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1.12 17:26

백년을 살다보니

조회 수 354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김형석 교수.jpg

 

  새해 첫 KBS 인간극장에 철학교수 김형석 교수가 등장했다. 평상시 즐겨보는 영상은 아니지만 제목이 눈에 들어왔고, 평소 흠모하던 분의 다큐멘터리이기에 집중해서 보았다. 김 교수는 이미 백년을 살다보니라는 책을 97세에 집필하였다. 이런 책을 쓰기위해서는 정신적, 육체적인 건강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그럴만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분이 드디어 백세가 되었다. 100? 장수시대라 하지만 한 세기를 사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책을 통해 만나던 분을 영상을 통해 또렷이 만났다.

 

  김형석 교수는 김태길(서울대), 안병욱(숭실대) 교수와 더불어 철학계의 삼총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세 사람은 절친으로 모두 수준급의 철학 강의를 통해 대중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김태길 교수는 11년 전 88, 안병욱 교수는 6년 전 93세로 세상을 떠났고 김 교수 홀로 백세를 맞이한 것이다. 세분이 다 장수한 것을 보면 철학은 장수의 비결일까? 100세 나이에도 귀와 눈이 어둡지 않은데다 지팡이 없이 가볍게 걷는 모습부터 연 160회 이상 곳곳에 강연을 다니는 노익장이 나를 놀라게 했다.

 

  우선 크리스천의 아름다운 향기가 나서 좋았고 환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 천천히 말하면서도 자신의 언어에 찔릴까 배려하는 자세, 고단함에 대한 위로, 산책과 절제를 통한 몸가짐 등에서 배어나오는 그의 인품에 감동했다. “우리가 젊은 나이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과 무얼 하고 싶은가 물었을 때 80% 가까이가 그 사람과 식사하고 싶다고 답한다. 음식을 같이 먹는 게 하나의 행복이기 때문이다.” 먼저 간 아내를 추억하며 꺼낸 말이다. 홀로 살아가는 노교수는 결코 외로워 보이지 않았고 그 모습자체가 철학이었다.

 

  스무 살에 몰랐던 것을 서른이 넘으면 알게 될 때가 있다. 마흔을 넘기면 인생이 또 달리 보인다. 만약 백년을 산다면 인생은 또 우리에게 어떤 무늬로 그려질까? 그 지혜를 미리 안다면 우리 삶이 조금 더 향기로워지지 않을까?” 모든 말이 명언이다. 그는 사랑 있는 고생이 최고의 행복이었으며, 그것을 깨닫는데 90년이 넘게 걸렸다.”고 고백한다. 사람들은 삶을 살수록 버거워한다. 그러면서도 쉽게 이 세상을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사실 장수는 모든 이의 숨은 소원이다. 하지만 오래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목적이며 여운이다.

 

  100세를 산다는 것은 설레이고 기대되는 일이다. ? 세상은 점점 더 신기하고 편리해 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이미 100년을 살아온 노교수의 행보와 말은 절로 믿음이 가는 모습이다. 그는 평생 50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작년에 나온 그의 에세이 <영원과 사랑의 대화>(2017)는 스스로 살아본 인생을 돌이켜 깨달은 삶의 비밀들을 인생 후배들에게 다정하고 나지막한 소리로 들려준다. 가정, 사회생활, 그리고 인생의 의미와 죽음에 대한 관심까지 지혜롭게 판단하고 처리하는 삶의 지혜를 제시한다. 그리고 '인생은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김형석 교수의 책에서 공통적으로 다루는 것은 행복론이다. 보통 사람들은 '성공하면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공한 사람은 행복을 누린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김형석 교수는 '성공과 행복의 함수 관계'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다.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만이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평양 숭실 중학교에서 윤동주시인을, 대학에서는 김수환 추기경을 만나며 젊은 날에도 그는 사색이 일상화되었고 금싸라기 같은 저서를 집필할 수 있었다.

 

  칸트나 슈바이처처럼 김 교수는 일을 통해 100세를 멋지게 향유하고 있다. 늙어서도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반면, 후배와 후손들의 존경을 받아야 할 의무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늙으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겠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100살을 살아도 여전히 자신을 가꾸며 귀감이 되는 노교수의 모습이 가슴에 잔영으로 남아있다.

 


  1.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422
    Read More
  2.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313
    Read More
  3.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28
    Read More
  4.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46
    Read More
  5.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54
    Read More
  6.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597
    Read More
  7.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75
    Read More
  8.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46
    Read More
  9.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569
    Read More
  10.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632
    Read More
  11.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428
    Read More
  1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50
    Read More
  13.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97
    Read More
  14.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595
    Read More
  15.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30
    Read More
  16.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70
    Read More
  17.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68
    Read More
  18.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96
    Read More
  19.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76
    Read More
  20.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920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