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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환 & 수지.jpg

 

 

 한 여고 점심시간, 두 학생이 식당에 들어선다. 한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다. “의자 당겨서, 앉아있어.” 한 여학생이 식판 2개를 들고 배식을 받는다. 뇌병변 장애로 두 다리를 전혀 쓰지 못하는 친구 최주희 양을 위해 6년간 학교에서 최 양의 손과 발이 되어준 김예환 양의 모습이다. 식판을 친구 앞으로 내어밀며 , 조심, 조심.”이라 외친다. 김예환 양에게 처음 주희 양에게 어떻게 다가갔느냐?”고 물었다. “동정심 같은 그런 것이 아니고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 할 줄 알고, 그 사람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김 양은 휠체어를 탄 최 양을 대신해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고, 그런 우정은 최 양을 일으켜 세우는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최주희 양은 그런 예환이가 고마울 따름이다. “예환이를 만나면서 조금 더 세상으로 나가는 첫 발을 내딛는 시도를 할 수 있었던 그런 아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졸업을 하며 학급에서 만든 문집에 주희 양이 나의 단짝이라는 글을 실었다. “나의 단짝은 단언컨대 김예환이란 친구이다. 나의 인생을 변화시켜준 삶의 일부라고나 할까! 장애를 가진 내게 예환이는 빛이 되어주었고 지금도 삶의 든든한 지지대가 되어주고 있다. 예환이는 공부도 잘하고 그림도 잘 그리고, 체육도 잘하는 재능이 많은 친구이다. 잘하는 게 없는 내가 이런 친구를 만났다는 건 참 복이다. 이 친구를 만난 건 중학교 1학년때였다. 나는 중학교에 입학할 때 두려움이 있었다. 혹시 장애 때문에 왕따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중학교에 입학하며 안도한 것은 학교가 마음에 들었고 소중한 친구 예환이가 다가와 준 것이다.”

 

  김 양과 최 양은 모두 대학 수시 모집에서 원하는 대학에 합격했다. 특히, 헌신적인 김 양의 모습은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두 친구는 지난 겨울방학에 최 양의 생애 첫 여행까지 함께 다녀왔다. 인터넷으로 여행지를 정할때에 가장 먼저 체크한 것은 휠체어가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는 여부였다. 예환 & 주희는 서로의 장래 희망까지 결정했다. 김 양은 지금처럼 소외 계층을 위한 환경 분야 공부를, 몸이 불편한 최 양은 자신이 받은 도움을 나눌 수 있는 상담사가 되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나는 순경이었던 아버지 덕분(?)에 초등학교를 자주 옮겨 다녀야 했다. 그때마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아픔을 경험해야 했고, 또 다른 곳에서의 적응은 너무도 버거웠다. 그 또래에는 친구들이 얼마나 중요한가? 함께 뒹굴던 추억을 뒤로하고 한순간 헤어져야 하는 그 아픔을 우리 부모는 상상이나 했을까? 몇날 며칠을 이불속에서 울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러다가 다시 들어서는 낯선 학교. 교무실에서 담임선생님에게 인계된 나는 새로운 교실에 들어선다. ‘드르륵열리는 문. 처음 만나는 아이들이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나를 주시한다. 선생님의 짤막한 소개가 있은 후 자리에 앉는다. ‘힐끗나를 쳐다보며 눈인사를 나누는 짝- 그렇게 전학 온 학교생활이 또 시작되었다.

 

  수업이 끝나며 다가오는 친구가 있었다. 말을 걸어주고 주위 아이들에게 배려를 당부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가방을 들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앞에서 소개한 예환 양처럼 동정이 아닌 순수한 우정으로 다가서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래서 덜 외로웠고 스스럼없이 내 삶에 매진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순경인 아버지가 원망스러웠지만 지나고보니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가는 친화력이 생겼고, 누구도 소홀히 하지 않고 마음을 살피는 여유로움도 터득했다. 게다가 전학하는 학교마다 노래를 시켜 재능을 개발하는 계기도 그때 생겨난 것 같다. 따라서 인생에는 버릴 것이 없는 것이다.

 

  김예환 & 최주희의 우정은 6년을 지속해 왔다. 잠시가 아닌 긴시간 동안 휠체어 장애인 친구를 돌보아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맙고 기특하다. 함께 대학에 합격하여 이어질 그들의 청춘드라마가 그래서 기대되고 마음껏 축복하고 싶다.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랑, 아니 그 사람의 약점이 전혀 보이지 않는 그 아름다운 눈-그래서 그들은 꽃보다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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