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10.25 11:08

가을, 밀알의 밤

조회 수 30050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션 부부.jpg

 

 어느새 가을이다. 낯선 2019년과 친해지려 애쓰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겨울을 거쳐 봄,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초록이 지쳐가고 있다. 여기저기 온갖 자태를 뽐내며 물들어 가는 단풍이 매혹적이기는 한데 애처로워 보이는 것은 내 기분 탓일까? 가을은 아름다운 계절이다. 일단 청명한 하늘과 공기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어 주어 좋고 눈에 들어오는 가을 풍경이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 가을은 누구나 시인이 되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달리는 차창에 내려앉은 낙엽은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파르르 떨며 자태를 뽐낸다. 봄은 다가오는 님을 맞이하는 설레임이 있다면 가을은 정든 님을 떠나보내듯 아쉬움이 많은 계절이다.

 

  그 아쉬움을 달래려는 듯 가을이면 교회마다 단체마다 음악회가 성시를 이룬다. 마트 게시판은 각종 포스터로 빈자리가 없다. 밀알의 밤도 가을이면 대범하게 얼굴을 내어민다. 어느새 17번째. 금년에는 힙합가수 지누션의 ”(SEAN)을 초청하였다. 바쁜 스케줄을 쪼개고 쪼개어 션은 필라델피아 행을 허락해 주었다. 그의 본명은 노승환(Sean Roh)”이다. 아내 정혜영은 유명탤런트이다. 부부는 기부천사라는 자랑스러운 별명을 가지고 있다. 척박한 현시대에 젊은 부부는 사회봉사활동은 물론이요, 지금까지 상당한 금액을 모금하여 어려운 이웃을 섬기고 있다. 소위 버려진 소외계층을 위한 사랑의 후원에 앞장서고 있는것이다.

 

 사실 션은 성공한 비즈니스맨이요, 사회사업가이다. 그럼에도 그에게 더불어 붙는 이름은 실력있는 래퍼요, 힙합 가수이다. 1972년 이태원에서 출생한 션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 괌으로 이민을 가게 된다. 학업을 마치고 우연히 춤을 추는 형의 모습에 반해 가수 반열에 동참을 했고 1997. 한국계 미국인 지누와 힙합듀오그룹 <지누션>을 결성하여 일대 한국가요계의 파란을 일으킨다. 그들의 음악은 고급적인 색깔로 만들어 낸 완성도 높은 프로듀싱으로 사랑을 받게 된다.

 

 인기가 올라갈수록 션은 갈등한다. 화려한 무대, 그에 따른 수입에 만족도가 높아야 하는데 그의 마음은 늘 공허하고 괴로웠다. 어릴 때부터 믿음의 어머니를 둔 션은 새벽마다 기도를 드렸지만 평안하질 못했다. 그는 깊은 기도 속에서 두 가지를 깨닫게 된다. “내가 하나님의 사랑을 이미 넘치게 받고 있다.”는 것과 그렇게 뜨겁게 받는 하나님의 사랑을 이제부터 이웃에게 베풀어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하나님은 더 깊은 신앙과 심성을 가진 믿음의 배필 정혜영을 만나게 하셨고 실로 기부천사부부는 그렇게 발걸음을 내딛기 시작한다.

 

 결혼을 하자마자 둘은 매달 적금을 부으며 내 집 마련에 꿈을 키워나갔다. 바로 그때에 정혜영은 후원 아동을 만나러 필리핀에 가게 된다. 극적으로 만난 클라리제(, 7)는 나무와 함석지붕으로 지어진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곳저곳을 다니며 땔감을 긁어모으고 불을 피워 밥을 짓고, 시장에서 물건을 팔아 동생들까지 돌보는 그 모습을 보며 정혜영은 착잡한 심경을 추수리기 힘들었다. 귀국하자마자 션에게 심정을 토한 정혜영은 적금을 깨어 2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기에 이른다. 과감하게 내 집 마련의 꿈을 내려놓은 것이다. 인격적으로 예수그리스도를 만난 그 부부는 진정 꽃보다 아름다운 선행을 이어가고 있다.

 

 션은 달변가이다. 그의 간증은 가식이 없고 지루함도 없다. 어린 나이에 너무나 많은 역경을 겪으며 살아왔기에 그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진동한다. 그가 유명인이라서보다 누구보다 이민의 삶을 잘 이해하는 귀한 입지를 가졌기에 우리와 잘 통할 것 같다. 찬양사역자 최은혜가 무대에 올라 콜라보로 분위기를 달군다. 밀알의 밤을 준비하며 많은분들을 만난다. 정말 바쁘게 사는 모습을 본다. 가을은 쉼의 계절이다.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가을의 품에 안겨보는 것은 어떠실지? 정성을 다해 밀알의 밤을 준비하고 있다. 재미, 감동, 사랑, 따뜻함, 그리고 원인 모를 기분 좋은 여운이 있는 밀알의 밤에 정중히 초대합니다.

 

 기다리고 기다리겠습니다!


  1.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290
    Read More
  2.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07
    Read More
  3.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23
    Read More
  4.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31
    Read More
  5.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535
    Read More
  6.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47
    Read More
  7.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32
    Read More
  8.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393
    Read More
  9.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574
    Read More
  10.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389
    Read More
  11.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37
    Read More
  12.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74
    Read More
  13.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560
    Read More
  14.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16
    Read More
  15.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55
    Read More
  16.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22
    Read More
  17.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60
    Read More
  18.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27
    Read More
  19.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848
    Read More
  20.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593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