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84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이어령 부녀.jpg

 

 

  2002년 남가주(L.A.)밀알선교단 부단장으로 사역할 때에 일이다. L.A.는 워낙 한인들이 많아 유력하게 움직이는 장애인선교 단체만 7개 정도이고, 교회마다 사랑부(장애인부서)가 있어서 그 숫자를 합하면 규모가 크다. 감사하게도 선교기관들이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활동하고 있다. 봄과 가을 개최되는 <마당축제>에는 1,000명의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들이 운집한다. 내가 L.A.에서 사역할 즈음 <연합장애세미나>가 열렸다. 강사는 야무지고 세련된 여성이었다. ‘부러지는 강의가 사람들의 마음을 빨아들였다. 바로 이민아 집사였다. 그녀 자신이 자폐 장애아동의 어머니라는 것이 강의에 더 몰입하게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는 당시 부장 검사였고 후에는 변호사직을 감당한 인물이었다. 또한 그 유명한 이화여대 이어령 교수의 딸이었다.

 

  사적인 얘기를 들춰내기가 민망하지만 한때 한국 정치의 간판이었던 김한길 의원이 전남편이다. 2009년 펴낸 간증집에서 전남편을 내 첫사랑이었고, 첫아이의 좋은 아버지였다고 짤막하게 서술했다. 목사안수를 받고 신앙 간증집 땅끝의 아이들을 출판했다. 이민아 목사는 주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향한 사랑의 선교를 펼친다. 사회적으로 성공을 했지만 하나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몰입하며 헌신적인 삶을 살았다. 하지만 20125월 위암 말기 판정을 받고 신앙심을 바탕으로 투병했으나 이듬해 3월 끝내 하나님의 부름을 받는다. 그녀는 방송에 출연하여 병원에서도 거의 가망이 없다고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는게 가장 큰 치유라 생각한다고 말해 꿋꿋한 의지를 보여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녀의 나이 겨우 53세였다.

 

  지난 주 토요일(26) 이민아 목사의 부친 이어령 교수가 별세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만감이 교차했다. ‘시대의 지성이라는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도 암투병 끝에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1982년 대학시절 접했던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은 내 마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인들의 축소 지향이 트랜지스터를 비롯한 소형 상품 생산의 성공 요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일본이 축소 지향을 유지해 공업사회의 거인이 됐지만, 대륙 침략을 통한 확대 지향을 시도했던 것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일본 사회의 심층을 촌철살인 어법으로 강타한 것이다. 통쾌했다.

 

  이어령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회식을 총괄 기획했다. 개회식 마무리를 침묵 속에 홀로 굴렁쇠를 굴리는 소년의 등장으로 꾸미면서 정적과 여백의 미학을 전 세계에 제시했다. 그는 실로 다재다능했으며 단편적으로 표현하면 모든 면에 성공적인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 글을 잘쓰는 사람은 말에는 둔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교수는 타고난 달변가이다. 20대부터 약 60여년 동안 약 130여 종의 저서를 펴냈으니 얼마나 대단한가? 그중에도 감사하는 것은 도저히 뚫릴 것 같지 않던 지성의 바위가 깨어지며 예수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영접한 크리스천이 되었다는 것이다. 배후에 고 이민아 목사의 기도와 강력한 권면이 있었지만 그는 실로 종교에 대해서는 병적일 정도로 거부하는 의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그가 칠십이 훌쩍 넘은 나이에 세례를 받고 기독교 신앙인으로 변신, “지성의 종착역은 영성(靈性)”이라고 외친 것이다. 그는 뒤늦게 깨달은 생의 진실에 대해 모든 게 선물이었다고 고백한다. “우주에서 선물로 받은 이 생명처럼, 내가 내 힘으로 이뤘다고 생각한 게 다 선물이더라. 내 삶은 매일, 물음표와 느낌표를 오고 갔다고 덧붙인다. 2017년 몸에 암이 발견되어 투병 생활을 시작한다. 의사가 암이라고 했을 때 철렁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의사의 통보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한정돼 있음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암과 싸우는 대신 병을 관찰하고 친구로 지내고 있다고 의연하게 답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9년 상간으로 부녀는 떠나갔다.

 그 아버지의 그 딸이라고나 할까? 선한 영향력을 미치며 주어진 생을 후회없이 살다간 두분을 조용히 추모한다

 


  1.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381
    Read More
  2.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290
    Read More
  3.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08
    Read More
  4.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24
    Read More
  5.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31
    Read More
  6.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544
    Read More
  7.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47
    Read More
  8.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32
    Read More
  9.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397
    Read More
  10.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583
    Read More
  11.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395
    Read More
  1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37
    Read More
  13.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78
    Read More
  14.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562
    Read More
  15.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16
    Read More
  16.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55
    Read More
  17.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26
    Read More
  18.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62
    Read More
  19.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30
    Read More
  20.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85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