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6803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9852217_orig.jpg

 

이 땅에는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 그 한마디에 사람들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가난, 외로움, 버려짐에 사각지대에서 오직 자식만을 바라보며 살던 여인들이 우리시대에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맛있는 것을 자식들 앞에 갖다놓으며 항상 하시는 말씀이 있었다. “엄마는 입이 써서 못 먹는 단다. 너희들이나 먹어라!” 그 말을 곶이 들었다. 그래서 엄마의 표정은 살펴보지도 앉고 열심히 먹었다. 세월이 지나서야 어머니의 마음을 읽었다.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음을 이제야 안다. 어머니의 마음은 자식에게 있다. 자식이 잘되면 ‘저러다가 실수는 하지 않을까?’ 걱정하시고 자식이 기대에 못 미치면 못내 아쉬워 한숨 지며 사셨다.

지난 주간에 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다. 장애를 가진 아들을 무척이나 사랑하시던 어머니는 마지막 순간까지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하고 몇 고비를 넘기며 힘들어 하셨다. 밀알선교단에 없어서는 안 될 귀한 김 형제는 태어나면서 뇌 손상을 입어 장애인이 되었다. 외모가 준수하고 남자다운 기풍이 있어 겉모습을 보아서는 장애인이라는 것을 알기가 어렵다. 내가 7년 전에 단장으로 부임 하였을 때에도 ‘과연 저 친구가 장애인인가?’ 할 정도로 구분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형제에게 다가가 대화를 하면서 말을 더듬는 것과 손을 많이 떠는 모습을 보며 장애가 심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형제의 어머니는 사남매를 낳으셨다. 차남으로 태어난 형제를 위한 어머니의 눈물겨운 노고는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다. 아들을 학교에 보내 놓고 쉬는 시간마다 학교에 드나들며 아들을 돌보았다. 아이들이 아들을 심하게 놀리고 괴롭혔기 때문이다. 나중에는 아들을 지켜보기 위해 곁에 있는 다른 학교에 청소원으로 취직을 하기까지 하였다.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기 위해서 였다. 가족들은 미국에 이미 왔지만 비자 문제가 얽혀 형제는 한국에서 형의 신세를 지며 따로 살게 된다. 그 아들을 미국에 데려오기 위해 어머니는 애끓는 노력을 다했지만 정작 형제가 미국에 오게 되기까지는 8년의 세월이 필요하였다.

그렇게 애를 써서인지 어머니는 신장이 다 망가져 버렸다. 3년 전에 가까스로 신장이식 수술을 하였지만 부작용이 생겨 병원을 자주 드나들어야 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어머니는 남자대장부 같이 성격이 화통하셨다. 음식을 만들어 밀알선교단에 보내오시면 솜씨가 좋아 모두의 식욕을 돋구워 주었다. 시간이 지나며 병세는 악화되었고 몸이 자주 부어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기 시작하였다. 그래도 그렇게 빨리 가실 줄은 몰랐다. 힘은 들지만 잘 견뎌내시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훨훨’ 털어버리고 일어나실 줄 알았다.

지난 금요일(18일)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장애를 가진 김 형제의 다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사님, 어머니가 위급 하시 다는데 어떻게 하죠?” ‘부랴부랴’ 병원으로 향했다. ‘왜 그리 빨간 신호는 자주 걸리는지’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 마음은 더욱 조급해 왔다. 아인쉬타인 병실에는 이미 섬기는 교회 담임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이미 의식불명 상태였고 연결 해 놓은 산소호흡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계속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지켜만 볼뿐 아무 도움이 되어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인간의 한계를 절감케 하였다.

주일 아침 예배를 드리자마자 아내와 함께 병실을 다시 찾았다. 지극정성으로 아내의 병수발을 들어왔던 형제의 아버지만이 홀로 병실을 지키고 있었다. ‘아내를 저렇게 사랑하는 남편이 있을까?’ 감동이 밀려왔다. 연신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아내에게 말을 걸지만 어머니는 서서히 기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귀에 대고 큰 목소리로 외쳤다. “어머니, 이재철 목사가 왔어요. 눈을 좀 떠 보세요” 말을 알아 듣으셨는지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가 조용히 말씀하신다. “목사님, 말을 알아듣나 봐요. 아까부터 이야기를 하면 눈물만 흘리네요” 안타까운 표정으로 내 얼굴을 올려 다 보신다. “그럼요, 움직임이 없어서 그렇지. 의식은 있으실 겁니다. 자꾸 이야기를 해 보세요”

조금 후에 딸과 사위가 병실에 도착하였고 다시 “임종 예배”를 드렸다. 드리는 찬송에 어머니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고 ‘깜박’이던 눈의 움직임은 더욱 둔해져 갔다. 그렇게 병원을 나와 저녁에는 “조국사랑 특별기도회”(서울 장로교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다른 때에는 아예 전화기를 차에 두고 들어갔지만 혹시나 해서 기도회 중에도 전화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전화가 걸려 왔다. 급하게 밖으로 나오자 형제 아버지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목사님, 아내가 숨을 거두었습니다.” 온몸에 다가오는 무더운 여름 기운이 매정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가셨군요.” 하늘은 왜 그리 파란지. 여기저기 연락을 하고 기도회에 다시 들어왔지만 알지 못하는 무거운 것이 마음을 눌러왔다.

그렇게 형제의 어머니는 70년의 생애를 마감하였다. 지난 주간 진행 된 장례절차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여 은혜롭게 마쳐졌다. 장례식장을 흔들어대던 남편의 울음소리와 마지막 어머니를 떠나보내는 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있다. 남자라서일까? 아니면 장애인이라서 표현을 자유롭게 못하는 것일까? 형제는 눈에 눈물을 가득 담고도 울지 못하고 서있었다. 차라리 “어머니”를 외치며 울어주었으며 좋겠건만 형제는 내어 미는 내 손을 꼭 쥐어왔다. 다가가 조용히 안아주며 등을 두드려 주었다. 기둥처럼 의지해 왔던 어머니를 여의고 형제와 아버지는 어떻게 살아갈지 염려가 밀려왔다. 하지만 가족들을 대표하여 인사말을 하던 사위(형제의 매제)의 한마디가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었다. “아버님, 형님! 제가 잘 모시겠습니다.” 그래, 가족이 있었다.

장애인 자식을 둔 부모님들의 소원은 동일하다. “내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사는 것”이다. 거꾸로 말하면 “아이가 자신보다 하루 먼저 가는 것”이다. “부모는 돌아가시면 산에 묻고,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슴에 묻어서라도 먼저가기를 소원할 수밖에 없는 것이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심정이다. 그 어머니의 마음은 저리도록 슬픈 그 이상이다. 연약한 중에도 살림을 도맡아 하시고 장애를 가진 아들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주시던 그분은 그렇게 한줌의 재로 돌아갔다. 마지막까지 ‘깜빡’이던 어머니의 눈꺼풀은 장애아들을 두고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떠나도 모든 것을 책임 질 수 있는 복지시설을 갖추고 떠나는 부모님들에게 “걱정마세요. 밀알이 있잖아요!”라고 말해 줄 수 없는 현실이 나를 초라하게 만든다. “어머니, 이제는 편히 쉬십시오!”


  1.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3722
    Read More
  2.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10/11/2014

    “생명이 무엇일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가 신비 중에 신비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생명이 잉태되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할 때에 얼마나 ...
    Views64629
    Read More
  3.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60328
    Read More
  4. 괜찮아! 9/26/2014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양평)이어서 그랬는지 우리 학교에는 여자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선희 선생님”은 절도 있는 태도에 실력파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생김새에 지적...
    Views74680
    Read More
  5.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69870
    Read More
  6. 감나무와 밤나무 9/12/2014

    부부들은 말한다. “저 사람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주 멋져 보이는 부부를 보고 누군가 부러운 듯이 말을 건넨다. “참 좋으시겠어요. 저런 분과 함께 살아서” 그런데 정색을 하며 대답하는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그...
    Views80311
    Read More
  7. 닉 부이치치 9/6/2014

    6년 전, 밀알의 밤을 준비하며 찬양을 인도하는 형제에게 긴급명령(?)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밀알의 밤에서 띄울 감동적인 영상을 찾아내라!”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들뜬 형제의 전화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목사님, 기가 막힌 ...
    Views80251
    Read More
  8. 미친개 선생님 8/31/2014

    나는 매주 KBS 예능 “1박 2일”을 즐겨본다. 얼마 전 “선생님 올스타”편이 방영되었다. 각 고등학교에 특이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을 게스트로 해박한 웃음을 유발하도록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발상과 PD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 중에...
    Views62006
    Read More
  9. 화가 올라올 때 8/23/2014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 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화를 자주 내며 산 것으로 기억이 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걸음은 부실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장애가 화를 유발하는 원인이었던 같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은 이미 매사에 화 기운...
    Views69062
    Read More
  10. 누구를 만나는가? 8/16/2014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 인생이 표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시원치 않은 사람인데 만남을 통해 삶이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참 신비롭다. 사람이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고 신을 만나면 신...
    Views66230
    Read More
  11. 남자는 다 어린애고 불안한 존재더라 8/9/2014

    은막의 여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김지미”씨이다. 흑백영화시절부터 그녀는 실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가난하고 그래서 배고프던 시대에 김지미는 한국여성의 틀을 깨고 서구적인 미모로 영화계를 ...
    Views87670
    Read More
  12. 113Cm 엄지공주 “박찬미” 8/3/2014

    이 땅에는 “저신장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다른 말로 그 분들을 “난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신데렐라와 일곱난장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의 동화에서 혹은 서커스 공연을 하...
    Views79875
    Read More
  13. 이때 부를 노래가 없다니 7/26/2014

    한국인들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한국 사람들은 다 어디서나 노래를 즐기고 잘 부른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 생겨났고 그때부터 사람들의 노래실력은 평가(?)를 받으며 발전되어 갔다. 한국에 살 때에 나는 &ldqu...
    Views61053
    Read More
  14.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3725
    Read More
  15. 여자 말만 들으면… 7/12/2014

    이미 다 아는 말 중에 “남자는 평생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성공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엄마”, 결혼해서는 “아내”, 이제는 “GPS 아줌마”(네비게이션).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Views74461
    Read More
  16. 달려라 은총아! 7/4/2014

    은총(남)은 '스터지 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뇌가 서서히 마비되어 돌처럼 굳어가는 병이다. 녹내장과 심한 경기(놀람)를 동반하고 얼굴과 몸에 검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오타모반 증후군, 뇌병변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태...
    Views61635
    Read More
  17. 나와 맞짱뜨기 6/27/2014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잔인하리만큼 참혹한 장면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내 스스로도 ‘왜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그런 영화에 매료되었다. 어떤 때는 괴상한 형상을 한 물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l...
    Views64659
    Read More
  18. 봄비, 너는 기억하니? 6/21/2014

    미국에 살면서 생겨난 특이한 변화는 비의 관한 새로운 의식이다. 비만 오면 유난스럽게 우산을 펴들던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것은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용어가 ...
    Views70431
    Read More
  19. 요령의 미학 6/13/201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은 전무하다. 라면이야 누구나 끓이는 것이고 요리라 이름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는 없다. 단, 밥은 잘한다. 이것은 내 아내와 아이들도 인정을 하는 면이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자취를 한 이력 ...
    Views62806
    Read More
  20. 남존여비 변천사 6/7/2014

    인터넷에 떠도는 “덩어리 시리즈”이다. 남편이 밖에 안 나가고 집에 있으면 “골치덩어리”, 집에 두고 오면 “근심덩어리” 함께 외출하면 “짐 덩어리” 출가한 자식 집에 가면 “눈치 덩어리” 마주 ...
    Views7397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