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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많은 곳을 떠돌며 인생을 엮어간다. 우리는 모두 한국 사람이다.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자신이 외국에 나가 살게 될 줄을 예측한 사람이 있을까?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오신 분들도 없지 않아 있겠지만 대부분 어쩌다가 미국에 오게 되어 수 십년의 타국생활을 하고 이어가고 있다. 필자도 마찬가지이다. 내 생애에 미국생활이 예비 된 것을 진작에 알 수만 있었다면 지금보다 더 철저한 대비를 했을 것이고 ‘좀 더 여유 있고 폭넓은 사역을 펼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사람들은 거의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만족하지 못하고 산다. 우리나라 속담을 빌리자면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나 할까? 그래서 ‘그곳에 가면 더 낫지 않을까?’하고 삶의 거처를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새로운 곳에 적응을 하느라 정신없이 살다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고 나면 과거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이상하다. 시간이 지나면 아픈 기억은 사라지고 좋은 추억만 새록새록 가슴을 저민다. 그래서 생겨나는 것이 “향수병(鄕愁病)”이다.


필자는 천호동 D교회에서 9년 동안 부교역자 생활을 했다. 14년 동안 전도사 생활을 한중에 9년을 그 교회에서 지냈으니, D교회는 필자의 생애에 잊지 못할 교회인 셈이다. 언제까지나 그 교회에 있을 줄 알았는데 하나님의 강권하심으로 필자는 담임 목사가 되어 D교회를 떠나게 되었다. 9년 만에 사역의 터전을 바꾸니 얼마나 시원하던지! 새로 부임한 교회에서 목회에 전념하며 시간이 흘러갔다. 그렇게 한 2년이 지났을까? 갑자기 D교회가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추억들이 가슴을 파고들며 성도들, 특별히 필자가 열정을 다해 지도하던 제자들이 사무치게 그리웠다. 주일 낮 예배가 끝나고 점심 식사를 하자마자 성태현이란 청년에게 운전대를 잡게 하고 필자는 D교회로 향했다. 황 목사님에게 드릴 수박한통을 사들고 무작정 교회로 들어갔다. 갑자기 필자가 교회에 들어서니 모두들 반갑고 놀라는 표정이었다. 목사님을 만나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교회 이곳저곳을 훑고 다니며 사람들을 만나고 어디에서부터 우러나오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그리움을 달랬다. 저녁 예배 인도를 위해 돌아오며 “내가 왜 그랬는지” 나도 알 길이 없었다. 아마 잠시 향수병에 걸렸던 모양이다.

지금부터 20년 전쯤일까? 어느 날 목양실로 중학교 동창들이 쳐들어왔다.(?) 이훈, 용은경, 강문희 세명이었다. 우리는 그냥 좋았다. 10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 이미 빛이 바래가는 어린 시절의 모습을 힘써 재생 해 가며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었다. 문제는 ‘용은경’이었다. 그녀는 한국에 살고 있지 않았다. 부군인 목사를 따라 미국 시애틀에 이민을 가서 살고 있었다. 이민 목회가 힘든 것은 우리도 알고 있지 않는가? 목회에 지치며 찾아온 것이 향수병이었다. 벼르다 벼르다 드디어 고국을 향해 날아오게 되었다. 곁에 있던 문희가 입을 열었다. 자다 말고 갑자기 ‘어디를 가자’고 하더란다. 애원 하는듯한 그 표정에 못 이겨 밤중에 차를 몰고 옥천으로 내달았다.(경기도: 필자와 친구들이 마지막 살던 곳)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시냇물로 달려 들어가 발을 담그고 울더란다. 세수를 하고 이리저리 걸어 다니면서 소리를 치고… 그 밤, 날이 새도록 은경이는 자기가 살던 동네 이곳 저곳을 더듬고 다녔다. 다음날, 이야기 끝에 “재철이가 목사가 되어 서울에서 목회를 한다”고 하니까 “빨리 가서 만나보자”고 보채서 쳐들어 왔다나.

우리는 이미 고국을 떠난 사람들이다. 이미 「재미 교포」라는 낯선 이름이 우리에게 붙여져 있다. 돌이켜보면 나도 미국에 와서 향수병에 걸릴 뻔한 때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때마다 기도에 힘쓰며 사역에 온힘을 다하였기에 잘 견뎌온 것 같다.

그러기에 “바쁜 꿀벌은 슬퍼할 틈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지금 필자는 한국 땅을 밟고 있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 한국 사람인 것이 신기하다. 과거에는 중구난방이던 상가 간판이 산뜻한 디자인으로 단장되어 있는 것이 아름답다. 어디를 가도 한국말로 의사소통을 하는 것이 편안하고 자정이 넘도록 커피를 마시며 정다운 사람들과 밀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이 많아 좋다. 기나긴 시간을 참고 인내한 끝에 고국에 돌아와 가슴속 깊이 숨어있던 향수병을 뿌리까지 치료받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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