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20.03.27 09:46

위기는 스승이다

조회 수 2490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위기.jpg

 

 

  인생을 살면서 형통과 평안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연세 드신 분들과 대화를 해보면 공통점이 있다. 다 고생한 얘기뿐이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서 보릿고개의 고통을 겪으며 버틴 일, 6 · 25사변을 만나 피난 갔던 일 등. 인생은 예측불가이다. 가끔 우리 시대 유명 연예인들이 방송에 나와 한창 잘 나갈때에 이야기를 들려준다. 집 한 채 값이 300만원 할 때에 한 작품을 하면 3,000만원씩 받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재벌 수준으로 살아야 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단다. 분명히 내 것인데 어느 순간 손에 움켜쥔 모래처럼 빠져나가고 마는 것이 돈인 것 같다. 마음 먹은대로 인생사가 풀려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게 아니다.

 

  2020! 누구나 희망에 가득 차서 새해를 가슴에 안았다. 출발을 했는가 했는데 갑자기 질병이 세계를 덮쳐오기 시작했다. 사방에 꽃이 만발하며 봄을 알리고 있건만 세상은 모두 얼어 붙어버렸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며 다들 빗장을 걸어 잠궜다. 사람을 가까이하면 안 된단다. 웬만하면 집에만 있으란다. 상점과 식당, 위락시설이 모조리 문을 닫았다. 어려운 상황이 더해가는 유럽에서는 한 노인이 “2차 세계 대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한숨을 짓는다. 실로 소리 없는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가 이웃끼리 마음의 문까지 닫힐까 걱정된다.

 

  도대체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눈만 뜨면 온통 바이러스 확진 환자 소식뿐이다. 외출도 자유롭지 못하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인공지능(AI)이 어떻고, 핸드폰 7G가 어떻고, 우주를 오가며 대단해 보이던 인간의 능력이 이렇게 초라해 보일 수가 없다. 이럴때에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문인협회 회원에게 안부 전화를 했다. 고령이기에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목사님, 저는 요사이 너무 행복해요. 누구를 만날 일도 없고 나가지도 못하고 해서 내가 너무도 좋아하는 책에 빠져 삽니다.” 평소에도 느꼈지만 참 멋진 분임을 새삼 깨달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때에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위기를 한자로 보면 위험할 와 기회 이다. 풀이하면 위험하지만 기회란 뜻이 된다. 나는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고 싶다. 위기는 스승이라고. 위기를 당하면 사람들은 낙심한다. 당황한다. 하지만 그 위기를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위기는 위대한 스승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생각해야 한다. 나를 돌아보아야 한다. 우리의 교만을 잡아내야 한다. 사람들이 교만해지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자기의 능력을 과신할 때요, 다른 하나는 가진 것이 많을 때이다. 권력, 건강, 지식, 물질을 풍부하게 소유 할 때에 교만에 빠지기 쉽다. 이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겸손의 자리를 회복할 수 있다면 소망의 길은 다시 열릴 것이다.

 

  내 개인적인 삶에도 위기는 수도 없이 많았다. 이도저도 방법이 없을때에, 주위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때에 많이도 울었다. 오산리 금식기도원 기도굴에서 밤새 기도하며 눈물로 바닥을 적시던 때가 있었다. 찾아갈 곳도, 와주는 사람도 없는 깊은 고독 속에서 나 홀로 일어서야만 하는 고통의 시간이 있었다. 자존심이 다 무너지고, 노력했던 모든일들이 허망하게 수포로 돌아가 버린 그 밤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며 북받쳐 오르는 설움을 토해내던 때가 있었다. 그때 다 끝나는 줄 알았다. ‘나는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인간이구나!’ 절망하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또 일어섰다.

 

  그런 과정을 통해 무엇보다 겸손을 배웠다. 기도시간이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깨달았다. 신앙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것도 알았다. 장애인으로 장애인들과 함께 뒹굴며 살아온 세월이 18년이다. 누구보다 행복한 길을 걷고 있다. 이것이 은혜요, 축복이다. 위기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친다. 거듭나게 한다. 성숙하게 한다. 그래서 끌어안아야 하고 금방 지나가기에 잘 참고 견뎌야 한다. 위기가 스승인 것을 아는 것- 그것이 가장 고상한 통찰력인 것이다.

 

  위기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온다. 하나님의 손길을 체험하게 된다. 보통 때는 숨어계시던 하나님이지만 위기 때는 나타난다. 그래서 위기는 위험하지만 기회이다.

 

 

 


  1. No Image

    때 이른 성공

    신동이란 어린 나이에 별스런 재주를 나타내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지식은 물론, 예 · 체능에서 탁월한 재능을 발휘할때에 그런 명칭이 붙는다. 일단 그를 낳은 부모들이 자긍심을 느끼고, 주위 사람들의 경탄을 불러일으킨다. 우리 시대에도 신...
    Views4381
    Read More
  2.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290
    Read More
  3.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308
    Read More
  4.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24
    Read More
  5.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31
    Read More
  6.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544
    Read More
  7.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47
    Read More
  8.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32
    Read More
  9.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397
    Read More
  10.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580
    Read More
  11.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394
    Read More
  12.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637
    Read More
  13.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78
    Read More
  14.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562
    Read More
  15.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16
    Read More
  16.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55
    Read More
  17.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24
    Read More
  18.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60
    Read More
  19.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30
    Read More
  20.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852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