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7470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5791108_orig.jpg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비단 당사자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장애인 형을 둔 어떤 분이 어린 시절 “형 때문에 화장실에 들어가 운적이 많았다”는 이야기를 할 때 필자의 가슴은 아려왔다. 사람들은 필자를 만나기만하면 물었다. 아주 조심스럽게 “어쩌다가 다리의 장애를 갖게 되었느냐?”고. 그때마다 필자는 대답했다. “2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서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소아마비. 참 많은 가정에 불어 닥쳐 멀쩡한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놓고, 가정을 먹구름으로 가득 차게 만든 증오스러운 이름. 밝고 아름답게 살아야 할 한 인생이 소아마비에 걸려 그늘에서 피어나지 못하고 눈물지으며 생을 이어가야만 한다면 이처럼 억울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나마 소아마비는 유전되는 병이 아님에 대해 감사했다.

아버지는 경찰관이셨다. 경기도 양평군 지제면(지평) 파출소에 근무하실 때에 동료 경찰관이 세분 더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중에 고 순경님은 아버지와 막역하게 지내는 동료이자 아우였다. 남매를 두었는데 아들은 나와 동갑내기였고, 그 밑에 딸이 있었다. 그런데 그 딸이 장애를 가지고 있었다. 몸을 많이 뒤틀고 말이 어눌한 것을 보아서 지금 생각해 보니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얼굴도 참 예쁘고 착한 아이였는데 입에는 항상 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 아이가 유독 나를 잘 따랐다. 자기 오빠보다 나를 더 좋아해 나만 보면 항상 웃고 ‘기우뚱’거리며 다가왔다. 나는 그것이 그렇게 싫었다. 어느 날인가? 엄마에게 “그 아이 좀 우리 집에 오지 말라고 하라”고 까지 했다.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나이가 들어가고 장애인사역을 하면서 그 사실이 너무 부끄럽고 그 아이에게 너무 미안하다. 지금 어느 하늘아래 살고 있을 그 아이(지금은 중년)에게 사죄하고 싶다.

아버지는 가끔 고 순경님 가족을 집으로 초대하여 식사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그날도 안방에서는 아버지와 고 순경님, 우리 아들들이 자리를 잡았고 어머니와 여자들은 건넌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때는 그랬다. 감히 여자들이 남자 손님들과 얼굴을 맞대고 식사를 하는 것은 상상이 안가는 때였다. 한창 소주잔을 주고 받으시던 고 순경님이 갑자기 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아버지가 고 순경님의 손목을 잡으며 진정을 시키셨다.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나중에 알았지만 고 순경님은 “간질병”을 앓고 계셨다. 딸의 장애를 가슴아파하다가 얻은 병이라고 엄마는 설명을 해 주셨다. 그러고 보니 나의 아버지도 유독 술을 많이 드셨다. 경찰관 생활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직업이라는 이유도 있겠지만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소아마비 장애를 가지고 다리를 절며 다니는 모습을 보며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를 애비가 된 지금 절실히 느끼게 된다.

필라델피아 밀알선교단을 섬긴지도 어느새 8년차에 접어든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과 사랑을 나눈지가 햇수로 9년째가 되는 것이다. 밀알선교단에 소속되어 있는 장애 아동들이 모두 30명이다. 그런데 이제는 “아동”이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장성해 버린 아이들의 모습을 본다. 내가 처음 단장으로 올 때 만해도 어리디 어리던 아이들이 9살을 더 먹었으니 진짜 아동은 반 밖에 안 되는 셈이다. 초등학교(Elementary School)에서 고등학교(High School)까지는 특수 학급(Special Class)이 있어서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세심하게 돌보아 준다. 장애가 심하면 한분만이 아닌 더 많은 선생님들이 극진하게 보살펴 준다.

문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이다. 보통일 경우에는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지만 장애가 심하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복지홈>에 들어가게 된다. 그 사실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20년을 함께 살아온 사랑하는 자녀를 복지 홈에 데려다 놓고 나오며 부모님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가끔 만나는 기회는 주어지지만 자식과 생이별을 하고 살아야 하는 부모님의 심정을 누가 이해하랴! 한국 사람이 한국음식을 먹지 못하는 불편은 그렇다치더라도 어린 나이에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족들과 떨어져 산다는 것이 너무나 답답하고 안타깝다. 아직은 요원하지만 밀알선교단이 추구하는 것은 어서 속히 <한국형 복지홈>을 마련하고 아동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삶을 책임져 주는 일이다. 양식이 아닌 한식을 먹게 하고 눈을 뜨면 찬송을 부르고 말씀을 들려주어 가슴에 하나님을 모시고 살게 하는 것이 우리의 꿈이다.

장애를 가지고 산다는 것은 날마다 장벽을 만난다는 의미이다. 밀알선교단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며 깨닫는 것은 내가 가진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애인들의 꿈은 운전이다. 미혼 장애인들이 배우자를 이야기 할 때에 “운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1순위>이다. 그만큼 장애인에게 운전은 꿈도 꿀 수 없는 불가능의 역영이다. 5년 전, 필자가 중매를 해서 가정을 꾸미고 산호세에서 살고 있는 김 형제는 장애가 있었지만 운전을 할 수 있었기에 결혼이 가능했다. 신부는 휠체어 장애인이다. 서로가 부족한 면을 채워주며 섬기는 교회에서 귀감이 될 정도로 장애인 부부는 행복하게 살고 있다.

매년 여름 열리는 사랑의 Camp에서 미혼 장애인 남녀들이 모여 “싱글들의 만남”을 가진다. 거의 대부분의 장애인들이 운전을 하는 배우자를 간절히 원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그 문제는 그리 쉬운 문제가 아니기에 커플이 탄생하지 못한 채 캠프가 막을 내리며 햇수만 더해가고 있다. 미혼 장애인들과 가족들은 단장인 나에게 “결혼”이라는 보이지 않는 숙제를 내어주고 기대에 찬 눈동자로 바라보고 있다. 나이가 들어가는 장애인들이 그렇게 원하는 결혼을 성사시켜 주지 못하는 현실이 나를 힘들게 한다.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 같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 자칫 불가능해 보이는 소망을 그들은 날마다 꿈꾸며 산다. 그들도 남들처럼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자신의 꿈을 펼쳐야 할 충분한 권리가 있다. 그들도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 애틋한 사랑을 나눌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그것을 위해 가족이 필요하다. 그 장애를 함께 끌어안고 가야할 가장 측근의 사람들이 가족이다. 바라보면 안타깝고 눈물이 나지만 그 장애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해야 하는 분들이 가족이다. 지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함께 안아주고 부축을 하다보면 새로운 소망의 해는 떠오르게 되어있다. 밀알사역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다. 아무 곳에서도 알아주지 않는 장애인들을 밀알에서는 귀하게 여긴다. 어디에서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밀알에 오면 다하게 해 준다. 때로는 앞뒤가 안맞는 이야기에도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끝까지 들어준다. 그렇게 장애인들의 친구가 되어줄 분들을 기다리며 새해의 첫 발걸음을 내딛는다.


  1. 목사님이시잖아요? 10/24/2014

    항상 친밀하게 교제를 나누며 그래서 만나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젊은 부부가 있다. 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로 아내 되는 자매와 ‘카카오 톡’이 오고가다가 서로 마음이 상해버렸다. ‘이제 안 만나면 그만이지!’하고 있는데 ...
    Views61864
    Read More
  2. 목사님, 저 기억하세요? 10/17/2014

    초등학교 국어책에서 읽었던 글이 생각난다.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물었다. “얘들아,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뭔지 아니?” 아이들이 대답한다. “원자 폭탄이요” “아니, 호랑이요” 이내 선생님이 입을 여신다. “세...
    Views63926
    Read More
  3. 부부는 평등해야 한다 10/11/2014

    “생명이 무엇일까?” 사람이 이 세상에 태어나는 것부터가 신비 중에 신비이다. 어떻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누었다는 한 가지 이유로 생명이 잉태되는 것일까? 요즘에도 그런지 모르지만 남아선호사상이 팽배할 때에 얼마나 ...
    Views64811
    Read More
  4. 밀알의 밤을 열며 10/4/2014

    가을이다. 사람들은 공히 “지난 여름은 그닥 덥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래서 그런지 가을이 깊어가는 시점에서도 사람들은 별 감흥이 없어 보이나보다. 숲속을 지날 때에 나뭇잎이 하나둘 차창에 부딪혀 오는 광경을 보며 가을의 손길을 느...
    Views60497
    Read More
  5. 괜찮아! 9/26/2014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시골(양평)이어서 그랬는지 우리 학교에는 여자선생님들이 많은 편이었다. 그 중에서도 “한선희 선생님”은 절도 있는 태도에 실력파여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그렇게 미인은 아니었지만 수더분한 생김새에 지적...
    Views74867
    Read More
  6. 이제 끊으시지요? 9/19/2014

    한 남자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2학년 겨울에 일어난 일을 어렴풋이 기억해 냈다. “고 3이 되면 대학입시 공부를 해야 하니 마지막으로 실컷 놀아보자.”고. 마침 생일이 되어 가까운 친구들을 집에 모아 파티를 열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푸짐한 ...
    Views70067
    Read More
  7. 감나무와 밤나무 9/12/2014

    부부들은 말한다. “저 사람과 나는 달라도 너무 달라요!” 아주 멋져 보이는 부부를 보고 누군가 부러운 듯이 말을 건넨다. “참 좋으시겠어요. 저런 분과 함께 살아서” 그런데 정색을 하며 대답하는 아내의 말이 걸작이다. “그...
    Views80563
    Read More
  8. 닉 부이치치 9/6/2014

    6년 전, 밀알의 밤을 준비하며 찬양을 인도하는 형제에게 긴급명령(?)을 하달했다. 그 내용은 “밀알의 밤에서 띄울 감동적인 영상을 찾아내라!”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들뜬 형제의 전화 목소리를 접할 수 있었다. “목사님, 기가 막힌 ...
    Views80367
    Read More
  9. 미친개 선생님 8/31/2014

    나는 매주 KBS 예능 “1박 2일”을 즐겨본다. 얼마 전 “선생님 올스타”편이 방영되었다. 각 고등학교에 특이한 성향을 가진 선생님들을 게스트로 해박한 웃음을 유발하도록 기획되었다. 작가들의 발상과 PD의 연출은 놀라웠다. 그 중에...
    Views62179
    Read More
  10. 화가 올라올 때 8/23/2014

    지금은 모르겠지만 내 생을 가만히 돌아보면 화를 자주 내며 산 것으로 기억이 된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걸음은 부실하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몸은 따라주지 못하는 장애가 화를 유발하는 원인이었던 같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들은 이미 매사에 화 기운...
    Views69176
    Read More
  11. 누구를 만나는가? 8/16/2014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고 행복을 만들어 간다.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을 만나 인생이 표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시원치 않은 사람인데 만남을 통해 삶이 도약하는 경우도 있다. 만남은 참 신비롭다. 사람이 짐승을 만나면 짐승이 되고 신을 만나면 신...
    Views66410
    Read More
  12. 남자는 다 어린애고 불안한 존재더라 8/9/2014

    은막의 여왕이라는 극찬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한 여배우가 있다. 바로 “김지미”씨이다. 흑백영화시절부터 그녀는 실로 모든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가난하고 그래서 배고프던 시대에 김지미는 한국여성의 틀을 깨고 서구적인 미모로 영화계를 ...
    Views87844
    Read More
  13. 113Cm 엄지공주 “박찬미” 8/3/2014

    이 땅에는 “저신장증”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 다른 말로 그 분들을 “난장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신데렐라와 일곱난장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등의 동화에서 혹은 서커스 공연을 하...
    Views79977
    Read More
  14. 이때 부를 노래가 없다니 7/26/2014

    한국인들의 특징은 선천적으로 풍류를 아는 민족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한국 사람들은 다 어디서나 노래를 즐기고 잘 부른다. 언제부터인가 노래방이 생겨났고 그때부터 사람들의 노래실력은 평가(?)를 받으며 발전되어 갔다. 한국에 살 때에 나는 &ldqu...
    Views61178
    Read More
  15. 인생은 무엇인가? 7/19/2014

    날이 점점 무더워지고 있다. 한국에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소식이다. 지루하지만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빗줄기를 바라보며 많은 생각들을 지어내던 기억이 새롭다. 빗속에 동화가 있고 저만큼 다가오는 추억이 있었다. 미국은 온통 초록색 향연이다. 그래서 ...
    Views63851
    Read More
  16. 여자 말만 들으면… 7/12/2014

    이미 다 아는 말 중에 “남자는 평생 세 여자 말만 잘 들으면 성공 한다.”는 말이 있다. 어릴 때는 “엄마”, 결혼해서는 “아내”, 이제는 “GPS 아줌마”(네비게이션).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우뚱’...
    Views74553
    Read More
  17. 달려라 은총아! 7/4/2014

    은총(남)은 '스터지 웨버 증후군'이라는 희귀병을 앓고 있다. 뇌가 서서히 마비되어 돌처럼 굳어가는 병이다. 녹내장과 심한 경기(놀람)를 동반하고 얼굴과 몸에 검붉은 반점이 나타난다. 그 외에도 오타모반 증후군, 뇌병변등 복합장애를 가지고 태...
    Views61725
    Read More
  18. 나와 맞짱뜨기 6/27/2014

    나는 공포영화를 좋아한다. 그것도 잔인하리만큼 참혹한 장면을 보는 것을 즐겨한다. 내 스스로도 ‘왜 그런 영화를 좋아하는지?’ 알아차리지도 못한 채 무방비로 그런 영화에 매료되었다. 어떤 때는 괴상한 형상을 한 물체가 등장하기도 한다. &l...
    Views64785
    Read More
  19. 봄비, 너는 기억하니? 6/21/2014

    미국에 살면서 생겨난 특이한 변화는 비의 관한 새로운 의식이다. 비만 오면 유난스럽게 우산을 펴들던 한국적인 모습이 사라지고 비를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다. 아마 그것은 ‘황사’니, ‘미세먼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용어가 ...
    Views70543
    Read More
  20. 요령의 미학 6/13/201

    내가 할 수 있는 음식은 전무하다. 라면이야 누구나 끓이는 것이고 요리라 이름 하는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이 나는 없다. 단, 밥은 잘한다. 이것은 내 아내와 아이들도 인정을 하는 면이다. 아마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자취를 한 이력 ...
    Views62924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