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6.28 14:49

생각의 시차

조회 수 2849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소통.jpg

 

 한국의 지인에게 전화를 할라치면 반드시 체크하는 것이 있다. ‘지금, 한국은 몇시지?’ 시차이다. 같은 지구별에 사는데 미국과 한국과는 13시간이라는 차이가 난다. 여기는 밤인데 한국은 대낮이고, 한창 활동하는 낮이면 반대로 한국은 한밤중이다. 시차를 계산하고 그 사람이 전화를 편히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세계를 두루 다니며 깨닫는 한 가지가 있다. 결코 치우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편협은 위험하다. 나라 간에만 시차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에도 시차가 있다. 내가 이만큼 생각했다고 해서 다른 사람들도 그런 방향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그럴 때는 기다려줘야 한다. 사람끼리는 생각의 시차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 이래서 중요하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장점과 단점이 있다. 만나기가 부담스럽고 꺼려지는 사람이 있는가? 가만히 관점을 바꿔보면 그 사람의 장점이 슬며시 드러난다. 유독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아직 장점만을 대했기 때문이다. 그 사람에게서도 언젠가는 나를 실망시킬 단점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사람이다. 단점보다는 장점을 귀하게 보는 마음. 그것이 필요하다. 이상하게 한국 사람들은 남을 좋게 보려는 습성보다는 상대방을 삐딱하게 보는 것 같다. 칭찬하기보다는 비판부터 하는 희한한 민족성을 가지고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 생각의 시차를 극복하는 것이 행복의 비결일 것이다.

 

 말이 많은 사람을 만났다. ‘와우, 정말 말이 많네. 피곤해라는 생각보다는 사교성이 많고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으로 생각해야 한다. 유난히 고집이 센 사람은 주관과 소신이 있는 사람으로, 아부를 잘하는 사람은 분위기를 잘 맞추고 애교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아야 한다. 나서서 설치는 사람은 적극적이어서 매력이 있고, 느린 사람에 대하여는 신중하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소 신경질 적인 사람을 만나면 샤프한 사람으로, 무식한 사람에 대하여 조금 터프한 사람으로 보면 어떨까?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시각에서 생각의 시차를 인정하며 대하면 달리 보인다. 어떤 면을 더 부각시켜 보느냐에 따라 극명하게 그 사람에 대한 느낌과 판단이 새롭게 조명된다. 지난 주간 내가 활동하는 중창단의 작은 음악회가 있었다. 우리 온가족이 자리를 함께했다. 집에 돌아와 우리 가족들은 칭찬일색이었다. 왜 그랬을까? 한 가족이기 때문이다. 가족이기에 그 많은 중창 단원 중에서 나만 눈 여겨 보았을 것이고, 가족이기에 다 멋져보였던 것이다. 결국은 내가 만나는 그 사람을 어떤 시각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다.

 

 신학대학 2학년 때인 20대 초반부터 교육전도사가 되어 열정을 불사르며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런 와중에 가장 많이 부딪친 대상이 교사들이었다. 나는 기도하며 계획을 세우는데 사사건건 따지며 반대의견을 내는 교사가 그렇게 미웠다. 때로는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고 사표를 던지고 싶을 정도로 교사들이 담합하여 전도사를 힘들게 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연륜이 더해가며 양보의 미덕을 갖추어가기에 이른다. 그 당시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지나고나니 내 생각보다는 교사들의 중지가 더 지혜로움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여유를 가지고 양보를 하니 오히려 교사들이 한발 물러서며 전도사의 의견을 세우려는 단계까지 갔다. 한국에 나가면 함께 늙어가는 그 당시 교사들을 만나 웃으며 그 시절 이야기를 나눈다.

 

 시각을 달리해야한다. 생각의 시차를 서로 인정해야 한다. 부정적이기보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한국에 전화를 하려면 적당한 시간까지 기다려야 하듯 기다려주고 인정해 주는 넉넉함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생각의 시차를 느껴서 답답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는가? 그럴 때는 각 나라마다 다른 시간의 차이를 한번 떠올려 보라. 그리고 그 나라 사람과 가장 좋은 대화의 시간을 기다린다고 여기라. 그 생각의 시차를 인정하면, 더 큰 인간 이해와 배려와 용기가 생겨날 것이다.

 


  1.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3674
    Read More
  2.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3761
    Read More
  3.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3660
    Read More
  4.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3857
    Read More
  5.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3736
    Read More
  6.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3791
    Read More
  7.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3499
    Read More
  8.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3804
    Read More
  9.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3686
    Read More
  10.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3754
    Read More
  11.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3897
    Read More
  12.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3499
    Read More
  13.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3620
    Read More
  14.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3923
    Read More
  15.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3793
    Read More
  16.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014
    Read More
  17.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3839
    Read More
  18. No Image

    군밤

    모처럼 한국 친구 목사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친구야, 용인에서 먹던 <묵밥>이 먹고 싶다.” 외쳤더니 한참을 웃다가 “너는 기억력도 좋다. 언제든지 와 사줄게.”하는 대답이 정겹게 가슴을 파고든다. 30대였을거다. 추운 겨울날에 친...
    Views4085
    Read More
  19. No Image

    어른이 없다

    아버지의 권위가 하늘을 찌르던 시대에 나는 자라났다. 학기 초 학교에서 내어준 가정환경조사서의 호주 난에는 당연히 아버지의 이름 석자가 자리했다. 간혹 엄마의 목소리가 담을 넘는 집도 있었지만 그때는 대부분 아버지가 가정의 모든 의사결정을 주도하...
    Views4236
    Read More
  20. No Image

    명절이 더 외로운 사람들

    지난 1월 22일은 우리나라 고유명절인 설날이었다. 명절은 누구에게나 기대감과 설레임을 안긴다. 하지만 일부 장애인에게는 해당이 안되는 것 같다. 안타까운 소식은 매년 100여명의 장애인이 버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버려진 장애인들은 ‘장애와 고...
    Views4405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