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7.05.12 15:31

독방 체험

조회 수 5559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감옥체험.jpg

 

 

 죄를 짓지 않고도 스스로 감옥행을 택한 이들이 있다. 감옥은 자유를 구속하는 곳이면서도 누군가에게는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통찰력을 기르는 깨달음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쇠창살만 없지 영락없는 교도소다. 5㎡(1.5평) 남짓한 독방 28개가 복도를 마주하고 위아래로 늘어서 있다. 각 방에는 세면대와 변기가 있고, 식사도 배식구를 통해 넣어 준다. 강원 홍천군 남면 용수리에 마련된 사단법인 행복공장의 <내 안의 감옥>이다. 행복공장은 ‘독방에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개개인이 행복해지고 우리 사회가 겪고 있는 위기와 갈등을 극복하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20대부터 70대까지 나이는 물론 직업도 모두 다양하다. 이들은 마치 교도소 수감자들처럼 번호표가 붙은 수의 비슷한 옷을 입고 독방에 들어가 24시간 동안 수감자가 된다. 오후 2시, 방 안에는 간단한 침구와 세면대가 달린 화장실, 그리고 필기도구만 있다. “처음 들어갔을 때 문이 ‘찰칵’ 하고 잠기는데 가슴이 ‘철렁’하더군요. 그 ‘찰칵’ 하는 소리가 가슴을 두드려요. ‘내가 갇혀 있는 거지, 이제 내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는 거고, 나는 자유롭지 못하고’ 그런 생각들이 올라오더라고요.” 한사람은 ‘아, 어떻게 견디지?’하는 생각이 엄습했다. 단절된 느낌, 뭔가 끊어지는 느낌에 ‘살짝’ 두렵기도 했던 것이다.

 

 핸드폰이 없으면 견디지 못하고 TV. 인터넷이 없이는 갑갑해서 견디지 못하는 일상에서 벗어나 다 끊어버리는 것은 대단한 결단이다. 감옥에 갇혀있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현직 변호사는 원인모를 눈물이 흘러 주체를 못한다. ‘내가 무엇을 위해 그리 바쁘게 달려왔던가?’에 대한 회한이었다. 중직 회사원은 그냥 누워 허공을 주시하며 몇 시간을 보낸다. 어떤 사람은 몇 시간이나 좁은 감방을 서성인다. 그러다가 ‘내가 스스로 이곳에 온 것이 다행이다. 정말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혔다면 어쩔 뻔했을까?’하며 자신을 위로한다.

 

 두려움 반, 기대 반-그렇게 사람들은 각자 독방에서 24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목적은 ‘나를 찾는 것’이었다. 너무 바쁘게 살아온 삶을 잠시 멈추고 <감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서 자신을 성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이는 생각 끝에 ‘유언장’을 작성해 보기로 한다. 그는 말한다. “그런데 그건 너무 빨리 끝나더군요. 그걸 쓰는 데 딱 10분 걸렸습니다.” 하지만 그는 유언장을 쓰며 심연 깊이 숨어있는 “욕심”을 끌어내는데 성공한다. ‘아, 그래. 모든 것이 내 욕심에서 시작되었구나!’

 

 독방의 유리창은 날이 어두워지며 거울이 된다. 그리 선명하지는 않지만 창문 거울에 비추어지는 얼굴을 대하며 사람들은 또 다른 명상에 잠긴다. ‘아직도 내가 버려야 할 게 많구나. 혼탁한 구석이 많구나.’ 큰 깨달음은 없었지만 모처럼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사람들은 독방에서 체험한다. 현직 교수는 독방에 들어가자마자 잠부터 잤다. 깨어나니 불현듯 과거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기 시작했다. ‘기뻤던 일, 잘못했던 일들, 행복했던 순간들.’ 생각이 꼬리를 문다. 그러다가 ‘만약 지금부터 1년만 살게 된다면?’ 질문을 던진다. 가족들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마지막 1년을 즐기다 가리라!’ 생각하다 ‘피식’ 웃는다.

 

 왜 사람들은 하필 독방에 스스로 갇힌 것일까? 혼자 있기 위해서이고 결국은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이다. 드디어 독방에 갇혔던 시간이 끝나고 24시간 만에 감옥 문이 열린다.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샤워하고 난 느낌이었다.”고 고백한다. “완전히 깨끗한 건 아니더라도 한결 정신이 맑아지고 차분해졌다. 충전을 한 것 같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알면서도 내려놓지 못하는 것들을 독방체험을 통해서라도 실천해 보려는 현대인들의 몸부림에 안타까움이 밀려왔다.

 

 “사람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작은 방에 혼자 머무르는 법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라는 파스칼의 말에 동감하면서도 “과연 기독교는 지금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본다. 그러면서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삶의 현주소를 점검해보는 것도 지혜라는 깨달음이 왔다.


  1.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555
    Read More
  2.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351
    Read More
  3.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41
    Read More
  4.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69
    Read More
  5.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74
    Read More
  6.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603
    Read More
  7.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84
    Read More
  8.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70
    Read More
  9.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580
    Read More
  10.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638
    Read More
  11.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449
    Read More
  1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62
    Read More
  13.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99
    Read More
  14.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607
    Read More
  15.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44
    Read More
  16.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84
    Read More
  17.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71
    Read More
  18.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99
    Read More
  19.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83
    Read More
  20.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3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