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2019.06.21 11:06

냄새

조회 수 3189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냄새.png

 

 누구나 아침에 눈을 뜨면 냄새를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날씨, 온도, 집안분위기를 냄새로 확인한다. 저녁 무렵 주방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를 맡으며 식탁의 기쁨을 기대한다. 아내는 음식솜씨가 좋아 움직이는 소리만 나도 기대가 된다. 나는 계절을 냄새로 감지한다. 봄은 싱그러운 초록의 향기를 풍기며 다가온다. 여름은 강한 햇빛의 영향 때문인지 나른함의 냄새로 다가선다. 가을은 우선 습도가 낮은 공기가 기분을 좋게 만든다. 나서기만해도 뭔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가을바람의 애무가 그래서 좋다. 겨울은 차가움과 시원함이 교차하며 다가선다. 시야에는 흰 눈과 시려움이 들어오지만 아이스크림의 달콤함이 겨울의 매력이다.

 

 고등학교 시절. 지방에서 올라온 아이들은 홀로, 혹은 짝을 이뤄 자취를 했다. 수업이 끝나면 우리는 자취방에 모여 벼라별 일들을 다 벌였다. 이리저리 뒹굴며 만화를 보는 것부터 무슨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는지 뒹굴며 깔깔대고 그곳에만 가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러다가 끓여먹는 라면 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런데 냄새가 문제였다. 샤워는 꿈도 못꾸고 살던 시절이라 아이들이 들어서면 참기 힘든 발 냄새가 온방에 가득 찼다. 그 특유의 꼬랑내를 풍기면서도 우리는 모두 건강했다. 그때 나는 홀아비 냄새가 무엇인지 실감했다.

 

 대학원에 다닐 때에 동문수학하던 친구 전도사들과 모처럼 남해 쪽 <부곡하와이>에 간적이 있다. 당시 온천으로 유명한 명소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남자인 우리에게 여탕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들어갔는데 알고 보니 마침 남 ·녀 탕을 바꾸어 운영하던 시기였다. 궁금해 이유를 알아보았더니 ·녀에게서 나오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일년에 한두번은 탕을 교환하여 사용한다.’는 것이었고 그래야 양탕의 냄새가 중화되어 상쾌하게 사용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밀레니엄 2000년에 접어들며 나는 영성훈련에 몰입한 적이 있다. 그때에도 훈련생들이 사용하는 남 · 녀 방을 정기적으로 교환하며 사용하는 것을 체험했다. 참 사람의 인체는 신비하다.

 

 존경하는 홍치모 교수님이 영국에서 유학을 할 때였다. 같은 방을 쓰는 백인의 몸에서 하도 노랑내가 나서 참다못해 한마디 했단다. “, 난 네 몸에서 나는 노랑내 때문에 견디기가 너무 힘들다그 친구가 씩 웃으며 하는 말 네 몸에서는 지독한 김치냄새가 나는 걸 내가 참고 있어서로는 쳐다보며 웃었단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냄새가 난다. 성별, 나이, 인종, 문화에 따라 그 냄새는 다양하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인품만큼의 냄새와 향기를 자신도 모르게 풍기며 살고 있다. 향기하면 꽃이지만 본래부터의 향을 지닐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처한 환경에 따라 냄새가 선택되고 창조되고 새로워지는 것 같다.

 

 냄새가 인격을 만든다고 하면 과한 표현일까? 그 가정의 냄새를 맡고 아이가 자라나고 그 가향(家香)을 풍기게 된다. 학풍을 닮아가고 고향에 배어가며 장성하여 직장과 행동반경에 의해 냄새를 소유한다. 구체적으로 웃는 얼굴, 몸에 밴 유모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 삶의 자세도 일상 맡게 되는 냄새에 의해 조련되어 가는지도 모른다. 어떤 한의사의 말이지만 그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로 건강을 측정할 수 있다고 한다. 내 몸을 돌아보면 숨이 드나드는 코로부터 보는 눈, 듣는 귀, , 하체 쪽으로 사람의 몸에는 9개의 구멍이 있다고 한다. 따라서 누구나 가까이 다가서면 냄새가 날 수밖에 없다. 좋은 냄새일수도 있지만 역한 냄새가 나오기 때문에 누구와 가까이 다가가 대화를 한다는 것이 두렵기도 하다.

 

 하지만 신체적인 것 보다는 그 사람의 인격과 말투, 행실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가 더 중요하다. 다른 어떤 냄새보다 그 사람을 둘러싼 인격의 아우라가 호감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역사적인 미인 클레오파트라는 특유의 향수로 사람들을 매혹시켰다고 한다. 향수, 화장품보다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소중히 여기는 섬김의 모습의 향기가 모두에게 어필(appeal)되는 강렬한 무기일 것이다.


  1. No Image

    발가락 시인

    이흥렬 씨. 그는 선천적 뇌성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에게 가장 큰 애로사항은 언어소통이다. 사람을 만나면 힘겹게, 너무도 힘겹게 말을 이어가야 한다. 말들은 쉽사리 그의 입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한동안 그의 온 몸을 휘젓고 다닌 끝에야 가까스로 그...
    Views4285
    Read More
  2. No Image

    나는 멋진 사람

    대부분 핸드폰을 열면 가족사진이나 풍경이 배경으로 깔려있다. 독특하게 내 폰은 배경이 나다. 언젠가 가족모임을 가지면서 독사진을 찍었는데 내 웃는 얼굴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며칠 전, 지인과 대화 중에 내 핸드폰을 보며 “특이하시네요. 핸드폰 ...
    Views4299
    Read More
  3. No Image

    미치겄쥬? 나는 환장하겄슈!

    인생은 초보부터 시작한다. 처음은 다 어설프고 우수꽝스러워 보이지만 인생은 다 초보부터 시작하였다는 것을 기억하며 살아야 한다. 「초보」하면 생각나는 것이 운전이다. 장애인이기에 운전을 한다는 것을 상상조차 못했는데 누가 “한국도 장애인들...
    Views4322
    Read More
  4. No Image

    생명의 신비

    장애인에게 결혼은 넘어가야 할 큰 장벽이다. 보통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짝을 만나고 결혼을 한다. 하지만 장애라는 아픔을 안고 사는 장애인들은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살고 있다. 장애인사역을 하는 분들이 나누는 명언 아닌 명언이 있다. “여자 천사...
    Views4425
    Read More
  5. No Image

    가정을 한 글자로

    장성하여 혼기가 차면 짝을 찾아 결혼을 한다. 인생을 살면서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방향이 달라진다. 이미 긴 세월 결혼생활을 해 온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 지금의 배우자가 아닌 그 시점에서 다른 사람을 만났다면 어떤...
    Views4521
    Read More
  6. No Image

    누구나 장애인

    초청받은 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예배 후 친교를 시작하면 하나둘 내 곁에 모여든다.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목사님, 저도 장애인입니다.”이다. 일단 거부감이 들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장애가 있다는 의미인 것 같다. 그런데 정작 누군가...
    Views4444
    Read More
  7. No Image

    어차피 인간은 외로운 존재인가?

    한국에 가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함이다. 물론 목사이기에 여러 교회를 다니며 설교를 하지만 내가 태어나고 자라온 고국의 품이 그리워 찾아가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며 회귀본능이 고개를 든다. 어린 나이에 이민을 온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Views4628
    Read More
  8. No Image

    그 이름 그 사람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름이 있다. 사실 이름은 본인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붙여지는 고유명사이다. 이름은 태어나서만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모태에 잉태된 순간에 붙여지는 이름도 있다. 바로 ‘태명’(胎名)이다. 태명이 태명으로 끝나는 경...
    Views4390
    Read More
  9. No Image

    웃으면 행복해져요!

    사람과 짐승이 다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만이 웃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개나 고양이는 웃지 못한다. 사람만이 다양한 소리를 내며 웃을 수 있다. 하기에 웃음을 “만국공통어”라고 한다. 웃음소리만 들어서는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 구분이 안...
    Views4564
    Read More
  10. No Image

    죽고 싶은 당신에게

    택시를 탔다. 기사와 대화를 나누는 중에 뜬금없이 “자신이 자살 시도를 세 번이나 했었다”고 털어놓는다. 저으기 당황하며 이유를 물었다. “나이 어린 젊은 진상 손님들로 인해서 오는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상상이 갔다. 줄곧...
    Views4381
    Read More
  11. 아, 청계천!

    나는 지금 한국 방문 중이다. 중요한 일정 중에 하나는 한국 장애인의 날에 나의 모교인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 채플에서 설교를 하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20일(수) 오전 11:30분. 강단에 올라 무릎을 꿇었다. 가슴 한켠에서 무언가 ‘울컥&rsqu...
    Views4560
    Read More
  12. No Image

    생일이 뭐길래?

    평범한 주부의 고백이다. 며칠 전에 생일을 지나면서 많은 일들을 겪었다고 했다. 하필 전날이 작은 딸의 생일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인 딸을 위해 미역국을 끓이고 딸 친구들을 초대하여 자그마한 파티도 열어주었다. 즐겁고도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다음날...
    Views4474
    Read More
  13. No Image

    산다는 건 그런거지!

    감동 없이 사는 삶은 형벌이다. 사람들은 만나면 습관적으로 묻는다. “요즈음 재미가 어떠세요?” 혹은 “신수가 훤한 것을 보니 재미가 좋으신가봐요?” 재미가 없는 삶은 무의미하다. 삶에는 모름지기 재미가 있고 감동이 있어야 한다...
    Views4555
    Read More
  14. No Image

    몸은 영혼을 담은 그릇

    사람은 영혼과 육체를 가지고 있다. 영혼은 그냥 영(靈)이라고하고 육체는 몸이라고 한다. 몸은 “모음”의 준말이다. 다 모여 있다는 말이다. AI 시대라고 하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뇌는 못 따라간다. 뇌에서 Enter를 치면 몸은 그대로 움직인다. ...
    Views4715
    Read More
  15. No Image

    인생의 평형수

    만물은 항상 평형을 유지하려는 본성을 지닌다. 때로 외부로부터 충격이 가해지며 평형상태가 무너질 때가 있는데 이 찰나에 미미하나마 다시 평형상태로 되돌아가려는 힘을 복원력이라고 한다. 복원력이 가장 중요하게 적용되는 것이 물위에 배이다. 급격한 ...
    Views4255
    Read More
  16. No Image

    도랑

    서종(양평)에서 나는 3년동안 초등학교를 다녔다. 지제, 강상, 양평초등학교를 거쳐 아버지의 인사이동을 따라 산골 깊이 서종초등학교로 전학을 해야 했다. 지금은 카페촌이 들어서고 골짜기마다 분위기 좋은 별장이 즐비한 곳이 되었지만 당시는 촌(村)이었...
    Views4413
    Read More
  17. No Image

    너는 자유다!

    오래전 “Who am I ?”라는 인문학 강연 프로그램에 “정글만리”를 펴낸 조정래 선생이 출연하였다. 노구의 비해 낭랑한 목소리와 소년의 미소가 정겹게 다가왔다. 강연 내내 푸근하게 떠올라 있는 미소와 너그러움이 참 편안하게 느껴...
    Views4659
    Read More
  18. No Image

    아내의 존재

    내가 어릴때는 아버지의 존재가 너무도 커보였다. 형제끼리 이방 저방을 오가며 장난을 치고 호들갑을 떨며 어수선하다가도 아버지가 퇴근을 하고 집에 오시면 일순간 조용해 졌다. 식사 중에 대화를 하면 “밥풀이 튄다”고 절제를 시켰고, 밥숟가...
    Views4621
    Read More
  19. No Image

    시각 장애 반장

    장애를 안고 통합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과거에는 특수학교가 인기가 있었다. 종로에 “명휘원” 광진구에 있는 “정립회관”이 그곳이다. 어떤 면에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끼리 편견없이 서로의 아픔을 공유하며...
    Views4828
    Read More
  20. No Image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작가의 삶과 작품은 연관성을 갖는다. 내 글에 내 인생의 체취가 묻어나는 것처럼 말이다. 책 이름이 하도 특이해서 손에 잡았고, 흥미진진하게 단숨에 읽어 나아갔다. 작가 전민식은 실로 꼬인 인생을 살았다. 한마디로 되는 일이 없는 사나이였다. 그러던 ...
    Views459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35 Next
/ 35

주소: 423 Derstine Ave. Lansdale., PA 19446
Tel: (215) 913-3008
e-mail: philamilal@hotmail.com

© k2s0o1d4e0s2i1g5n.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