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조회 수 5082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큰댁.jpg

 

 한국에 왔다. 감사하게도 일 년에 한번 씩은 들어올 계획이 잡힌다. 부흥회를 인도하고 전국을 다니며 주일 설교하는 것이 목적이지만 유기적인 밀알사역 감당을 위해 한국을 방문할 수 있음이 고마울 따름이다. 게다가 매년 들어오면 만나야할 사람이 샘솟듯 늘어가는 것도 신기하다. 금년에 새롭게(?) 만난 대상은 친척들이다. 와서 전화통화만 했지, 얼굴과 얼굴을 대면하여 만나기는 20여년 만이다. 참 많이도 변했다. 사촌 큰형님은 금년 81세이시다. 정정한 형님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실로 100세 시대가 도래 한 것이다.

 

 그 옛날 형님은 23살에 장가를 들어 큰 아들을 낳았고 호칭만 “아저씨, 조카!”였지 우리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다. 조카와 20년 만에 마주앉아 나이를 물으니 나와 겨우 두 살 차이였다. 그때는 한참 어린 조카로 생각을 했는데 또래였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많이 당황스러웠다. “공무원 정년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조카의 말에 세월의 빠름이 야속하기까지 했다. 조카들과 고향 뒷산과 앞뜰 개울을 뒤지고 다니던 영상이 아련히 다가왔다.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삼남매가 뭉쳤다. ‘이동’에서 푸짐한 점심식사를 하고 고향으로 향했다. 부모님 산소를 둘러보기 위해서이다. 고향으로 향하며 갑자기 차안이 소란스러워졌다. “오빠, 저기가 작은댁이 있던 곳이야!” 누나가 외친다. “재철아, 여기부터 누나가 너를 업고 큰댁까지 걸어갔단다. 무거운 너를 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어.” 뒷자리에 앉아 고향을 바라보던 내 눈이 뿌예졌다. 다리가 불편한 동생을 누나는 많이도 업고 다녔다. 마음을 추수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나를 한번도 부끄러워하지 않아 고마워.” “얘는 별소리를 다한다. 동생을 내가 왜 부끄러워 해”

 

 옛날에는 걸어서 두 시간이 족히 걸렸던 고향선산에 차로 20분 만에 당도했다. 저만치 보이는 산소를 향해 우리 남매가 손을 흔들었다. 마치 엄마, 아버지가 서있는 듯 한 착각을 하면서 말이다. 부실한 내 걸음을 부축하느라 누나, 동생은 갖은 애를 써야했다. 드디어 산 중턱에 자리한 부모님 산소 앞에 삼남매가 나란히 서서 주님께 기도를 올렸다. 모진 세월을 지나 건강하게 가정을 꾸미고 사는 자식들을 엄마,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로 반기는 듯하였다. 무덤에 잔디를 고르며 그리움이 밀려왔다.

 

 하산을 하며 우리 추억 덩어리인 큰댁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어린 시절에는 내 고향 “화현”에는 ‘이씨’ 가문과 ‘류씨’ 가문이 쌍벽을 이루며 마을을 형성하고 살았다. 나중에는 서로 사돈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제 고향에는 객지 사람들이 들어와 살뿐 우리 집안이나 “류씨” 집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나이가 들어 냉난방이 부실한 시골집에 사는 것이 불편하기도 하고 자녀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 살기에 어르신들도 고인이 되시거나 모두 떠나가셨다. 그 옛날 고향에 오면 동네어귀에서 만나는 분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는데 말이다.

 

 큰댁 커다란 대문은 자물쇠로 굳게 잠겨있었다. 대문 틈 사이로 앞마당을 들여다보다 ‘울컥’ 눈물이 솟았다. 방학을 맞아 큰댁 대문에 들어서면 오른쪽 외양간에 있는 소가 “움메∼”하며 커다란 꼬리를 흔들어 나를 반겼다. 외양간 특유의 냄새가 고향에 온 것을 실감나게 했다. 버선발로 뛰어 나와 안아주시던 큰 엄마. 저만치서 헛기침을 하며 반기시던 큰 아버지. 마치 그때로 돌아간 듯 뜻 모를 현기증이 찾아왔다.

 

 그렇게 넓디넓던 바깥마당은 왜 이리 작아졌는지? 북적대던 친척들은 왜 모두 흩어졌는지? 갑자기 시조한수가 흘러나왔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 데 없다. 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야은 길재> 미국은 속도가 느려도 변하지 않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한국은 왜 그리 흐름을 잘 타는지? 시대적으로, 경제적으로 너무도 변해가는 한국의 모습에 아쉬움이 찾아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변해가는 것들을 통해 사람들은 편리함에 익숙해 간다. 한편. 추억도, 낭만도, 꿈과 아늑함은 그 속에 파묻혀 간다. 그렇게 떠나가고 또 다른 세대가 그 자리를 이어가며 인생은 흘러가고 있다.


  1.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535
    Read More
  2.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332
    Read More
  3.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33
    Read More
  4.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46
    Read More
  5.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65
    Read More
  6.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603
    Read More
  7.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83
    Read More
  8.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56
    Read More
  9.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578
    Read More
  10.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632
    Read More
  11.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428
    Read More
  1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50
    Read More
  13.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97
    Read More
  14.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606
    Read More
  15.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32
    Read More
  16.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71
    Read More
  17.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69
    Read More
  18.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98
    Read More
  19.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81
    Read More
  20.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26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