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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산.jpg

 

 

 경칩을 지나며 봄기운이 서서히 동장군의 기세를 몰아내고 있다. 그렇게 사계절의 입김을 쐬이며 나이는 숫자를 더해간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지던 때가 있었다. 산천초목이 흰눈에 뒤덮여 세상이 움추러들기만 하다가 꽁꽁 얼어붙었던 시냇물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하며 어린 마음에 설레임이 찾아왔다. 겨울내내 부둥켜안고 살았던 화로가 부담스러워지고 저만치 피어나는 아지랑이를 보며 봄이 다가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팽이를 돌리고 연을 날려도 춥지 않아 좋았다. 굳이 양지녘을 찾아 옮겨다니지 않아도 되기에 편안 해 졌다. 방보다는 들이, 뒷산 너른 바위가 익숙해져 가는 봄이 그래서 기다려졌다.

 

  봄은 색깔로 표현하면 초록이다. 그것도 연초록이다. “우수”(雨水)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의미이다. 시골에서 살았던 나는 표현하기 어려운 봄의 색깔과 분위기를 누구보다 절실하게 느끼며 살았다. 추운 듯 나른하고 따뜻한 듯 아직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시간이 봄이다. 봄은 거져오지 않는다. 혹독한 추위와 눈보라를 견디고 나서야 비로소 찾아오는 계절이다. 겨울이 짧다면 이후에 찾아오는 시간의 감격은 그리 깊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루하고 영하의 날씨가 맹위를 떨치는 시간을 감내하고 나면 그렇게 봄이 고마울 수가 없다.

경칩(驚蟄)일어나다라는 경()겨울잠 자는 벌레라는 뜻의 칩()이 어우러진 단어이다. , 겨울잠 자는 벌레나 동물이 깨어나 꿈틀거린다는 뜻이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이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기지개를 켜듯 만물이 소생하는 절기이다. 죽은 듯 고요하던 세상이 술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눈에 드러나지 않지만 이제부터 땅속과 초목 속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이 다인 듯 알고 산다. 하지만 깊이 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가 가시적인 세상을 움직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시인 권나현은 봄의 술렁임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보소! 자네도 들었는가? 기어이 아랫말 매화년이 바람이 났다네. 고추당초 보다 매운 겨울살이를 잘 견딘다 싶더만 남녁에서 온 수상한 바람넘이 귓가에 속삭댕께 안 넘어갈 재주가 있당가?(중략) 아랫말은 난리가 났당께요 키만 삐쩡큰 목련부터 대그빡 피도 안마른 제비꽃 년들 까정 난리도 아녀라. 워매 워매~ 쩌그 진달래 년 주딩이 좀보소? 삘겋게 루즈까정 칠했네. 워째야 쓰까이~> 시인의 눈이 요상스럽다.

 

  박병금 시인도 ‘3월의 산은 수다스럽다는 시에서 참나무 삭정이, 매화꽃, 산수유꽃, 연분홍 진달래, 하얀 조팝나무 꽃이 사방에서 새 생명을 움트느라 수다스럽다3월 산의 생동감을 맛깔나게 그려낸다. 시의 마지막을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고 마무리한다. 싯구처럼 지금 산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으리라! 봄에 펼쳐낼 향연을 위해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준비를 하느라 말이다. 이제 곧 울려 퍼질 봄의 교향악을 연습하고 있을 것이다. 옛날에는 삼월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들이 많았다. 아들을 선호하던 풍조에서 삼월에 나온 딸을 그렇게 작명했고, 봄 같이 희망적인 생을 살라고 삼월이라 지어준 것 같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말 가운데 만사는 마음먹기 달렸다가 있다. 꼭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맞는 말이 틀림없다. 봄이라도 삶이 매서우면 그 사람에게는 겨울이요, 기온이 낮아도 삶의 희락이 있다면 그 삶은 봄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금년 겨울이 몹시 춥고 힘들었다고 한다. 반면 눈도 많이 안오고 견딜만 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본다. 같은 시간, 계절을 지나면서도 사람들의 느낌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은 삶의 겨울이 와도 낙심하지 않는다. 분명히 봄은 올 것을 믿기때문이다. 아직도 바이러스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맞이하는 2022년의 봄이 진정한 봄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 봄이여! 사람들의 가슴에도 그 따스한 기운을 힘껏 불어 넣어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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