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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06 15:09

그것만이 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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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동생.jpg

 

 

 

 우리 밀알선교단에는 다수의 장애인들과 장애아동들이 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아울러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는 것도 삶이 평탄하지 않음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18년 전, 밀알선교단 단장으로 부임하였을때에 전신마비 장애인이 네 분 계셨다. 서돌근 형제가 제일 젊었고, 정용 형제는 30대였다. ‘전신마비란 목 아래로는 전혀 쓸 수 없는 장애를 말한다. 음식을 누군가 먹여 주어야 하고 대소변도 다 받아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혈액순환이 잘 안되고 세포 활동이 무뎌지기 때문에 시간마다 몸을 자주 틀어주어야 한다. 한 자세로 오래 누워있으면 욕창이 나기 때문이다. 델라웨어와 뉴저지를 오가며 만난 가족들의 모습은 평범하다 못해 밝았다. 아들을 소중히 여기는 가족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특히 부모의 절절한 사랑은 절로 눈시울이 적셔오게 했다.

 

  반면, 오랜 시간 전신마비 아버지를 둔 가족을 만났다. 항상 누워있는 남편을 돌보는 것이 힘에 부칠텐데 얼굴에 그늘이 없었다. 대화는 활기가 넘쳤고 매사에 긍정적이었다. 그런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녀들도 아빠를 존경하고 귀히 여기는 분위기였다. 장애 가족을 전혀 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며 환한 웃음으로 수발을 드는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하였다. 안타깝게도 그분들은 오랜 시간을 함께하지 못하고 하나둘 천국으로 떠나갔다. 그들을 떠나보내며 얼마나 애달픈 눈물을 흘려야 했던지.

 

  밀알선교단에서는 매주 토요일 장애아동들을 Care하는 사랑의 교실이 열린다. 장애아들이 나이가 들어가며 그들의 형과 누나들, 혹은 동생들이 자원봉사자(volunteer)로 찾아온다. 그들과 가끔 가슴의 대화를 나눌때가 있다. 누나가 자폐장애를 가진 학생이 저는 우리 누나가 장애라는 것을 전혀 개의치 않는 자매와 만나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말할 때 가슴이 아려왔다. 장애인 가족에게는 평범한 사람보다 넘어야 할 담이 하나 더 있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영화 <그것만이 내세상>은 장애인가족 영화이다. 김조하(이병헌 )는 웰터급 동양 챔피언이었지만 이제 세월이 흘러 건당 20여만원을 받고 스파링파트너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런 하류인생을 살던 김조하는 우연히 친구 단골집에 갔다가 17년 전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어머니(윤여정)를 만나게 된다. 엄마의 간청으로 함께 살게 되는데 조하의 마음 한켠에 엄마를 미워하면서도 그리워했던 감정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가보니 엄마의 집에는 오진태(박정민 )라는 이복동생이 있었는데 서번트 증후군을 앓고 있는 장애아였다. 그날부터 복지센터까지 진태를 데려다주는 일을 해야만 했다. 엄마의 잔소리는 귀찮지만 가족생활에 만족감을 느끼고 있는 조하는 두말없이 동생을 돌보아 준다.

 

  결국 동생 진태가 피아노 콩쿨대회에 나가고 싶어하는 것을 도와주라는 엄마의 특명을 받아시쿤둥하고 있는데 우연히 목격한 피아노 연주 모습을 보며 천재적인 음악성이 있음을 깨닫고 동생을 보는 시각을 달리한다. 어색하던 이복형제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고 조하는 진태에게 게임과 권투까지 가르쳐준다. 이병헌의 탁월한 연기력은 장애아 가족의 애환을 실감하게 만든다. 어눌한 말투부터 끊임없이 움직이는 손동작 등 섬세한 연기로 진태캐릭터에 완벽 이입한 박정민은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를 소화해내며 영화를 최고조로 끌어 올려준다. 서번트 증후군은 자폐장애의 일종인데 특징은 무엇인가에 몰입할 뿐 아니라 상당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 진태에게는 피아노만이 그의 세상이었다. 전인권의 특유한 탁성의 노래가 깔리며 장애아만이 소유한 탁월한 음악성은 관중들을 커다란 감동으로 몰아 넣는다.

 

  이 땅에는 삶 자체의 무게 위에 장애 자녀, 형제, 부모의 장애를 짊어지고 버겁게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다. 가족이기에 장애조차도 행복으로 승화시켜 나가도록 우리 밀알이 돕고 있다. 내가 그 사랑의 은택을 입은 당사자이다. 사랑만이 장애를 개의치않고 진취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묘약이다. 그것만이 내 세상인 것을 그들 아니고는 알 길이 없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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