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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1 09:59

쪽 팔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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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제목을 정하면서 잠시 망설였지만 이제 이런 표현이 자극적이거나 품격이 떨어지는 단어가 아니라고 생각하며 과감하게 달아보았다. 내가 어릴때는 겸연쩍다, 민망하다, 부끄럽다고 표현한 것 같다. 하지만 더 들어가보면 의미는 조금 다를 수도 있다. 어느 여고는 무감독 시험으로 유명하다. 중간고사나 학기말고사 때에 선생님 없이 시험을 치르는 것이다. 시간이 되면 담당교사가 시험지를 들고 들어온다. 시험지를 나눠주고 학생들이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퇴장해 버린다. 보통학교에서는 상상도 못할일이다. 하지만 그 학교는 오랜 세월 무감독시험을 실행하였다. 감독하는 교사가 없으면 학생들이 컨닝하느라 난리를 칠 것 같은데 오히려 학생들은 정직하게 시험을 쳤다.

 

  그 당시를 회고하며 유명 교수가 된 김지윤 박사가 입을 열었다. 당시 학생끼리는 십대 특유의 허세 아닌 허세가 있었다고 한다. 친구가 말했다. “, 시험점수 좀 더 받으려고 쪽 팔리게 컨닝을 하냐?” 그 말에 친구들은 더 의기투합하여 소신껏 자기 실력대로 시험을 치를 수 있었다. 학창시절 컨닝 한두번 안해 본 학생이 있을까? 당장 점수는 받아야 하고 실력은 안 따라주고 결국 궁여지책으로 cheating을 하게 된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사회에 나와서도 편법을 일상화하는 습관은 그렇게 길러지는 것 같다.

 

  2001년 충격적인 영화가 상영되었다. “친구이다. 당시 정서상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작품이이었다. 역시 세기가 넘어가는 콘텐츠는 문화인 것 같다. 한마디로 조폭 영화였다. 어린 시절, 부산에서 함께 자라난 친구들이 성인이 되며 서로 다른 길을 가는 인생 영화라고 해야 할까? 조폭세계에는 의리도 우정도 없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했고 칼에 찔려 죽어가면서도 고마해라...마이묵었다아이가내뱉은 말이 유행어가 되는 아이러니도 파생된다. 그 밖에도 내가 니 씨다바리가?’ ‘니가 가라. 하와이’, ‘마이 컸네. 동수’, ‘친구끼리는 미안한 거 업따는 대사는 흔히 쓰는 농담이 되어버렸다.

 

  어린 시절부터 허물없이 우정을 나누었던 두 사람이었지만 장동건(동수)은 양아치 과에 속하는 깡패로 자기의 야망을 위해서 친구를 배신한다. 반면에 유오성(준석)은 건달이다. 그는 자기가 건달이라는 것을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 영화 후반부에 가면 장동건이 자꾸 거슬리니까 유오성이 부하들을 시켜서 장동건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결국 살인죄로 붙잡혀서 재판을 받게되고 조직에서는 미리 손을 써서 판사를 매수해 놓는다. 재판을 받을 때 나는 그런 일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기만 하면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런데 재판장의 판사가 당신이 죽이라고 시켰습니까?”라고 물으니까 유오성이 라고 대답을 한다. 이제까지 두목을 살리기 위해서 애썼던 사람들이 다 놀란다. 그는 결국 사형을 선고를 받게 되었다. 친구 하나가 안타까워서 유오성에게 면회를 가서 묻는다. “왜 그랬어? 아니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살았을텐데. 도대체 너 왜 그랬어?” 그때 유오성이 하는 말 동수나 내나 똑같은 건달아이가... 건달이 쪽팔리모 되겠나?” 하류인생의 한마디이지만 실로 충격적이었다.

 

  내가 친구를 죽인 것이 맞는데 비굴하게 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해서 빠져나오기 싫다는 것이다. ? 자기는 깡패도 아니고 양아치도 아니고 건달이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 보았다. 한국 사람으로, 하나님은 섬기는 성도로, 나 같은 경우 목사로. 이름에 걸맞는 attitude는 필수가 아닐까? 당장의 점수를 위해. 옆눈질을 하고, 헌신과 희생이 신자의 품격인 줄을 알면서도 배신과 편법을 자행하는 모습은 정말 쪽팔리는 짓인 것 같다. 이런 실망스러운 일을 겪은 사람들이 교회를 등지고 가나안(거꾸로하면 안나가) 성도가 되어가는 현실이 가슴아프고 괴롭다.

 

  철없던 여고생의 입에서 나온 그 말, 일개 조폭이 내뱉은 말을 곰 씹어보며 진정 쪽팔리는 인생, 목사는 안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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