들은 행복하다. 매년 여름 장애인들이 기다리는 축제가 열렸다. 바로 “사랑의 캠프”이다. “사랑의 캠프”에는 동부 지역에 밀알선교단 소속 장애인 600명이 참석하였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1년 만에 만나는 밀알들의 표정이 정겹다. 천방지축 달아나려는 장애아동을 꼭 잡은 어린 봉사자들의 손길부터 휠체어에 누운 채 입구에 들어서는 장애인까지 접수를 기다리는 밀알들의 모습이 캠프가 개막되었음을 실감나게 한다. 

시카고 밀알 단장님은 필자의 신학대학 직속 선배이다. 개인적으로는 “형”이라고 부르는데 다가와 안아주는 선배의 품이 포근하다. 워싱톤 단장님도 같은 1년 선배지만 흐트러짐이 없어 어렵게 느껴진다. 분명히 친하기는 한데 왠지 서먹한 이유가 그것이다. 사람은 흐트러질 때에 매력이 있는데 말이다. 아틀란타 단장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 편하다. 목소리가 여성스러워서 처음 통화를 할 때에는 여자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외모나 목소리는 그렇지만 일처리는 항상 지혜롭고 치밀하다. 뉴저지 단장은 20대부터 밀알에 헌신한 귀한 인재이다. 일반 목회를 했어도 크게 성공했을 법한 목사님이 장애인들을 사랑하기에 청춘을 밀알에 헌신한 모습이 그래서 귀해 보인다.

유일하게 뉴욕 단장은 여성이다. 여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단장님은 그래서 보배로워 보인다. 이번 캠프에 특이한 사항은 캐나다 단장님이다. 무려 18년 만에 캐나다 영주권을 받고 “사랑의 캠프”에 참석하였기 때문이다. 온화한 표정에 김 단장님은 사모님과 아들이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 취약점을 안고 사는 가정에 왜 그리 순조롭게 일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것이 안타깝다. 오랜 날 함께 기도하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밀알선교단을 설립하고 지금도 밀알을 이끌고 계시는 “이재서 박사”께서 캠프에 참석하였다. 시작장애인인 이 박사님을 대할 때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은 엄청난 일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초능력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금번 캠프에 강사는 최경학 목사님(순천 강남중앙교회)이었다. 멀리 한국에서 날아와 상처 난 장애인들과 봉사자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역시 장애인들은 재미있는 설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장애를 가진 것 자체가 심각해서일까? 목사님은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유모어를 구사하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깊은 영성의 말씀을 증거 해 주셨다. 캠프 진행을 맡은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얼마나 큰 도전과 은혜를 받았는지 모른다. 아동 캠프는 김윤나 전도사님(첼튼햄 장로교회)이 강사로 나섰다. 영어권에 아이들에게 슬라이드를 비추어가며 감동적이 설교를 해 주셨다. 역시 집회를 강사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첫날 저녁에 캠프를 찾아온 천사가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양은 감동적인 간증과 최고수준의 바이올린 연주로 우리 모두를 꿈의 동산으로 인도하였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박지혜 양은 어린 나이에도 예수님을 너무도 예쁘게 사랑하는 음악가였다. 천진난만한 표정, 수준 높은 연주, 고난을 넘어선 그녀의 예쁜 간증은 캠프를 은혜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명품이었고 가격이 35억을 호가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 소리가 범상치 않았다.

둘째 날 낮에는 아동들을 위해 마당에 “놀이기구”가 설치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누구나 동화 속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나 보다. 놀이기구를 타며 내지르는 탄성이 정겨워 보인다. 마지막 날 열리는 “밀알의 밤”은 각조별 대항 “장기자랑” 시간이다. 지적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곳, 휠체어 장애인이 무대에 올라 휠체어를 흔들며 현란한 춤을 추는 곳,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곳, 그 장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외쳤다. “이곳이 천국이라”고.

그렇게 캠프는 막을 내리고 밀알들은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내년을 기약하며 내어젖는 손마디에 아쉬움이 배어나온다. 서로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며 재회를 약속하는 장면은 내리쬐는 여름 햇살과 어우러져 영롱한 빛을 발한다. 아, 이곳이 우리들의 천국이어라!


  1. 아내는 팝콘이다 2/13/15

    부부가 만나 한 평생을 살아가는 것은 신비롭고 신기한 일이다. 처음부터 잘 맞는 부부가 있다. 행운 중에 행운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부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살아간다. 남들 보기에는 잉꼬부부이지만 들어가 보면 ‘속 터지는’(?) 가정이...
    Views66608
    Read More
  2. 내가 3일간 눈을 뜰 수 있다면 2/7/2015

    장애를 가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하나님은 공평하셔서 그 장애를 다른 방법으로 대처 할 수 있는 능력을 주셨다. 하지만 그런 경우가 해당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두 눈을 볼 수도 없고, 듣지도 못하며, 언어구사도 안 되는 삼중고(三重苦)의 고통을 안...
    Views66409
    Read More
  3.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1/30/2015

    언젠가 방영되었던 MBC 단막극의 제목이다. 드라마는 아파트 “햇빛 노인정” 사람들이 친구의 폐암 소식을 듣고 수술비를 마련하려 애를 쓰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하지만 다들 자식들에게 용돈을 받아 사는 노인들이라 거두어진 돈은 몇 만원에 불...
    Views72808
    Read More
  4. 경동시장 1/24/2015

    나는 청소년기부터 대학시절을 “제기동”에서 살았다. 가까이는 청량리 역이 위치해 있었고 조금 더 가면 홍릉과 세종대왕 기념관, 그리고 당시 KIST가 자리한 사통팔달의 동리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흥미진진한 곳은 ‘시장통’이었다...
    Views74444
    Read More
  5. 관상 1/16/2015

    요사이 “왕의 얼굴”이란 드라마가 잔잔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년에는 “관상”이란 한국영화가 9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결국 영화는“관상은 없다.”는 허무한 결론으로 끝이 난다. 과연 그럴까? ...
    Views78027
    Read More
  6. 이마고를 아십니까? 1/9/2015

    미국에서 “가장 행복한 미국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돈이나 건강, 학력, 직업, 외모’가 행복지수와는 결정적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가장 행복한 사람은 가족 관계가 가장 좋은 사람, 그 중 부부관계가 좋...
    Views61894
    Read More
  7. 2015 첫 칼럼 (새해에는 예쁜 꿈 꾸세요!) 1/2/2015

    새해가 밝았다. 금년은 양띠 ‘을미년’이다. 이상하다. 띠를 무시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는 것 같다. 그렇게 보아서 그런지 그래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띠”에 따라 성격이 나타나는 것을 본다. ‘양띠’들은 대개 온순...
    Views73021
    Read More
  8. 퉁치고 삽시다! 12/26/2014

    어느새 2014년 말미이다. 이맘때가 되면 누구나 “다사다난”이란 단어를 되뇌이게 된다. 금년 가장 충격적인 일을 꼽으라면 4월에 있었던 “세월호 침몰”사건이다. 진정 엘리옷의 말처럼 “4월은 잔인한 달”이었다. 그런대...
    Views73481
    Read More
  9. 청춘 낙서 12/19/2014

    낙서의 역사는 얼마나 될까? 아마 태초부터 낙서가 있지 않았을까? 아담은 에덴동산 곳곳에서 낙서를 했을성 싶다. 고교 2학년 때. 수학여행을 가서 설악산 암벽에 새겨진 낙서에 혀를 내둘렀다. 처음 이민을 와서 ‘프리웨이’(L.A.)가 지나가는 ...
    Views82296
    Read More
  10. 중년 위기 12/12/2014

    하루를 오전과 오후로 나누듯 인생을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는 인생의 자오선(子午線)이 중년이다. 중년은 분명 전환기이다. 건축 설계업을 하는 마흔 여섯 살의 ‘김모’씨는 전업주부인 아내와 고등학교 1학년, 중학교 3학년의 두 아들을 두었다...
    Views63248
    Read More
  11. 잘못 태어난 인생은 없다 12/5/2014

    이렇게 기구한 삶을 산 여인이 있을까? 단지 딸이라는 이유로 술에 취한 아버지는 갓난아이를 방바닥에 내던져버렸다. 그 아이는 결국 척추를 다친 장애인이 되었다. 갓난아기의 키는 더디 자랐다. 공부는 초등학교가 끝이었다. 아버지의 자살, 정신질환을 앓...
    Views69837
    Read More
  12. 가을 품속에서 11/28/2014

    가을이다. 매년 맞이하는 계절이지만 금년 가을의 숨결은 내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한다. 무려 4개월 이상을 숨 가쁘게 달려왔다. 상상하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은 것이 6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5월 한 달, 중국 그리고 동남아 선교를 마치고 돌아와 지친 몸과 ...
    Views62675
    Read More
  13. 중력과 은총 11/21/2014

    우리는 일찍이 ‘만유인력’이라는 과학자 아이작 뉴턴의 학설을 배워 알고 있다. 질량을 가진 물체사이의 끌림을 기술하는 물리학 법칙이다. ‘뉴턴’하면 떠오르는 과일이 있다. 바로 “사과”이다. <에피소드 과학사>라는 ...
    Views87854
    Read More
  14. 이 감격, 이 감동! 11/14/2014

    사람이 살다보면 기쁨의 순간을 경험할 때가 있다. 그토록 원하던 일들이 성취되는 순간이나 생각지 않았던 일들이 영화처럼 눈앞에 나타날 때이다. 올림픽이 온 세계인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올림픽 자체가 감동 덩어리이기 때문일 것이다. 몇 시간, ...
    Views62193
    Read More
  15. 장애인을 사랑하기까지 11/7/2014

    나는 장애인이다. 모두가 그렇듯이 나도 귀한 가정에 아들로 태어났다. 아들을 둘이나 낳았지만 갓난아기 때 병으로 다 잃어버리고, 딸을 낳아 기르다가(누나)내가 태어났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기뻐하셨을까? 하지만 돌이 지나며 ‘소아마비’에 걸...
    Views68275
    Read More
  16. 세월이 가면 10/31/2014

    초등학교 졸업이 가까워지며 “사은회”가 열렸다. 짧게는 1년 동안 길게는 6년을 한결 같이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들을 모셔 놓고 다채로운 행사로 감사를 표하는 자리였다. 따라서 “사은회비”가 졸업경비에 포함이 되어 있었고 소박하...
    Views59249
    Read More
  17. 목사님이시잖아요? 10/24/2014

    항상 친밀하게 교제를 나누며 그래서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 되는 자매와 ‘카카오 톡’이 오고가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이제 안 만나면 그만이지!’하고 있는데 ...
    Views60314
    Read More
  18.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2252
    Read More
  19.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10/11/2014

    “생명이 무엇일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가 신비 중에 신비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생명이 잉태되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할 때에 얼마나 ...
    Views63117
    Read More
  20.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5873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