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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jpg

 

 2022호 인생열차가 다가왔다. 사명을 다한 2021호 기차를 손 흔들어 보내고 이제 막 당도한 기차에 오른다. 어떤 일들이 다가올지 알 수 없지만 오로지 기대감을 가지고 좌석을 찾아 앉는다. 교회에 나가 신년예배를 드림이 감격스러워 성찬을 받는 손길에 감동이 번져온다. 작년에는 엄두도 못내었던 상황을 생각하면 기적처럼 느껴진다. 나는 어린 시절을 경기도 양평에서 보냈다. 양평은 중앙선이 관통하는 요지에 위치해 서울에 오려면 주로 기차를 탔다. 그러기에 기차는 나에게 너무도 익숙한 교통수단이었다. 당시는 증기기관차가 시커먼 연기를 뿜어대며 달렸다. 디젤기관차를 거쳐 이제는 고속철도까지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왔다.

 

  기차가 버스보다 좋은 것은 여유로움이다. 일단 멀미가 없어서 좋고, 홍익회 직원들이 오가며 판매하는 간이손수레에 담겨있는 다양한 먹거리가 매력 포인트이다. 과자, 사이다, 삶은계란, 오징어, 땅콩등등. 기차는 일단 출발하면 멈추기 어렵다. 아무리 손을 흔들어도 일단 정거장을 벗어난 기차는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인생은 승차한 기차와 같다. 일단 표를 들고 올라타면 내릴 수 없다. 모태에서 출산의 과정을 거치는 그 순간부터 살아야 한다. 쉬지 않는 세월의 흐름 속에 매년 다가오는 새로운 호수의 기차를 갈아타며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게 된다.

 

  차에 오르면 숨을 고르고 마주 앉은 사람과 눈인사를 나누며 자리를 잡는다. 잠시 눈을 감으며 마음을 추수린다. 기차가 출발하며 서서히 들려오는 철로와의 규칙적인 마찰음이 가슴을 설레이게 만든다. 차창을 스치는 광경은 온갖 생각의 샘을 퍼올린다. 기차여행처럼 주위사람을 잘 만나야 하는 것도 없다. 너무 수다스럽거나 분위기 파악을 전혀 안하는 사람을 만나면 피곤을 느끼기 쉽다. 하지만 말이 통하고 매너가 좋은 사람을 만나면 지루함을 잠시 잊기도 한다. 인생도 만남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 같다.

 

  기차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진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면 꿈을 꾸는 듯 행복하다. 깊은 우정을 쌓아온 친구와 가는 여행은 실로 꿀잼이다. 하지만 너무 이야기에 쉼취하다보면 창밖에 펼쳐지는 아름다움을 놓칠 수 있다. 때로는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계절의 자태를 느껴주어야 한다. 80년대까지만 해도 객차가 맞물린 통로가 개방되어 계단을 딛고 밖을 내다보며 시원한 바람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위험천만한 장면이지만 그때는 아무렇지도 않게 저 앞에 내달리는 기관차까지 구경하며 낭만을 즐겼다.

 

  역에 도착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내리고 오른다. 잠시 사귀었던 사람이 목례를 하고 떠나간 자리에는 낯선 사람이 마주 앉는다. 인생기차를 돌아본다. 초등학교부터 사귀었던 수많은 친구들이 있었다. 못죽고 못사는 관계였는데 어느 역에서 내렸는지 기억도 안난다. 내가 이곳에서 생을 이어가듯 그 아이들도(?) 어느 하늘아래에서인가 가정을 꾸미고 삶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을 것이다. 기차가 평지를 다닐때면 마음이 편안하다. 하지만 터널 속으로 들어가면 잠시 기차 안은 어두워지고 반사되어 들려오는 탁음은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하지만 터널은 곧 끝날 것을 믿기에 사람들은 흔들림 없이 그 암흑을 즐긴다.

 

 인생도 항상 밝는 빛만 비추이는 때만 있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비와 눈을 만나기도하고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할 때도 있다. 경험을 통해 이것을 깨닫고 나면 난관과 어두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인내할 수 있다. 멋모르고 올라탄 기차인생이 때로는 지루하게 느껴질때도 있고 버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1년의 텀을 두고 새로운 기차에 오른다는 것이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친구들과 어우러져 기타를 치며 목이 쉴때까지 노래를 불러도 전혀 피곤을 모르던 때가 있었다. 그 청춘이 영원히 갈 줄 알았다. 하지만 기차가 가속하듯 어느 순간 나이가 숫자를 더하며 이제는 어느 자리에 가도 중후한 면모를 지켜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 2022호 인생열차가 출발했다. 살아있는 것이 기적이 아닌가? 새로운 인생열차에 오른 이 순간이 귀하지 않은가? 열심히 살자. 가슴이 뛰는 열차인생을 시작하자! 복 많이 받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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