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49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공교롭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보다. 집회 인도 차 한국에 간 사이에 밀알 가족들 중에 두 분이 유명을 달리하셨다. 아내의 전화를 통해 두 분의 소천소식을 들었을 때에 애통한 심정은 이루 말로 표현이 안 된다. 이미 암과 투병 중이셨던 상황이지만 내가 자리를 잠시 비운 사이에 이 세상을 떠나 버린 두 분에게 야속한 심정까지 드는 것은 너무도 사랑을 받고 사랑했던 분들이기 때문이리라! 조금만 더 참으시지 하필 내가 없는 사이에 떠나시다니! 하지만 ‘인명은 재천’이라 하지 않던가. 사람의 생명이 그분에게 있는데 어찌 떠나가는 시간을 두고 원망을 하겠는가? 마지막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미안하고 아쉽지만 하나님의 깊으신 뜻이 바로 그 시간에 가셨어야 했음을 깨달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

황옥인 집사님! 채 50이 되지 않은 나이에 가셨기에 안타까움이 더하다. 항상 긍정적이시고 씩씩하시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교회에서도 항상 적극적으로 주님의 일을 감당하셨고 영어에 능통하여 어린 영혼들을 믿음으로 양육하는 일에 헌신하던 집사님이셨다. 10여 년 전에는 밀알선교단 “토요 사랑의 교실”에 오셔서 장애아동들을 돌보시던 가슴이 따뜻한 분이셨다. 근래에는 부군 이철민 전 이사장님을 도와 누구보다 밀알사역에 적극 동참하셨다.

3년 전 여름. 전화 한 통화를 받았다. 황 집사님의 남편인 이 권사님의 목소리였다.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권사님의 음성으로 “황 집사님이 근육암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에 접했다. 허벅지 밑으로 암이 생긴 희귀병이었다. 나는 전혀 염려하지 않았다. 워낙 의술이 발달되어 있기에 그랬고 누구보다 씩씩한 황 집사님이 암을 ‘훌훌’ 떨쳐내고 일어서리라 확신했다.

키모데라피가 시작되자 무성하던 황 집사님의 머리가 빠지기 시작하였다. 심방을 가자 가발을 쓰고 우리 부부를 맞았다. 가발이 너무 자연스러워 농담까지 하면서 함께 기도했다. 의사를 잘 만난 까닭에 집사님의 병은 호전되었고 암 근원을 도려내는 수술을 끝내고 완치 단계에 들어갔다. “역시 황 집사님이야.” 축하하며 암에서 나았음을 감사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암은 재발되고 온몸으로 전이되는 최악의 상황이 전개되었다. 염려하며 찾아간 병원에서 황 집사님을 만나는 순간에도 “능히 이기리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비록 병원에서는 “불가능”의 판결을 내렸다 할지라도 병을 대하는 황 집사님의 반응을 통해 “쾌유”의 기적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를 저버린 채 집사님을 먼 길을 떠나고 말았다.

장순자 권사님! 권사님이 처음 밀알모임에 나오던 날을 나는 또렷이 기억한다. 연세가 있으시지만 단발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멋쟁이셨다. 찬양을 할 때면 흥에 겨워 춤을 추시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장애인들의 진정한 친구로 살았던 분이 장 권사님이셨다. 밀알선교단에 들어 설 때면 항상 밝은 얼굴로 “할렐루야!”를 외치셨고 장애인들을 부둥켜안으며 춤을 추셨다. 단장인 나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힘을 주셨다. 시간을 물론이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하여 누구보다 앞장서서 봉사하시던 분이었다. 향학열에 불붙어 늦깍이 신학공부에 전념하시더니 학위를 끝내시고 모 교회 전도사님으로 임명을 받기에 이른다.

“암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고는 모임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었고, 암 치료를 받으시며 머리칼에 문제가 생겨 심방을 가면 멋진 두건을 쓰시고 일행을 맞았다. 병이 악화되어 PENN 병원 중환자실에서 끔찍한 암과의 싸움을 계속해야 하셨다. 재작년 겨울이던가? 혹한의 날씨에 병원을 찾았을 때 권사님은 피가래를 쏟아내며 고통스러워하셨다. 절박한 신음소리는 병실을 들어서는 나를 다급하게 만들었다. “목사님, 내가 빨리 천국에 가도록 기도해 주세요!” 권사님의 절규에 애처로워 울었다. 병세가 호전되어 집에서 가료 중이셨는데 권사님도 속절없이 떠나버리고 말았다.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두 분의 죽음에 안타까움이 더한 것은 아직은 한창 사실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요, 누구보다 장애인들을 사랑하셨던 분들을 잃어버린 아쉬움 때문이다. 밀알 곳곳에 두 분의 체취가 묻어있는데 아무리 그리워해도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집사님, 권사님! 안녕히 가십시오. 두 분 때문에 너무도 행복했습니다. 사랑합니다!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