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5.11.25 03:02

우리들의 천국 8/9/2010

조회 수 769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637290_orig.jpg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누구나 누려야 할 권리와 자유를 제한 받는 일은 안타까운 일이다. 밀알선교단이 좋은 이유는 장애인들이 ‘존재의 의미’를 깨닫고 마음껏 자신을 발산하며 살게 해 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교회가 아무리 좋아도 장애인이 우선이 될 수는 없다. 건강하고 능력이 많은 사람이 교회를 찾아왔을 때보다 장애인 한사람이 나타났을 때에 진심으로 좋아할 수 있는 목회자와 교회가 얼마나 될까? 장애인은 일반 사람과 다를 뿐이다. 다른 것은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무시하고 차원 낮게 대해도 상관없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신내동에서 목회를 하고 있을 때에 일이다. 교회마다 계단이 많았지만 유일하게 평지로 들어갈 수 있는 교회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인지 근처에 있는 복지 홈에 기거하고 있는 장애인들이 하나둘 그 교회에 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느 날, 그 교회 목사님과 만나 대화를 하는 중에 “고민이 생겼다”고 하였다. 들어보니 “장애인들이 많아지면서 교회 이미지가 나빠지고 근처에 있는 아파트에서 사람들이 왔다가 그냥 돌아간다”는 말이었다. 금방 반응은 보이지 못했지만 가슴 한 구석이 답답해 오는 것을 느꼈다.

힘 있는 사람, 재력과 세상적 지위가 탄탄한 사람이 교회에 나오면 소위 “큰 고기”라고 하며 좋아한다. “우리 교회에는 박사가 많다”느니,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든지 “유명한 사람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는 것은 별로 특이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너무나 기쁜 표정으로 “지난 주일 우리교회에 장애인이 나왔어”라고 자랑하는 교회나 목회자를 만나기는 참으로 쉽지 않다. 장애인들은 사실 교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아니 폐를 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지도 모른다. 헌금은 물론이요, 변변한 봉사도 하질 못한다. 교회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장애인들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가슴으로 받아들여주는 곳이 교회여야 하지 않을까?

밀알선교단은 장애인을 소중히 여기는 곳이다. 장애인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어느새 31년 동안 묵묵히 사역을 해왔다. 화려하지도 그리 내세울 것도 없지만 그래서 밀알에 나오는 장애인들은 행복하다. 매년 여름 장애인들이 기다리는 축제가 열렸다. 바로 “사랑의 캠프”이다. “사랑의 캠프”에는 동부 지역에 밀알선교단 소속 장애인 600명이 참석하였다. 무더운 여름날이었지만 1년 만에 만나는 밀알들의 표정이 정겹다. 천방지축 달아나려는 장애아동을 꼭 잡은 어린 봉사자들의 손길부터 휠체어에 누운 채 입구에 들어서는 장애인까지 접수를 기다리는 밀알들의 모습이 캠프가 개막되었음을 실감나게 한다. 

시카고 밀알 단장님은 필자의 신학대학 직속 선배이다. 개인적으로는 “형”이라고 부르는데 다가와 안아주는 선배의 품이 포근하다. 워싱톤 단장님도 같은 1년 선배지만 흐트러짐이 없어 어렵게 느껴진다. 분명히 친하기는 한데 왠지 서먹한 이유가 그것이다. 사람은 흐트러질 때에 매력이 있는데 말이다. 아틀란타 단장은 나보다 나이가 어려 편하다. 목소리가 여성스러워서 처음 통화를 할 때에는 여자인 줄 아는 사람들이 많다. 외모나 목소리는 그렇지만 일처리는 항상 지혜롭고 치밀하다. 뉴저지 단장은 20대부터 밀알에 헌신한 귀한 인재이다. 일반 목회를 했어도 크게 성공했을 법한 목사님이 장애인들을 사랑하기에 청춘을 밀알에 헌신한 모습이 그래서 귀해 보인다.

유일하게 뉴욕 단장은 여성이다. 여자라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지만 항상 밝은 표정으로 장애인들을 대하는 단장님은 그래서 보배로워 보인다. 이번 캠프에 특이한 사항은 캐나다 단장님이다. 무려 18년 만에 캐나다 영주권을 받고 “사랑의 캠프”에 참석하였기 때문이다. 온화한 표정에 김 단장님은 사모님과 아들이 모두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런 취약점을 안고 사는 가정에 왜 그리 순조롭게 일이 풀리지 않았는지 그것이 안타깝다. 오랜 날 함께 기도하여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다. 밀알선교단을 설립하고 지금도 밀알을 이끌고 계시는 “이재서 박사”께서 캠프에 참석하였다. 시작장애인인 이 박사님을 대할 때마다 같은 장애인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앞을 전혀 보지 못하면서도 그분은 엄청난 일들을 하고 계시기 때문이다. 목소리 하나만으로 오래전에 만났던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 내는 초능력에 감탄하면서 말이다.

금번 캠프에 강사는 최경학 목사님(순천 강남중앙교회)이었다. 멀리 한국에서 날아와 상처 난 장애인들과 봉사자들의 마음을 치유해 주었다. 역시 장애인들은 재미있는 설교를 좋아하는 것 같다. 장애를 가진 것 자체가 심각해서일까? 목사님은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가며 유모어를 구사하여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깊은 영성의 말씀을 증거 해 주셨다. 캠프 진행을 맡은 나는 맨 앞자리에 앉아 얼마나 큰 도전과 은혜를 받았는지 모른다. 아동 캠프는 김윤나 전도사님(첼튼햄 장로교회)이 강사로 나섰다. 영어권에 아이들에게 슬라이드를 비추어가며 감동적이 설교를 해 주셨다. 역시 집회를 강사의 역할이 중차대하다.

첫날 저녁에 캠프를 찾아온 천사가 있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양은 감동적인 간증과 최고수준의 바이올린 연주로 우리 모두를 꿈의 동산으로 인도하였다. 독일에 거주하고 있는 박지혜 양은 어린 나이에도 예수님을 너무도 예쁘게 사랑하는 음악가였다. 천진난만한 표정, 수준 높은 연주, 고난을 넘어선 그녀의 예쁜 간증은 캠프를 은혜의 바다로 인도하고 있었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그녀가 연주하는 바이올린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명품이었고 가격이 35억을 호가한다는 말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바이올린 소리가 범상치 않았다.

둘째 날 낮에는 아동들을 위해 마당에 “놀이기구”가 설치되었다. 사람들의 마음에는 누구나 동화 속 같은 곳에서 자유롭게 노닐고 싶은 욕망이 숨어있나 보다. 놀이기구를 타며 내지르는 탄성이 정겨워 보인다. 마지막 날 열리는 “밀알의 밤”은 각조별 대항 “장기자랑” 시간이다. 지적장애인들이 무대에 올라 스타가 되는 곳, 휠체어 장애인이 무대에 올라 휠체어를 흔들며 현란한 춤을 추는 곳,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이 함께 어우러져 어린아이로 돌아가는 곳, 그 장면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외쳤다. “이곳이 천국이라”고.

그렇게 캠프는 막을 내리고 밀알들은 삶의 터전으로 돌아갔다. 내년을 기약하며 내어젖는 손마디에 아쉬움이 배어나온다. 서로를 안아주고 보듬어 주며 재회를 약속하는 장면은 내리쬐는 여름 햇살과 어우러져 영롱한 빛을 발한다. 아, 이곳이 우리들의 천국이어라!


  1. 목사님이시잖아요? 10/24/2014

    항상 친밀하게 교제를 나누며 그래서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 되는 자매와 ‘카카오 톡’이 오고가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이제 안 만나면 그만이지!’하고 있는데 ...
    Views61808
    Read More
  2.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3870
    Read More
  3.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10/11/2014

    “생명이 무엇일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가 신비 중에 신비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생명이 잉태되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할 때에 얼마나 ...
    Views64760
    Read More
  4.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60434
    Read More
  5. 괜찮아! 9/26/2014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양평)이어서 그랬는지 우리 학교에는 여자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선희 선생님”은 절도 있는 태도에 실력파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생김새에 지적...
    Views74782
    Read More
  6.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69977
    Read More
  7. 감나무와 밤나무 9/12/2014

    부부들은 말한다. “저 사람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주 멋져 보이는 부부를 보고 누군가 부러운 듯이 말을 건넨다. “참 좋으시겠어요. 저런 분과 함께 살아서” 그런데 정색을 하며 대답하는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그...
    Views80533
    Read More
  8. 닉 부이치치 9/6/2014

    6년 전, 밀알의 밤을 준비하며 찬양을 인도하는 형제에게 긴급명령(?)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밀알의 밤에서 띄울 감동적인 영상을 찾아내라!”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들뜬 형제의 전화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목사님, 기가 막힌 ...
    Views80320
    Read More
  9. 미친개 선생님 8/31/2014

    나는 매주 KBS 예능 “1박 2일”을 즐겨본다. 얼마 전 “선생님 올스타”편이 방영되었다. 각 고등학교에 특이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을 게스트로 해박한 웃음을 유발하도록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발상과 PD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 중에...
    Views62153
    Read More
  10. 화가 올라올 때 8/23/2014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 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화를 자주 내며 산 것으로 기억이 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걸음은 부실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장애가 화를 유발하는 원인이었던 같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은 이미 매사에 화 기운...
    Views69149
    Read More
  11. 누구를 만나는가? 8/16/2014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 인생이 표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시원치 않은 사람인데 만남을 통해 삶이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참 신비롭다. 사람이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고 신을 만나면 신...
    Views66367
    Read More
  12. 남자는 다 어린애고 불안한 존재더라 8/9/2014

    은막의 여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김지미”씨이다. 흑백영화시절부터 그녀는 실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가난하고 그래서 배고프던 시대에 김지미는 한국여성의 틀을 깨고 서구적인 미모로 영화계를 ...
    Views87803
    Read More
  13. 113Cm 엄지공주 “박찬미” 8/3/2014

    이 땅에는 “저신장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다른 말로 그 분들을 “난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신데렐라와 일곱난장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의 동화에서 혹은 서커스 공연을 하...
    Views79957
    Read More
  14. 이때 부를 노래가 없다니 7/26/2014

    한국인들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한국 사람들은 다 어디서나 노래를 즐기고 잘 부른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 생겨났고 그때부터 사람들의 노래실력은 평가(?)를 받으며 발전되어 갔다. 한국에 살 때에 나는 &ldqu...
    Views61150
    Read More
  15.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3834
    Read More
  16. 여자 말만 들으면… 7/12/2014

    이미 다 아는 말 중에 “남자는 평생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성공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엄마”, 결혼해서는 “아내”, 이제는 “GPS 아줌마”(네비게이션).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Views74533
    Read More
  17. 달려라 은총아! 7/4/2014

    은총(남)은 '스터지 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뇌가 서서히 마비되어 돌처럼 굳어가는 병이다. 녹내장과 심한 경기(놀람)를 동반하고 얼굴과 몸에 검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오타모반 증후군, 뇌병변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태...
    Views61700
    Read More
  18. 나와 맞짱뜨기 6/27/2014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잔인하리만큼 참혹한 장면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내 스스로도 ‘왜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그런 영화에 매료되었다. 어떤 때는 괴상한 형상을 한 물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l...
    Views64754
    Read More
  19. 봄비, 너는 기억하니? 6/21/2014

    미국에 살면서 생겨난 특이한 변화는 비의 관한 새로운 의식이다. 비만 오면 유난스럽게 우산을 펴들던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것은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용어가 ...
    Views70514
    Read More
  20. 요령의 미학 6/13/201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은 전무하다. 라면이야 누구나 끓이는 것이고 요리라 이름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는 없다. 단, 밥은 잘한다. 이것은 내 아내와 아이들도 인정을 하는 면이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자취를 한 이력 ...
    Views6288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