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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진희 자매. 그녀는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이다. 다시 말하면 중증장애인이다. 그녀는 경남 통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21년을 살았다. 독립해서 4년을 살다가 기적적으로 비장애인 남편을 만나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다. 오늘은 그녀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노진희는 경남 진해의 어느 시골에서 유복자로 태어났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는 힘겹게 딸을 키웠다. 진희의 어머니는 미용가방을 들고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며 ‘머릿일’을 하셨다. 새벽에 나가면 날이 캄캄해서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오시는 어머니를 진희는 하루 종일 마루 끝에 앉아 기다렸다.

늦은 밤, 대문을 열고 들어서다 마루에 멍하니 앉아있는 딸의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눈물 짓는 날이 많았다. 결국 어머니는 7살이 된 진희를 장애인 시설에 보내기로 결정한다. 진희는 어머니에 대한 섭섭함과 배신감이 밀려와 힘겨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하지만 곧 어머니의 깊은 사랑을 깨닫고 적응에 들어갔다. 생계유지를 위해 하루 종일 밖으로 다녀야하는 어머니에게는 장애를 가진 딸을 홀로 집에 두기에는 너무도 마음이 아팠던 것이다. 어머니는 진희에게 “20년만 기다려 달라.”고 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20년 후에는 너를 찾으러 오마!” 어머니의 간곡한 부탁이었다. 그 어머니의 약속을 가슴에 새기며 진희는 장애인 시설에서 살아가게 된다. 어머니를 기다리는 진희도 힘들었지만 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어머니는 안 해 본 일 없이 고생을 한다.

진희 자매가 28살이 되던 해에 모녀가 헤어진 지 꼭 21년 만에 어머니는 약속대로 딸을 찾으러 왔다. 어머니가 얻어준 자그마한 「원룸 아파트」에서 진희 자매는 자립의 삶을 시작한다. 여전히 어머니는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별도로 살 수밖에 없으셨다. 진희 자매는 오직 하나님을 의지 한 채 방에서만 생활을 했다. 주일에 교회 가는 것과 월요일에 “밀알선교단” 모임에 참석하는 것이 그녀의 유일한 외출이었다. 그런 틈새에서 진희 자매는 한 남자를 만난다. 2000년 친구의 권유로 인터넷 동호회 모임인 『장애우 첫걸음』이라는 봉사단체에 참석을 하게 되었다. 그 모임에 회장이었던 남자는 모임이 끝난 후 진희 자매를 “진해”까지 바래 다 주게 되었다. 물론 몇몇 다른 회원들도 동승을 하고 말이다.

그것이 그들의 첫 만남이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두 사람은 광안리 해변에서 다시 만났다. 많은 사람의 중심에는 회장인 그가 있었다. 진희 자매는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마주친 눈빛. 남자는 다가왔고 “같이 노 젖는 배를 타자”고 했다. 둘은 바다 한가운데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남자의 진솔함과 사람 됨됨이에 진희 자매는 마음이 끌렸다. 헤어 질 때에 남자가 한마디를 던진다. “진희 씨, 시간나면 자주 놀러 갈께요. 그래도 되죠?” 진희는 ‘피식’ 수줍은 미소만 지었다. 그 당시 남자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그녀는 김해에 살고 있었기에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잊고 지낼 쯤.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며칠 후 전화가 또 왔다. 아니 하루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 전화를 거는 횟수만큼이나 두 사람은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후 한 달에 한번 그는 김해에 내려온다. 그러다가 2주에 한번으로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1주일에 한번 직장생활에 지친 몸을 이끌고 진희 자매를 만나기 위해 강행군을 하게 된다. 1년이 지나가며 두 사람은 아름다운 연인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전화 한통을 받는다. “진희야, 나 지금 금강휴게소인데 서울의 모든 삶을 정리하고 지금 김해로 내려가고 있어” 그렇게 두 사람은 부부의 연을 맺었다. 삶이 행복했다. 남편의 부모님들이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말이다.

남편은 2남 1녀의 장남이었다. 시골에서 어렵게 농사를 지으며 사시는 부모님에게는 참으로 귀한 자식이었다. 아버지는 교회 장로님, 어머니는 권사님이었다. 하지만 아들이 장애인과 결혼하는 것에는 극구 반대를 하셨다. 멀리 경북에서 ‘이틀이 멀다’하고 달려와 두 사람을 윽박질렀다. 어느 날, 아버지는 낫을 들고 “둘 다 죽이고 나도 죽겠다.”고 이성을 잃으셨고, 어머니는 하루 종일 방안에서 통곡만 하셨다. 나중에는 회유에 들어갔다. “지금이라도 내 아들을 포기하면 평생 공부를 시켜주고, 생계비를 대 주겠다”고. 진희 자매가 견뎌내기 힘든 상황의 연속이었다. 결국 부모와 자식의 연은 조금씩 끊어져 갔고 삶은 다시 평온을 찾아갔다. 행복했지만 가슴 한켠에는 부모님에 대한 죄스러움과 자식으로서 ‘천륜을 저버렸다’는 죄책감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정한다. 남편은 청첩장을 들고 부모님이 계신 봉화로 향한다. 완강하기만 하시던 아버지는 체념을 하신 듯 아무 말 없이 아들을 앞에 앉혔다. 한참의 침묵이 흐른 후 아버지가 입을 여신다. “너 정말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니?” “예” “그래 좋다. 대신 한 가지만 약속을 해라. 네가 선택한 만큼 그 사람을 평생 책임져라. 중간에 무슨 일이 있다고 버리는 날에는 내가 너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이후 진희 자매의 어머니와 시부모님들의 상견례를 가졌다. 어머니들은 만나자마자 두 손을 꼭 잡은 채 눈물만 흘리셨다. 시어머니는 “서러움의 눈물”을 친정어머니는 “죄스러움의 눈물”을.

결혼식 당일.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시부모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예배당에는 교회 성도님들, 친구들, 친정 친척들이 빼곡히 앉아있었지만 시댁 자리는 ‘텅텅’ 비어있었다. ‘역시, 안 오시는 구나’ 체념하고 있을 무렵에 관광버스 2대가 예식장에 도착한다. 시부모님은 고향의 교회 성도님들과 마을 사람들을 동반하여 달려오신 것이다. 시아버지가 진희 자매에게 다가간다. 며느리의 손을 꼭 잡아주며 “차가 밀려 늦게 도착하였다”고. “아가야, 미안하다”고 말을 건넨다. 결혼식은 그때부터 눈물바다를 이루었지만 양가의 축복 속에 꿈에 그리던 결혼식이 거행되었다.

세월이 흘러 진희 자매는 소중한 두 딸을 낳았다. 그렇게 반대하시던 시부모님에게도 기대하지 못했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얼마 전 남편이 사다준 “스쿠터”는 진희 자매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젠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돌아다니는 자유인이 되었다. 장애를 넘어선 한 남자의 사랑이 상처투성이로 살아온 한 여인을 살려냈다. 장애. 그것이 사랑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은 이미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영혼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진희 자매는 참사랑 앞에서 자유로운 한 마리 새로 다시 태어났다. 그녀는 고백한다. “나는 행복한 여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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