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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힘들지만 언니 집으로는 절대 가고 싶지 않아요” 장애를 가진 자매의 하소연이다. 자매는 눈물을 흘리며 호소했다. “맘 편히 머물 수 있는 곳이 필요합니다.” 뇌성마비 1급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는 자매(35)는 지난 2000년 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지자 서영숙 목사가 운영하는 비인가 시설 ‘평안의 집’(전주시 태평동)에 맡겨졌다. 그는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며 힘든 점도 있었지만 목사님의 헌신과 노력으로 그동안 안정적으로 지내왔다”고 장애인 시설에서의 생활을 전했다. 언니 부부와 갈등을 겪게 된 것은 서 목사가 교회를 비운 사이 자매를 익산 집으로 데려간 지난 1월.

자매는 언니네 집의 생활을 ‘악몽’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내 앞으로 나오는 월 30만원의 장애 수당을 한 푼도 주지 않았고 언니 부부는 내 앞에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행위를 해서 정신적으로 시달리는 등 하루하루가 고통이었다”고 말했다. 언니는 불과 6개월 만에 몸이 아프다는 핑계로 동생을 교회로 돌려보냈지만 이달 중순 다시 찾아와 “동생을 내 놓으라”며 보호자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심지어 서 목사가 동생을 납치했다며 경찰과 검찰, 시청에 민원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정작 장애를 가진 자매는 “언니가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하는 것은 올해부터 장애수당이 10만원 가량 올랐기 때문이다”며 “제발 나를 데려가지 못하게 해 달라”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가련한 자매는 현재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연계해 언니 부부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하고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하며 눈여겨 본 것은 장애시설이었다. 한국에 다녀오는 사람들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은 “한국이 살기 좋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복지시설도 향상되었으리라 기대하며 한국 곳곳을 누볐다. 서울에 하루를 머문 후에 처가가 있는 일로(목포 근교)로 향했다. 동서와 동행하는 길에 휴게실에 들렀다. 역시 한국의 휴게실은 먹거리가 풍성하였다. 시끄럽게 틀어놓은 스피커에서는 귀에 익은 노랫가락이 흥을 돋우고 있었다. 조용하고 단순하기 이를 데 없는 미국 휴게소에 비하면 역시 한국은 풍류가 넘치고 있음을 실감하였다. 문제는 화장실이었다. 시설이 깨끗하고 최신식인 것까지는 좋았는데 좌변기가 재래식이었다. 장애인 전용 화장실은 수리 중이었고 결국 다음 휴게실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필자가 한국에 살 때에 비하면 장애인 시설이 곳곳에 준비된 것은 획기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가는 곳마다 계단이 많았다. 눈에 띈 것은 전철역마다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더가 설치 된 것이 다행스러웠다. 옛날보다는 훨씬 장애인들이 전철을 이용하기에 편리해 졌지만 승객이 많지 않은 시간에는 가동이 되지 않아 당황을 했고 결정적인 시점에서 계단이 장애인들의 진로를 막고 있었다. 최근에 개통된 전철역에는 배려가 돋보였지만 오래전에 건설된 전철역에는 억지로 설치된 모습이 역력하여 형식적인 것처럼 느껴졌고 환승(노선을 갈아타는 것)하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고된 발걸음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필자는 심한 장애가 아니어서 걸을 수 있어 크게 지장은 없었지만 장애인이 홀로 외출을 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곳이 한국이었다.

나는 오래전에 장애 등급을 받았다. 서울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좋은 의사를 만나 “3급 1호 판정”을 받았다. 3급 2호만 되어도 장애인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중에 알고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필자가 한국에 살 때는 거의 자가용을 몰고 다녔다. 그러니까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금번 한국방문에서 내가 주로 이용한 것은 전철이었다. 설교 초청을 해준 교회에서는 차를 보내주었지만 그 외에는 전철을 타고 다녔다. 택시를 타면 편리하기는 하겠지만 택시비가 너무 아까웠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찾아간 서울을 느끼기에는 대중교통수단이 제격이었다.

장애인 복지카드만 있으면 무상으로 전철을 타고 서울 곳곳을 누빌 수 있었다. 모처럼 한국 사람들끼리 마주 앉아 전철을 타고 가는 모습이 새삼스럽고 신기하였다. 서로 마주보기가 쑥스러워서 그런지 눈을 감고 있는 사람들이 많았고 핸드폰으로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핸드폰 TV 시청은 무료라는 말에 역시 한국은 IT 강국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국을 방문하면서 미국에서 대여폰(임시로 빌려 쓰는 핸드폰)을 들고 나갔는데 나중에 보니 핸드폰 안에 한국 전철 노선이 들어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전철 출발역과 도착역을 입력하면 갈아타는 역과 걸리는 시간까지 알려주어 편리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나는 청량리를 찾아갔다. 내가 서울에 와서 첫정을 주었던 곳이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 지상으로 나가며 놀란 것은 노점상들이 즐비한 장면이었다. 곳곳마다 없는 것이 없었다. 심지어 정육점 고기까지 팔고 있었다. 두어 사람이 비켜갈 정도의 공간을 두고 노점상들은 소리를 지르며 물건을 팔고 있었다. 과거에 청계천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장면이 청량리 거리에서 목격되고 있었다. 양복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기성복이 주를 이루는 시대에도 양복을 재단하여 만드는 곳이 있었다. 7.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기능올림픽 입상자”라는 재단사 소개가 양복점 입구에 붙어있는 것이 이색적이었다.

서울 곳곳이 많이도 변했지만 청량리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낭만이 넘치는 역의 모습은 사라지고 커다란 백화점이 역사자리를 차지하며 그 위용을 과시하고 있었다. 한숨이 나왔다. 아쉬움이 섞인 한숨을 내쉬고 발걸음을 내디디려고 할 때에 내 눈에 장애인이 들어왔다. 쌀쌀한 가을바람이 휘몰아치는 노상에 잡다한 상품을 벌려놓고 물건을 팔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다가가 물건을 집어드니 불편한 몸을 떨며 사용설명까지 해 준다. 이뻤다. 고마웠다. 반가웠다. 중증 장애를 가지고 청량리 로터리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그 장애인이 그렇게 멋이 있어 보일 수가 없었다. “많이 파세요!” 손을 흔들며 진심으로 그 장애인을 축복하였다. 차디찬 보도 블럭에 앉아 나에게 보내주던 장애인의 미소가 지금도 나를 행복하게 해 준다.

진정한 사랑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미국으로 말하면 $300이라는 돈이 장애를 가진 동생을 사랑하는 빌미였다는 사실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중증장애인들은 주변 사람들이 수족이 되어 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사랑”은 그 모든 것을 버거워하지 않도록 만드는 신비스러운 능력이 있다. 이런 마음들이 성탄이 다가오는 이 계절에 모든 분들의 가슴에 임하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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